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사회안전망 4.0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사회안전망 4.0과 기본소득제’ 토론회에서 ”미래통합당은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고 말하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범위내에서 한국식 기본소득제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회안전망 4.0 포럼과 제주연구원 공동 주관으로 열린 이 행사에서 김위원장은 '한국식 기본소득' 검토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 대표는 보수 정당의 리더로서 기본소득이 불평등과 4차산업혁명 이후 일자리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주장한 바 있으며, 이후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김 위원장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갖춰졌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고 있지만, 약자를 보살피기엔 아직 충분하지 못한 여건”이라며 “불평등을 시정하지 않고 과연 국민이 행복한 나라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4차산업혁명 시대에 기본소득제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4차산업혁명이 도래하면 미국의 일자리 중 47%가 없어질 것이라고 예견한 영국 옥스퍼드대 칼 프레이 교수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소비능력이 반감되면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4차산업혁명에 따른 대량실업을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를 두고 다양한 논의가 분분한 상황”이라며 “그런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여기고 실정에 맞는 범위 내에서 한국식 기본소득제를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이날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며 기본소득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원희룡 지사는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기후변화, 디지털 인공지능을 거론하며 “대전환, 대가속의 시기에는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면서 “국가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3일 '사회안전망 4.0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원 지사는 “국가의 기본 책무는 △국민 역량강화 △국민 위험보장 △소득보장 △자산형성”이라고 소개한 뒤, “4가지 국가 책무를 위해 담대한 발상과 실천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국가가 기본보장을 확대하는 여러 방안 중에 기본소득제가 있어 토론회를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안전망 4.0 정책토론회’에는 미래통합당 윤창현 의원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등도 참석했다.

주최측은 더불어민주당에도 참석을 요청했으나 당론으로 기본소득이 채택되지 않아 토론회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사회안전망,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한 첫 발제는 장영신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이 진행했다. 장영신 실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적 위험으로 ▲소득분배의 문제 ▲불평등, 양극화 심화 ▲성장의 문제 ▲고용불안, 고용절벽 ▲복지재정 중복 문제 등을 거론했다. 

장 실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 중심의 지능정보사회를 목표로 사회적 신뢰 기반의 혁신적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며 “보편적 사회수당 확대 또는 기본소득 도입과 다양한 사회서비스의 확장 및 융합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원재 LAB2050 대표는 기본소득 쟁점과 대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대표는 먼저 기본소득의 정당성은 인간 존엄성을 보장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존엄성을 가지지만 이를 제도로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며 “현금은 균질적이다. 모두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제가 인간 존엄성 실현에 가장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원재 LAB2050 대표가 '기본소득, 쟁점과 대안'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또한 그는 “보수·진보 할 것없이 기본소득 논의가 시작됐는데 흐지부지되면 안된다”며 국가기본소득위원회 설립, 기본소득법 제정, 지역별 기본소득 실험 등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3가지 제안을 소개했다. 

발제 이후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기본소득 논의를 둘러싼 다양한 주장들이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기본소득 논의 과정에서 재원 마련 방안이 쟁점이 될 것이라며 증세논의를 피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용 의원은 “기본소득당은 시민재분배기여금, 탄소세, 토지보유세 등 목적세를 신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증세논의를 피하지 않는다”며 “세금을 낸만큼 돌려받는다는 점을 국민에게 강조하면 조세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증세없는 기본소득을 도입하자고 할 경우, 기존 복지예산을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며 “기본소득제 도입 정당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23일 '사회안전망 4.0 정책토론회' 토론시간에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창현 의원은 기본소득 논의와 함께 성장에 대한 논의도 수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 전체 파이를 키우는 이야기는 안하고, 기본소득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산을 가진 사람에게 세금을 내도록 하면 된다는 주장은 무책임하다”며 “고소득자들도 국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안심소득제’를 기본소득제보다 나은 대안으로 제시했다. ‘안심소득제’란 연소득이 일정액에 미달하는 가구에 미달소득의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기본소득제가 가지고 있는 효과를 살리면서 동시에 노동의욕을 고취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조정훈 의원은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는 고용없는 성장을 준비해야 한다”며 “고용중심의 안정이 아닌 생활중심의 안정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본소득제를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 교수는 기본소득제로는 빈곤 및 양극화를 해소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생산성에도 기여할 수 없다는 비판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양 교수는 기본소득제보다 취약계층 대상 복지를 늘려 사회안전망 전반을 확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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