얼마전 SOVAC(소백)의 연계 행사인 서브소백에서 임팩트 투자와 관련된 대담이 있었다. 생태계의 중요한 인사들이 패널을 맡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재미있는 표현이 하나 나왔다. 보통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다 창출하는 일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강조일 것이다. 그런데 HGI의 정경선 의장이 그게 아니라 오히려 한 썰매를 끄는 두 마리 개에 가깝다고 표현하였다. 어찌보면 간단한 이야기이고 다른 포인트를 생각하면 허점도 없지 않은 비유이지만, 중요한 발상의 전환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매우 수고스럽고 버거운 일을 의미한다. 이 표현은 실제로 ‘토끼 둘을 잡으려다가 하나도 못 잡는다’는 속담에서부터 파생되었다. 하나에 집중하면 한 마리라도 잡을텐데 욕심이 넘쳐 벌어지는 실패를 담고 있다. 소셜벤처는 그런 불가능하거나, 욕심이 과해서 벌이는 일이 당연히 아니다. 그만큼 어려운 일임은 분명하지만 실제로 좋은 소셜벤처, 성장하는 소셜벤처의 가치 흐름은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실제로 좋은 소셜벤처들 중 다수는 사회적 가치를 잘 창출하기 때문에 비즈니스도 잘 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희소한 자원을 가지고 한정된 시간 동안 사업을 추진하는 초기 스타트업들이 두 가지를 동시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추구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핵심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나 그 결과가 어떻게 비즈니스로 연결되도록 만들 것이냐에 달려있다. 그래야 우리는 사업을 잘 하기 위하여 사회적 가치에 투자하고,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비즈니스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소셜벤처는 '한 썰매를 끄는 두 마리 개'에 가깝다.

종종 소셜벤처, 좀 더 넓게 사회적 경제의 조직들을 보면 이 두가지의 가치 흐름이 정말 두 마리의 토끼처럼 각자의 방향과 각자의 논리로 관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산하는 경우를 본다. 이때 기업가와 구성원은 어떻게든 그 잡히지 않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보기 위해 애쓰며 뛰어다니다가 소진된다. 운 좋게 잡을 수도 있다. 역량이 매우 뛰어난 누군가는 잡는 일을 어려워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일은 다른 시점에 다른 사람에 의해서는 다시 반복되기 어렵다.

정 대표의 표현을 받아서 좀 더 상상해보자. 썰매에 두 마리의 썰매개를 매었다. 그 두 마리는 서로 떨어지기도 하고 붙기도 하며, 앞서기도하고 뒤쳐지기도 하며 결국 썰매를 하나의 방향으로 끌고 간다. 그들 사이가 크게 벌어지면 각 개가 노력하는 만큼 썰매가 잘 전진하지 못한다. 그러나 너무 붙어버리면 서로의 발이 얽혀 넘어지거나 충돌이 날 수 있다. 적절한 거리에서 적절한 호흡으로 같이 달려야 하는 것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좋은 가치의 흐름은 두 마리가 동시에 달리는 것과는 다소 다르다. 일종의 인과관계와 선후관계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하나의 방향을 두 개의 가치가 함께 추진한다는 것과 그 가치 사이의 적절한 거리와 시너지가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충분한 함의가 있다.

이 관점으로 볼 때 우리 소셜벤처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간에 좋은 연결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검토할 수 있는 쉬운 한가지 방법을 제시하며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다. 이 방법은 항상 맞지는 않지만, 꽤 높은 확률로 가치흐름의 상황을 점검하기에 유익하다.

매우 간단하게 “우리 사업에서 지금 당장 사회적 가치 부분을 도려내면 사업은 어떻게 되는가?”를 보면 된다. 말하자면 두 개의 가치가 얼마나 긴밀하게 엮여 있는지, 인과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는 사회적 가치를 떼어내면 오히려 당장의 수익성이 더 좋아지거나 사업의 기회가 넓어지는 상황을 볼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 역시 좋은 사업일 수 있고, 어떻게 보면 희생을 해가면서까지 사회적 가치를 챙기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시너지를 내는 가치흐름 측면에서는 개션할 여지가 있을 가능성 역시 높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느라 분주했던 팀들이 점차 모델의 개선과 새로운 도전의 열매를 통하여, 두 마리 썰매개가 이끄는 쾌속 썰매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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