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 관련 분쟁은 매우 흔하다. 혹자는 “건설공사에는 클래임(claim)이 내장(built-in)돼 있다”라고도 말하며, 어느 법원에나 건설전담재판부는 있다. 그만큼 소송 등 분쟁이 많다는 것. 흔한 유형인 추가공사대금 분쟁에서 ‘내역서’라는 서류의 의미를 살펴보고, 분쟁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공사에서 내역서란 해당 공사를 위해 공사업자가 시공하는 상세 항목을 기재하고, 그 단가와 수량을 기재한 서류를 말한다. 예를 들어 ‘강제전선관 500미터 시공, 1미터 시공에, 재료비 단가 2천원, 노무비 8천원’과 같은 내용이 상세히 적혀있다. 내역서는 도급계약서에 첨부되기도 하고, 첨부되지 않더라도 계약서에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소규모 공사에서는 수급인이 공사 상세 항목을 기재한 견적서를 제출하고, 이를 내역서에 갈음하기로 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공사 완료 후 원래 도급계약서에 기재된 금액보다 추가로 공사대금이 청구되는 경우, 내역서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바뀐다는 것이다.

당신이 건축주이고 공사업자와 사이에 총액 얼마에 공사해 주기로 약정했다고 가정해보자. 공사업자가 내역서에 포함돼 있지 않은 항목을 시공했다면서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한다. 건축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당신. 일위대가니, 품셈이니, 간접비니 하는 등의 단어는 전혀 모른다. 내역서에 구체적으로 무슨 공사 항목이 적혀있는지도 모르고, 계약서에 기재된 금액만 지급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공사업자가 추가공사대금을 달라고 한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반대로 당신이 공사업자인데, 건축주로부터 공사 현장에서 이것저것 시공해 달라고 말로 요구를 받았다. 당신은 다급하게 돌아가는 공사 현장에서 나중에 정산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건축주가 요구하는 사항이 내역서에 포함된 건지 모를 수 있다. 또 내역서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사실을 알아도, 건축주에게 서류로 추가 비용이 얼마가 더 든다는 것을 확인받기는커녕, 구두로도 추가공사라는 사실을 알리지 못 할 수도 있다. 공사업자는 추가공사로 본인이 예상한 것보다 비용을 훨씬 많이 들여서 공사했지만, 건축주로부터 최초에 정액으로 정한 공사대금 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이러면 공사업자 입장에서도 억울할 것이다.

첫 번째 사안의 경우, 건축주가 공사업자로부터 예상치 못한 추가공사대금청구를 당하지 않으려면, 공사도급계약 체결 당시 ‘특약’을 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공사업자는 내역서에 기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구조 또는 기능상 필요한 사항은 모두 추가공사대금 없이 시공하여야 한다’ 혹은 ‘건축주가 서면으로 동의하지 않는 경우 추가공사로 인정하지 아니한다’ 등과 같은 내용을 요구해 볼 수 있다.

두 번째 사안의 경우, 공사업자가 추가로 비용을 들여서 공사했지만 추가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를 방지하려면, 내역서를 확실한 계약 문서로 만들어야 한다. 공사도급계약서에 내역서를 편철하고, 낱낱이 간인(상호연관 증명을 위한 도장)까지 해야 하며, 더 나아가 공사도급계약서 내역서에 없는 항목은 추가공사라는 취지의 조항까지 삽입하면 더욱 좋다.

필자는 양자 모두의 편에서 소송을 수행해봤다. 국책사업처럼 규모가 꽤 큰 공사에서의 추가공사대금 분쟁도, 인테리어 공사처럼 비교적 소규모 공사 분쟁도 경험했다. 기본적인 법리는 모두 같다. 원도급계약에서의 공사 범위(원공사의 범위)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이다. 원공사의 범위 쟁점만 해도 실제 분쟁에서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기는 하지만, 그 중 대표적인 유형이 원공사 범위를 내역서에 기재된 항목으로 한정할 것인지 여부다. 물론 대규모 공사에서는 내역서 자체는 당연한 서류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내역서가 도면 및 현장의 상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등 사유가 있어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건축주는 원공사 범위가 내역서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특약을 요구하는 게 유리하다. 내역서를 이해할 자신이 없거나, 내역서가 모든 공사 항목을 포함하는지 확신이 없다면 말이다. 그리고 공사업자는 내역서를 공사계약서 뒤에 편철하고, 간인까지 하는 등 조치해 확실히 계약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건 기본이고, 필요한 경우 특약을 요구해야 한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