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서구에는 중증 장애인, 노인, 다문화가정, 비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립의 기회를 만들어 주는 사회적 기업이 있다. 바로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다.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는 2006년에 시작된 장애인복지단체다. 비영리 장애인 복지단체이지만 수익 창출을 위해 용지, 인쇄, 사무용품 제조업을 수행한다. 그 이유는 국가의 금전적 지원을 받지 않고, 자활하자는 설립 취지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다. 경제활동에 필요한 사회적기업 인증, 중증장애인시설 인증, 친환경 인증 등을 획득하는 노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해 사회적 기업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 전경

 

공동체적 삶을 실현하는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의 기본 모태는 장애인, 비장애인, 그리고 사회적 취약계층이 함께 모여 지역 사회에서 공동체적인 삶을 이루어 가는 것이다. 가족 공동체의 개념이다. 직원의 90%가 사회적 취약계층이다 보니, 작은 것 하나라도 세심하게 신경 쓰지 않으면 직원들이 따라오기 어려워한다. 따라서 서로 등을 맞대고 도우며 살아가는 공동체적인 삶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예로 유연 근무제를 꼽을 수 있다. 직원 특성상, 오랫동안 근무하거나 늦은 퇴근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10시에 출근하고 5시에 퇴근하는 근무 형태를 갖추고, 국가에서 시행하는 출산 휴가와 유급 휴직을 100% 보장한다. 그래야만 사회와 단절이 생기지 않고, 사회적 기업의 응당한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는 회칙으로 자활, 근면, 봉사 세 가지를 내세운다. 윤 대표는 이 중 봉사를 가장 강조하는데, 매년 서울의 노인정 네 곳에 버스를 지원하고 김장 담그기 행사 등을 꾸준히 지원하며 봉사 정신을 실현하는 중이다.

업무중인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 윤기상 대표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의 시작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는 ‘인연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윤기상 대표의 신념과 함께 시작했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 윤 대표는 본래 사업가였는데, 우연한 기회에 장애인 단체의 대표와 함께 사업을 하게 됐다. 장애인들과 어울리고, 일을 함께하다 보니 친분을 쌓고,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된 것. 그러던 중, 같이 일을 하던 대표가 의도치 않게 사업에 실패해 윤 대표 또한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고, 장애인 단체의 장애인들은 갈 곳이 없는 상황이 되었다. 윤 대표는 "한 겨울날, 장애인들이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는데, 가보니 장애인들이 지내는 곳의 보일러가 터져 집이 물바다가 돼 있었다"고 회고했다. 윤 대표는 차마 그들을 외면할 수 없었고, 장애인들과 함께 지금의 진흥회를 운영하게 됐다. 놀라운 점은 윤 대표에게 도움을 청했던 장애인들이 지금도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에서 근무한다는 것.

인연의 연속

윤 대표는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인연을 끝까지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한다.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가 설립된 이래로, 거래처를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인연을 소중히 여김을 알 수 있다. 기업은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 기본임에도, 가격 비교나 할인 요소 등을 따지지 않고 거래처와 계약한다. 윤 대표는 그래야만 평화롭고 밝은 사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윤 대표의 지조는 회사 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사내 조직도가 없다. 수평적이고 서로 존중하는 평등한 조직임을 강조한다. 직원들이 대표에게 결재를 받는 시스템도 없다. 담당자의 시스템에 의해 결재가 진행되는 방식이다. 윤 대표는 꼬투리를 잡다 보면 갈등 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갈등을 최소화하여 인연을 끝까지 갈 수 있도록 노력하다 보니 현재의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현장 근무 모습

 

사회적 경제를 통한 부의 편중 해소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에는 가족 간의 갈등 문제를 겪고 있는 장애인 근로자가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이 주된 이유였다. 근로자의 아버지는 근로자를 체벌하기도 하는 등 가족 내 문제가 컸다. 이런 문제도 근로자가 급여를 받아 가족에게 보탬이 되고, 사회활동을 하면서 해결됐다. 다문화 가정의 근로자 또한 경제활동을 하며 가정의 단절 문제가 해결되는 등 효과를 내왔다.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는 연 1회 ‘가족의 밤’이라는 행사를 개최한다. 회사 내 모든 직원과 직원들의 부모님들까지 초대해 음식도 대접하고 친목을 다지는 행사이다. 윤 대표는 "떨어져 있었던 가족들이 재결합하고, 갈등 문제가 치유되는 모습을 보고 굉장한 보람을 느꼈다"고 말한다.

윤 대표는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과 사회적 문제 예방 차원에서 단순히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급여를 지급하는 미시적 효과보다, 장애인 근로자 외에도 그 가족의 정상적인 삶과 지역사회로부터 도움받던 장애인들이 소비자로서 지역사회를 살리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해야 할 역할을 생각해보면 거시적 효과가 더욱더 크다고 여긴다.

"사회임대주택을 통한 사업 모델 다각화"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의 직원들은 공통으로 주택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현재는 회사가 직원의 복리후생을 위해 전세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해주거나, 회사에 공을 세운 직원에겐 5천만 원 가량의 무상 주택 자금 지원을 해주기도 한다. 국가 산업표준의 임금 체계를 따르다 보니 급여가 높지는 않아도, 직원들을 위해 주택 지원의 형태 라도 지원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현재는 이러한 지원을 넘어, 사회 임대주택을 건설 중에 있다. 회사와 5분 거리에 있던 폐공장 부지를 재개발하여 4층 규모의 건물을 지어, 주택 임대 사업을 시작하려고 한다. 주변 주택 시세의 80% 수준으로 직원들뿐만 아니라 청년들에게 입주 기회를 제공하면 사회 공헌도 실현하고,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수익을 통해 직원들에게 특별 수당까지 지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오너가 모든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 아닌, 기업이 성장한 것을 다시 되돌려 주는 진정한 사회적 기업을 실현하고 싶다는 뜻이다.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 윤기상대표와 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1기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가 생각하는 영향력

윤 대표는 영향력을 조심스럽게 말한다. "‘선함’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윤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선한 마음이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고 한다. 다른 사회적 기업에 되도록이면 영향력을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다른 사회적 기업에 후원도 많이 했지만, 그 마음이 제대로 전달된 적이 많지 않아 현재는 후원자를 밝히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후원을 하고 있다. 영향력을 끼치면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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