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자 반희담협동조합 대표를 경기도 광주시 작업실에서 만났다./사진=노산들 인턴기자

“통이 넓은 앞치마를 사려고 하는데, 한번 입어봐도 될까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사용할 방석 커버를 맞추고 싶어요.”

지난 10일 찾아간 경기 광주시 송정동에 자리한 반희담협동조합(이하 반희담)의 작업실은 매우 분주했다. 한켠에서는 한가득 제작해둔 면마스크를 포장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다른 쪽에서는 방문한 손님들을 응대하느라 바빴다. ‘이 집 물건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동네에서는 물론 도내 곳곳에서 반희담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반희담은 ‘반짇고리에 희망을 담다’라는 뜻을 담은 홈패션?수공예품 제작 전문 기업이다. 지난 2014년 경기광역자활센터, 경기광주지역자활센터에서 ‘홈패션 자활사업단’으로 출범해 에코백?파우치?손가방?모자?앞치마?베개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시장경쟁력과 품질을 인정받아 2016년 시장진입형 사업단으로 전환됐으며, 2018년 자활기업으로 정식 설립됐다. 

‘아이 셋’ 전업주부, 자활사업 통해 제2의 인생 시작

임 대표는 "과거의 저처럼 힘든 상황이지만 '자활'을 전혀 몰랐던 사람들이 자활센터를 알고, 자립할 수 있는 통로로 삼았으면 한다"며 "정말 어려울 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시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여러 방법들을 알려주신 덕분에 지금의 반희담이 있다"고 말했다./사진=노산들 인턴기자

임명자 반희담 대표(57)는 자활사업단부터 참여해 자활기업을 책임지는 사장님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결혼 후 아이 셋을 낳고 전업주부로 살림을 도맡다가 2009년 남편의 건강이 악화하고, 하던 일이 어려워지면서 가세가 크게 기울었다. 힘든 경제적 상황에서 마땅히 도움을 받을 곳이 없었던 그는 시청 복지지원팀의 도움으로 자활사업에 처음 참여했다.

마흔셋에 늦둥이 막내를 낳은 임 대표는 “다른 건 괜찮지만, 아이들 셋을 위해서라면 내가 무엇이든 하리라는 마음을 먹었다”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자활’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지역센터의 문을 두드렸는데, 단지 일자리를 연결해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다양한 교육과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다.

“제가 너무 힘들고 절실한 상황이었는데, 무엇이든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자활센터가 정말 고맙더라고요.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배우고 일했어요. 처음에는 자존감도 낮고 자신감도 없었는데, 자활을 통해 심리적 어려움도 극복하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10년 전 저희 막둥이 유치원에 보내놓고 부랴부랴 첫 출근을 했었는데, 그 아이가 벌써 중학교 3학년이 됐네요.(웃음)

교육 받으며 ‘능력’ 발견…제품 우수성?경쟁력 인정받아

반희담협동조합에서 만든 수공예품이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이천점 '30밀리 스토어'에 입점했다. 임 대표는 "지역센터, 광역센터뿐만 아니라 광주시에서 시장님까지 나서서 많이 도와주신다"면서 "많은 이들이 도와주시는 걸 보면 내가 '인복'이 정말 많은 사람이구나를 느낀다"고 말했다./사진제공=경기광역자활센터

초반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실습까지 했지만, 적성에는 잘 맞지 않았다. 다른 일을 찾던 도중 우연히 방송통신대학교 산학단에서 ‘옷 수선’ 수업을 들었고, 손재주가 좋았던 임 대표는 수료증은 물론 개근상에 표창까지 받으며 자신도 몰랐던 ‘능력’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내가 아직 할 수 있는 게 있구나, 나도 잘하는 게 많구나’라고 생각하니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이후 미싱 자활사업단을 만들고 기업 설립을 위한 단계를 하나씩 밟았다”고 이야기했다.

정식 자활기업이 되면서 지금의 공간을 얻었고, 직접 페인트칠과 인테리어를 하며 정성껏 가꿨다. 반희담 기업 로고를 실뭉치에 달팽이로 만들었는데, 느리지만 정직하게 정성을 들여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임 대표는 “얼마든지 저렴한 원단을 살 수 있지만, 늘 좋은 품질의 재료를 가져와 제품을 만든다”며 “수익이 좀 덜 남더라도 높은 품질을 고집한 덕분에 소비자들이 알아주고 찾아주는 것 같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실제 반희담을 통해 임 대표는 광주시장과 경기도지사에게 ‘자활사업 유공 표창’을 받으며 사회공헌 활동을 인정받았다. 이밖에 경기도 자활사업 최초로 ‘카카오 메이커스’ 입점, 중앙자활센터 경진대회 ‘굿스굿스(Good's goods)’ 우수 제품 선정, 자활생산품 박람회 최우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기관에서 반희담 상품들의 우수성과 경쟁력을 입증했다.

주로 온라인이나 주문 제작을 통해 제품을 판매해온 반희담은 지난 5월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이천점 내 ‘30ml store’에 입점하면서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시도해오지 않던 ‘옷’을 처음으로 만들어 납품했는데, 매장의 주요 상품으로 진열될 만큼 반응이 긍정적이다.

면마스크 대량생산, 나눔동참…“힘든 사람들에 일자리 주고파”

반희담협동조합 작업장에서 직원들이 미싱을 돌리고 마스크를 포장하면서 열심히 작업하는 모습. 임 대표는 "반희담 제품을 사회적경제 축제나 자활 행사 때 부스를 꾸려가지고 나가면 늘 판매 1위"라면서 "어떤 한 가지를 '주력상품'이라고 소개하기 어려울 만큼, 모든 제품 하나하나에 다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사진=노산들 인턴기자

특히 올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반희담은 ‘면마스크’ 대량 주문을 소화하느라 바쁘게 작업 중이다. 초기 방역용품 대란이 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제작해본 면마스크가 입소문을 타면서 시청?요양원?유치원 등 기관에서 몇백~몇천 개씩 주문을 해오고 있다. 임 대표는 “코로나로 다들 힘든 상황인데 반희담은 오히려 매출이 늘어났다”면서 “어려운 시국을 함께 극복하자는 마음으로 마스크 1000여 장을 기부해 나눔에 동참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반희담에서 미싱을 돌리고 바느질을 하는 구성원은 총 4명으로, 전부 수급자이거나 차상위자다.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자립 의지를 다지며 열심히 작업에 임하고 있다. 임 대표는 “주문량이 많아 밤늦게까지 일할 때도 있는데, 서로의 사정을 훤히 알 정도로 가까워 눈빛만 봐도 척척 통한다”면서 “그 어느 때보다 실력이 좋은 ‘정예 멤버’들이 모인 덕분”이라고 직원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향후 바라는 점에 대해 임 대표는 “처음 사업단을 만들고 기업을 설립할 때부터 ‘우리처럼 힘든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며 함께 걸어가야겠다’고 결심했다”면서 “나 역시 힘들어 봤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사정을 잘 안다. 뭐든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가르쳐서라도 안고 가고 싶다. 부디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기업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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