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인권영화제' 포스터./사진제공=서울인권영화제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서울인권영화제’가 온라인을 통해 상영작 9편을 선보인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조명하고, 누구도 소외되거나 고통받거나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전한다.

영화제 기간인 오는 19일까지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다양한 작품을 상영한다. 홈페이지(www.covid19shrff.org)에 접속하면, 24시간 동안 자유롭게 재생이 가능하다.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로그인 없이 무료로 볼 수 있으며, 한국어 자막 해설 및 한국 수어통역 영상을 제공해 관람의 문턱을 낮췄다. 오는 10~11일 인권활동가와 함께하는 라이브토크를 진행하고, 12~19일에는 모든 작품을 재상영한다.

서울인권영화제 측은 “확진자와 사망자의 숫자에 가려진 사람과 관계, 장면과 사건을 말해야 한다. 차별과 배제로 인한 위기의 불평등이 우리 모두의 사회적 재난임을 외쳐야 한다. 바이러스를 넘어 차별과 배제와 혐오가 사라진 세상을 상상해야 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떠올리고, 기억하며, 우리는 더욱 더 연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관객을 만나는 9편의 작품을 각각 소개한다.


'컨베이어 벨트 위의 건강(Health Factory)' 스틸 이미지./사진제공=서울인권영화제

# 문 밖으로: 자유를 위한 투쟁(We’ll Be Alright, 알렉산드르 쿠즈네초프, 프랑스, 78분)

틴스코이 장애인 수용시설에 보내진 ‘율리아’와 ‘카쨔’가 시민으로 살아갈 자격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국가는 그들에게 덧셈 뺄셈 질문을 하고, 기억력 측정을 위한 시험을 보며, 자해 여부 확인을 위해 소매를 걷으라고도 한다. 국가가 누구에게 시민으로 살아갈 자격을 부여하고 어떤 이에게서 그것을 박탈하는지를 보여준다. ‘보호’라는 이름으로 격리된 채 코로나19를 피해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 컨베이어 벨트 위의 건강(Health Factory, 호바르 부스트니스, 노르웨이, 58분)

공공의료 시스템을 가졌던 노르웨이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관련 예산을 대폭 줄였다. 병원은 치료에 집중하기보다 어떻게 더 돈을 벌 수 있을지 고민한다. 작품은 ‘환자에 대한 지지와 위로는 어떻게 가격을 정할 수 있을까?’ ‘질병에 가격이 매겨질 수 있는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의료 산업화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코로나19로 드러난 한국사회의 공공의료 취약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 (테)에러 (t)error(데이비드 필릭스 서트클리프, 리릭 카브랄, 미국, 84분)

테러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인에 대한 감시를 꼬집는 작품이다. 국가기관이 정보원을 통해서 민간인을 어떻게 감시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의 책, 나의 페이스북, 나의 종교활동까지 지켜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다수의 안전을 위해 확진자의 동선, 휴대폰 GPS, 카드 결제내역, 주변인 목격담까지 공개되는 현실에 질문거리를 던진다.

'피난하지 못하는 사람들(Left Behind: Persons with Disabilities from 3.11)' 스틸 이미지./사진제공=서울인권영화제

# 청소(Cleaning, 김정근, 한국, 8분)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이 한창이던 시기, 지하철 청소 노동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모두가 광장으로 나서던 때, 한 노동자는 “근데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달라지겠습니까, 사실 큰 기대는 안합니다”라고 말한다. 코로나19 시대, 정부에서는 ‘가능하다면 재택근무를 할 것, 사람 사이에 충분한 거리를 두고 손을 자주 씻을 것, 아프면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쉴 것’이라는 예방책을 제시하지만, 여전히 그럴 수 없는 노동자들이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

# 야간근무(Night Shift, 김정은, 한국 27분)

이주노동자 ‘린’은 좋은 기회를 찾아온 한국에서 잦은 야간근무에 시달린다. 하루는 직장동료 ‘연희’와 주말에 바닷가에 놀러가려 하지만, 공장장은 린에게 주말 휴가를 내어줄 생각이 없다. 린은 “그럼 연희는요?” “한국 사람들은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희는 또 다른 꿈을 품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려 한다. 코로나19와 싸우는 동안 한국에서는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일어났고, 유럽에서는 아시아인에 대한 적대가 나타난 상황을 떠올려보게 한다.

# 피난하지 못하는 사람들(Left Behind, 이이다 모토하루, 일본, 74분)

동일본 대지진에 이은 쓰나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피해를 입은 장애인의 증언을 기록한 작품이다. 방사선 노출 위험으로 인한 정부의 “대피하라”는 지시는 모두에게 똑같이 닿을 수 없었다. 휠체어에서 내릴 수도, 화장실에 제대로 갈 수도 없는 대피소의 상황도 담겼다. 코로나19 등 재난 상황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돌봄 정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멈출 수 없는 청년들(Youth Unstoppable)' 스틸 이미지./사진제공=서울인권영화제

# 멈출 수 없는 청년들(Youth Unstoppable, 스텔라 주웰 켐커, 캐나다, 89분)

교토의정서, 코펜하겐?칸쿤 기후회의를 거쳐 파리협약이 체결된 후 그레타 툰베리까지. 기후변화 의사결정권자에 맞서 싸우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홍수로 마을이 없어진 슬로베니아, 가뭄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네팔, 펜실베니아주 만한 오일쓰레기가 있는 캐나다 등 전 세계에서 모여든 청년들의 기후운동 과정을 담았다. 신종 감염병이 반복 발생하는 현 시점,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후위기의 문제점을 꼬집고 지금 당장 대응에 나서자고 강조한다.

# 사고 파는 건강(Health For Sale, 미셸 멜라라, 알렉산드로 로씨, 이탈리아 53분)

약 공급을 제약회사에 맡겨두는 시스템에서 우리는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세계무역기구의 트립스(TRIPS)는 제약회사에 20년의 특허를 주어 시장에서 독점적으로 약을 공급할 기회를 부여한다. 제약회사는 자신들의 이윤에 따라 가격을 인상하거나 약 공급을 중단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발생한다. 코로나19로 백신과 치료제가 중요해진 현 시점, 의약품 공급이 보다 공정하고 평등하게 이뤄져야 함을 주장한다.

# 퀴어의 방(Queer Room, 권아람, 한국, 29분)

집과 가족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위협 받았던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비건, 동성애자, 트렌스젠더인 나로서, 누구도 함부로 문을 걷어차 열 수 없는 방을 꿈꾼다. 코로나19 이후 국가는 “집에 있으라”고 권고하지만, 집이 결코 안전하지 않은 공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이태원발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후, 성소수자에 대한 조롱과 멸시, 혐오와 낙인을 찍었던 우리 사회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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