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스러운 자들은 서로를 먹으며, 조용한 자들은 서로를 속인다. 이 것이 이 세상의 움직임이다.'

우울하기 짝이 없고 냉소적인 쇼펜하우어. 아마도 내가 이십대나 삼십대 초반 쯤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을 읽었다면 그의 평판을 확인하면서 책을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만일 고통이 없고 권태도 느끼지 않으면, 그것으로 이세상에서 행복의 절정에 이른것이다.'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세상을 살면서 큰 고통이 없고 심심하지 않다면 정말, 정말 행복한 것이라고 말한다. ?언젠가는 자신을 ?위한 행복의 날들이 펼쳐질 것이라고 믿고 기대하는 청춘들에게는 심사가 고약한 노철학자의 악담으로 들릴 수도 있다.

'고통은 인간을 구속하지만 고통이 제거되면 이번에는 권태가 인간을 못살게 한다. 인간은 욕망덩어리지만 그 욕망을 만족시키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만족에 의해 주어지는 대가란 고작해야 고통이 사라진 상태에 불과하며, 또한 고통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곧 권태의 포로가 된다.'
결국 그는 누구도 행복을 얻지 못한다고 말한다.?그의 인생론은 이렇게 고난에 좌절하고 권태때문에 실망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무릇 어리석은 자들이 자신에 대한 혐오감으로 고민한다.'
그러나?쇼펜하우어의 비관은 자기 자신과 인생에 대한 한탄 섞인 넔두리는 아니다. ?인간과 세상의 본질에 대한 씁쓸한 깨달음이다.

'사악함이 인간 세계의 지배권을 쥐고 있으며, 우매함이 커다란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형편이나 운명은 잔혹하며 인간은 가엾다.'
세상의 잔혹한 진실에 대해서는 철학자의 말이다. ?현실적인 처세술의 달인인 마키아벨리의 말에 비하면 독설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일반적으로 인간은 감사할 줄 모르며 수다스럽고 위선자이며 위험을 피하려 하고 이익에는 탐욕스럽습니다.'

그러면 나만이라도 정말 착하고 관대한 사람이 되자! 라고 결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고 철학자와 정치가, 두 사람 모두 경고한다.

'근본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자신과 동질적인 사물 외에는 이해하고 평가하지 못한다.'?'뛰어난 장점을 보이는 자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그들 특유의 은밀한 분노를 일으킨다.'
-쇼펜하우어-

'인간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자보다 사랑을 베푸는 자를 해칠 때 덜 주저합니다.''어떤 상황에서나 선하게 행동할 것을 고집하는 사람이 선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있다면, 그의 몰락은 불가피합니다.'
-마키아벨리-

역시 독설의 지존들이다. 그들이 악명을 드높이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지나치게 똑똑한데다가 솔직하기까지 한 사람'들이 유쾌한 환영을 받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잔인하고 고독한 세상에서 어떻게 자신을 잃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설마 이대로 책을 끝내기야 하겠는가...

'우리는 쾌락 대신 지혜를, 행복 대신 깨달음을 추구해야 한다.'
쇼펜하우어는 이 세상에서 교훈을 얻을 수는 있지만 행복을 얻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인생의 고통은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사색과 지식으로 자신의 경험에서 풍부하고 깊은 의미를 얻을 수 있다.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사람은 고독 속에서도 자기 자신의 사유와 상상을 통해 탁월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자는 이 재능에 따라 사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재능을 다 가지고 태어난다. ?아리스토텔레스도 행복은 자신만의 고유한 탁월함, 즉 자신의 '아레테'를 실현해 나가는 삶에 있다고 말했다.?그리스에서 탁월함 또는 덕을 의미하는 아레테(arete)는 ?‘잠재된 본성을 최대한 실현하는 능력’을 뜻한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모두 각자의 아레테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생은 고난의 바다라고 말하는 비관론자는 역설적이게도?지금 이 순간, 삶을 있는 힘껏 붙잡으라고 이야기한다.

'용감한 사람은 천지가 뒤집히기 전에는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 그는 어떤 일이든 한 가닥 희망을 보고 험난한 파도를 향해 뛰어든다. 이런 사람에게 삶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은 빛보다는 무거운 먹구름만 의식하면서 두려워한다. 먹구름은 반드시 걷히게 마련이다. 진정한 용기를 가진 자라면 그 작은 빛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최선을 다할 것이다.'

번역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쇼펜하우어의 문장은 명확하면서도 유려하다. 내용은 솔직하고 형식은 아름답다.?당신은 아마도 이 책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씁쓸한 차 한잔같은 비관론자의 책이 ?전하고자 하는 바가 ?뜻밖에도 위로와 격려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alert style="white"]보고, 듣고, 느끼는 삶.?맑은날 작업실?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Everyday Art to be in Love with Life! ?[/al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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