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기의 세상읽기] 21. 슬기로운 기부문화의 첫 단추는 신뢰
[백선기의 세상읽기] 21. 슬기로운 기부문화의 첫 단추는 신뢰
  • 이로운넷=백선기 책임 에디터
  • 승인 2020.07.01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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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는 소통으로 풀고
회계 관리는 투명하게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정의연 사태는 우리 사회에 비영리재단의 투명성과 책무성 문제를 다시 불러일으켰다. /사진출처= 국립여성사전시관(사진= 백선기)

 

“혹시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곳이 있나요?”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 대표들과 인터뷰 때 마다 종종 던지는 질문이다.

 

“비영리단체와 함께 일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저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후원할 곳을 찾아봤어요. 진정성 있고 투명한 곳으로요.” -- 이남희 스트레스컴퍼니 대표

 

이 대표의 최종 목적지는 한 명의 아동·청소년이 자립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돕는 멘토링 전문 비영리법인 '러빙핸즈'였다.

러빙핸즈는 매년 결산 보고를 통해 후원금 사용 내역을 공개한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총 기부금 모금액과 활용 실적, 기금별 현황, 후원자 현황 그리고 매월 사업 보고와 예산 내역의 세부사항을 공개한다. 

박현홍 러빙핸즈 대표는 “후원자들의 돈이 쓰이기 때문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라면서 “아울러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소통을 잘해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것도 중요한 미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오해를 많이 사는 부분이 운영비”라고 말했다. 

 

“ 후원자들은 본인의 후원금이 100% 수혜자에게 돌아가길 원합니다.  하지만 일을 수행하려면 사무실도 운영해야 하고 직원들 급여도 줘야 합니다. 어떤 분들은 비영리재단은 급여 없이 일하는 줄 압니다. 그래서 흔히 ‘아, 좋은 일 하시네요’라면서 자원봉사자들로 알아요. 미국의 경우 기부금 현황과 사용 내역뿐 아니라 대표자들의 연봉도 공개합니다. 투명성과 개방된 데이터야말로 기부를 확산시킨다고 믿기 때문이죠.”

 

러빙핸즈의 경우 후원금의 70%를 수혜자인 아이들을 위해 쓰고 30%는 운영비로 쓴다. 하지만 후원자들 상당수가 운영비 30%가 많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지정 후원의 경우 15%만 운영비로 차감하는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아가고 있다.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아예 후원금을 받지 않는다.  

 

“저는 그동안 좋은 의도로 설립된 단체가 운영이 안 되다 보니 흐지부지 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어요. 때론 주객이 전도되는 걸 봐서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운영비를 명시화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한 유명 아웃도어 회사와의 해프닝도 들려줬다. 

“ 한 유명 아웃도어 회사가 1억 원을 기부할 테니 아이들 100명에게 100만 원씩 전달해 달라고 했어요. 100명의 아이들을 선발하는 것은 큰일입니다. 돈의 액수도 중요하지만 잘 전달되지 않으면 부작용이 더 큽니다. 그래서 행정비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최종 결재 과정에서 다른 기관으로 갔어요.”

 

박 대표는 “아이들의 경우 돈이 잘못 가면 더 망가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라고 덧붙였다. 

'불편함'이란 앱을 운영하는 소셜벤처 닛픽은 지난해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특정 단어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정서적 불편함을 조사했다. 불편함의 원인을 추적해 불신과 오해를 풀어보자는 취지의 공동 캠페인이다. 김준영 닛픽 대표는 “ 사람들이 기부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불편한 감정은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었다”라고 전했다. 
 
“후원금이 운영비와 인건비로 쓰이는 것에 대해 불편을 느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아름다운재단이 소통에 나섰는데 예를 들어 심리적으로 아프신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상담입니다. 이 경우 후원금의 90%가 인건비로 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후원금이 왜 인건비로 다 쓰이냐는 오해를 사게 되는 거죠.” 

최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회계부정과 기부금 유용 의혹으로 비영리단체들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정의연 후원자 중 일부는 기부금 반환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정의연은 "잘 몰라 저지른 실수는 있어도 개인적으로 기부금을 유용한 일은 없다"라고 주장하면서도 "세상에 어느 NGO가 기부금 내역을 샅샅히 공개하느냐?"라고 한다. 다른 한쪽에선 할머니들을 앞세워 기부금을 모으고선 목적과 다른 엉뚱한 곳에 후원금이 쓰였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공은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아무쪼록 명명백백하게 진상을 규명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영리 법인의 투명성과 책무성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선한 뜻을 가진 후원자들의 무관심 속에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후원이 이뤄지지 않고 후원자와 비영리기관 사이에 불신의 골만 더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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