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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이의 불공정 문제를 지적하면 ‘우리는 한국형 프랜차이즈라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한국형’이 가맹점에게도 긍정적인 의미가 될 수 있도록 프랜차이즈 문화와 제도를 바꿔나가야죠” 

한국 최초로 가맹점주들이 모여 만든 ‘미스터피자구매협동조합’(이하 미피구매협동조합) 이동재 이사장의 말이다. 그는 미스터피자 산본점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지난 2018년부터 미피구매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다. 

이동재 미스터피자구매협동조합 이사장./사진제공=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미피구매협동조합은 2018년 미스터피자 본사의 ‘갑질’ 논란 후 가맹점주들의 공정한 물품 구매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초기 7~8명의 가맹점주들이 시작한 미피구매협동조합은 어느덧 53명의 조합원들이 함께하고 있다. 점포로 따지면 60곳이 가입했다.

“2019년 말부터 올해 초에 가입한 분들이 꽤 됩니다. ‘협동조합이 과연 얼마나 싸게 공급할 수 있겠나’하고 지켜만 보던 사장님들이 본사대비 20~30% 정도 저렴하게 하는 걸 보고 가입하시더라고요.”  

보통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들이 반드시 본사로부터 구매해야 하는 ‘필수품목’을 지정하고 이때 생기는 물류 마진으로 수익을 낸다. 이 이사장은 “물류 마진에서 2% 수준의 최소 수익만 가져가는 게 본사보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 물류 공급부터 본사 견제까지…“가격 보는 눈 생겼다”

이동재 이사장이 운영하는 미스터피자 산본점 내부./사진제공=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직접 가맹점에 물품을 공급하기 위한 본사와의 협상은 1년 넘게 이어졌다. 마침내 서울시의 중재로 식당 운영에 필요한 물품 중 30%를 본사의 필수품목에서 제외시켰다. 

이 이사장은 “필수품목 제외는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전국 유통이 가능한 물류 업체를 구하는 게 난관이었다. 이사장과 이사들의 노력 끝에 지난해 2월부터 조합은 전국에 안정적으로 물품을 공급 중이다.

그는 “본사를 견제하는”게 협동조합의 또 다른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사가 협력을 위해 나선다면 우리는 항상 열려있다”며 본사와의 상생에 대한 의지도 전했다. 

“직접 물품을 구매하기 전과 달리 협동조합을 시작하고 시중에 유통되는 물품 가격을 보는 눈이 생겼습니다. 신제품이 나오면 본사에서 납품하는 식자재 가격이 과도하느냐, 안 하느냐를 협동조합 안에서 논의할 수 있게 된 거죠. 저희가 취급하지 않는 품목이라도 시중 가격보다 과하게 비싸면 본사에 의견을 냅니다. 지난해 실제로 건의해서 가격을 인하시키기도 했어요.” 

# 맞춤형 도움이 가장 중요 “가려운 곳 정확히 긁어주길” 

미피구매협동조합을 출범하고 운영하면서 서울시 등의 도움을 받았다./사진제공=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미피구매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성장하기까지 서울시와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등 여러 기관의 도움이 있었다. 

서울시는 협상을 중재한 후 소셜 프랜차이즈, 일자리 연계 사업 등을 통해 조합을 지원했다. 서울시협동조합은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기 위한 컨설팅을 제공했다. 이 이사장은 “하나하나 전부 소중한 도움”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일례로 ‘호민관 일자리 사업’은 서울시에서 사람을 뽑아 배정하는 방식이라 조합 측에 인사권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연령이나 능력 면에서 필요한 일과 잘 맞지 않는 인원이 배정되기도 했다. 

“지원받는 조합 입장에서 가장 좋은 건 ‘가려운 데를 정확히 알고 긁어주는’ 도움입니다. 서로 자주 얘기하면서 조금 더 필요에 맞는 지원이 이뤄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꼬시네로’ 출범, 착한 프랜차이즈 본사에 도전한다 

미피구매협동조합은 물류공급을 넘어 새로운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꼬시네로’라는 자체 브랜드의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꼬시네로는 미피구매협동조합이 만든 요식업 브랜드로, 요리사를 뜻하는 스페인어 ‘COCINERO’에서 따왔다. 한국어 발음으로도 ‘꼬시다’를 연상케 해 ‘지나가는 사람들을 사로잡자’는 의미도 담겨있다. 

꼬시네로는 폐업한 점주들이 기존에 쓰던 장비를 활용하는 등 최소 비용만 재투자해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메뉴를 고민하고 있다. 현재 샌드위치와 분식을 중심으로 레시피를 개발 중이다. 

이 이사장은 “꼬시네로가 자리를 잡아 ‘착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선두주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피구매협동조합이 직접 본사가 돼 기존 한국형 프랜차이즈의 정의에 도전한다.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에 존재하는 본사의 갑질과 횡포를 구조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생각해낸 방식이다.  

“10~20년 가게를 운영한 사장님들은 저마다의 노하우가 있습니다. 그런 노하우를 활용해 직접 레시피를 개발하고 소비자의 반응을 모아서 본사에 알리면, 서로 소통해서 함께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겁니다. 본사가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가맹점에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방식이 아니죠. 남은 임기 동안 미피협동조합과 꼬시네로를 통해 한국형 프랜차이즈를 긍정적 의미로 바꾸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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