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5시30분. 경기도 고양시 노동권익센터 8층 대강당에서 낭독노래극 ‘기다림’이 열렸다. 공연에서는 무대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고 시민들과 하모니를 이루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 공연은 특히 서부발전 태안화력본부 비정규직 고 김용균님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처절하고 깊숙한 아픈 기다림 위로 새로운 희망을 간절히 염원하는 우리 모두의 바램을 담고 있어 짙은 여운을 남겼다.

낭독노래극 '기다림' 중 류미경 현대무용가의 퍼포먼스./ⓒ이현주 주재 기자

매년 근로자 2400여명이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는다. 이중 비정규직이 80%가 넘는다. 고 김용균님 사건 이후 노동의 권리를 주장하며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기업의 이윤보다 중요하다’는 사회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화두가 각계에서 제기된다.

이번 낭독노래극에서 고 김용균의 역할을 맡은 권용준 청년은 “앞서간 고인과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일상 속에서의 작은 관심과 시민들의 지지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소망을 말했다.

노래극 ‘기다림’은 비정규직 문제와 노동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시민들로 꾸려진 고양시노동권익센터 ‘룰루랄라 이야기 모임’에서 지난 5월 18일 고 김용균의 어머니이자 김용균재단 이사장인 김미숙씨를 초대해 ‘용균이가 남긴 것’ 경청의 자리로 시작됐다.

‘룰루랄라 이야기 모임’에서는 비정규직의 고통, 노동의 권리, 해외 노동문화의 작품들을 살펴보며 우리나라 문화운동이 나아갈 길에 대해 시민들과 함께 자유롭게 토론하며 숙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마지막에는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져 낭독하고 노래하는 순수 창작물 공연 기획으로 김용균의 죽음을 추모하는 자리로 마무리됐다.

낭독노래극 '기다림'의 강찬영 연출자와 고 김용균 역의 권용준 배우./ⓒ이현주 주재기자

강찬영 연출자는 “이야기 모임과 낭독노래극을 통해 한발자국 더 가까이 노동문화에 대해 시민들과 공감하는 자리가 됐다”며 “산재는 언제든 나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알리고자 했다” 말했다.

공연을 마치며 장민지 작가는 “발전소에서 만들어낸 전기, 사람이 숱하게 죽어나가도 부품처럼 갈아 끼우며 만들어낸 전기를 우리는 오늘도 이곳에서 쓰고 있다”며 “비용절감이란 자본의 논리 때문에 노동자들의 희생이 더 이상 방관되고 은폐되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