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가치(Social Impact)’가 화두다. 최근 공공기관도 일반기업도 비영리단체도 경영활동에 사회적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이번 제21대 국회 제1호 법안이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일 정도로, 사회적가치 창출이 기본값이 되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가치란 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평가하고 반영해야 하는 걸까.

‘CGSI(Consultative Group for Social Impact)’는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소셜벤처다. 사회적가치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소셜 임팩팅 그룹으로, 기관?기업의 활동에 사회적가치 반영?평가를 지원하며 컨설팅?교육을 담당한다. 사회적가치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평가와 측정 활용 전략을 연구하며, 국내외 우수 사례를 발굴해 수집한다. 이를 모아 사회적가치 아카데미를 열고, 책을 출간하는 등 대중에게도 공유해 사회적가치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사회적가치’ 관심 8人 의기투합해 설립…연구 및 컨설팅

소셜 임팩팅 그룹 'CGSI'를 설립하고 이끄는 최인석 매니징 파트너./사진제공=CGSI

앞서 대통령비서실 정보통신기술 정책 행정관,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 정책?CSR 담당, 세계은행(WB) 컨설턴트, 비영리단체 ICT Hope 상임이사,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어드바이저 등 민관을 오가며 다양한 섹터에서 활동해온 최인석 매니징 파트너를 중심으로, 지난 2018년 CGSI가 설립됐다. 은행, 광고회사, 컨설팅, 시장조사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사회적가치에 관심을 둔 8명이 의기투합해 8개월 이상 스터디를 거친 끝에 회사를 세웠다.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최 파트너는 영국에서 사회적가치가 활발히 논의되는 과정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특히 2012년 ‘공공서비스 사회적가치 법(Public Services Social Value Act)’이 통과된 이후, 영국에서는 사회적기업?소셜벤처?비영리단체가 활동을 통해 창출해내는 ‘공공가치(Public Value)’ ‘시민적 가치(Civic Value)’ 즉, 사회적가치가 크게 부상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경제적가치와 사회적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의 개념을 소개하면서 민간기업으로 확장됐다. 한국에서는 2014년 당시 문재인 의원이 처음 ‘공공기관 사회적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 발의안’을 내면서 논의됐고,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사회적가치가 국정운영 철학으로 본격 세워지고,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에 반영되는 등 강화되는 추세다.

신자유주의 반작용→ 시대정신 변화→ 국가?기업 움직임 

최인석 파트너가 지난해 개최한 아카데미에서 청중에게 '사회적가치' 개념을 설명하는 모습. 서울에서 여는 행사에 지역 곳곳에서 찾아올 정도로 관심이 높다./사진제공=CGSI

용어와 맥락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사회적가치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최 파트너는 “빈부격차, 환경오염 등 신자유주의 폐해가 심화하면서 시대정신이 변화하는 중”이라며 “기업의 목적은 공공연하게 주주의 이익확대와 이윤창출였지만, 이제는 사회적가치 창출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파도가 왔으니 적극적으로 흐름을 타야할 때”라는 생각을 밝혔다.

국내에서는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에서 먼저 사회적가치 창출에 앞장서면서 CGSI는 공공기관과 함께 관련 내용을 연구하고 전략을 짜왔다. 최 파트너는 “만약 이번 국회에서 ‘사회적가치 기본법’이 통과된다면 정부부처?지자체?산하단체 등으로 공공기관의 범위가 확대되고, 저마다 기본계획을 세우고 해마다 실적평가를 하는 등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CGSI는 기업이 경영활동 전반에 사회적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개념과 모델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이 사용 가능한 사회적가치 반영 툴을 개발해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도록 돕는다. 제품?서비스를 생산하는 전 과정인 ‘가치사슬(Value Chain)’ 개념을 강조하며 어느 단계에 사회적가치 반영이 가능할지 함께 고민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은 채용 단계, 또 다른 기업은 제조?생산이나 마케팅?영업 단계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반영?창출하게 된다. 

앞서 사회적가치에 대한 이론이나 논의가 구체적으로 축적되지 않아 이에 대한 국내 연구는 사실 불모지 상태에 가깝다. 최 파트너는 “새로운 내용을 찾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CGSI의 콘텐츠가 다소 미흡할 수 있지만, 담론 수준에서 끝내지 않고 실제 변화까지 이끌어내는 방법까지 늘 고민하려고 한다”면서 “학문적으로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기존 개념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라고 말했다.

무료 아카데미, 모든 자료 공개…“누구나 사회적가치 이야기하길”

지난 6월 서울 종로에서 열린 사회적가치 아카데미 현장. 코로나19 여파에도 많은 청중들이 사회적가치에 대한 강연을 듣기 위해 모였다. 최 파트너는 수영복 브랜드 '크로매트(chromat)'가 플러스사이즈, 장애인 모델 등을 내세우면서 소비자와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소개했다./사진=양승희 기자

CGSI은 그동안의 연구, 사례 등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해 2월부터 대중을 대상으로 사회적가치를 알리는 아카데미를 진행 중이다. ‘평가와 측정’ ‘공공기관?비영리단체?소셜벤처 대상 사회적가치 실현’ ‘소셜디자인’ ‘비지니스 모델 개발’ ‘포용적 가치사슬’ 등 다양한 주제로 강연했다. CGSI가 입주한 강동구 소셜타운에서 아카데미를 열다가 지난달에는 종로구 창성동 실험실에서 처음 개최했는데, 70명이 신청해 조기 마감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아카데미를 무료로 열고, 자료 전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이유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적가치를 알려 같이 고민하고 생각했으면 한다”는 바람에서다. 누구든 보고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이 CGSI의 사회적가치 실현 방식이기도 하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행사가 어려워지면서 7월부터는 온라인으로 전환해 아카데미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회적가치 관련 저술 활동도 꾸준히 추진 중이다. 지난 3월에는 ‘사회적가치와 비즈니스: 착한기업이 세상을 바꾸다’를 출간했다. ‘올버즈’ ‘파타고니아’ ‘크로매트’ ‘에버레인’ ‘베제아’ 등 사회적가치를 반영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에 성공한 기업들을 사례를 분석했다. 올 하반기에는 ‘공공부문’ ‘가치사슬’ 등을 주제로 한 신간을 차례로 소개한다는 목표다.

‘사회적가치와 비즈니스: 착한기업이 세상을 바꾸다’ 표지 이미지./사진제공=지형

향후 CGSI는 사회적가치 워크숍을 테마로 한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기업이나 기관에서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워크숍을 사회적경제 기업과 연계해 보다 가치 있는 활동으로 만드는 것이다. 워크숍 주최 기업 입장에서는 워크숍을 통해 사회공헌이 가능하고, 사회적경제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홍보할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

“어떤 일의 ‘의미’를 찾고 발견해주는 것이 CGSI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환경을 생각하고 지속가능함을 고려하면서 불평등을 해소하는 활동들이 어쩌면 별것 아닐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환경적?사회적 의미를 부여하고 우리의 삶과 연결한다면, 분명 기업은 다른 방식으로 일하고 소비자는 제품을 달리 해석하게 돼요. 작은 사례들이 모이면 큰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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