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은 태초부터 있어왔다. 그러기에 인류가 전염병이 없는 세상에 산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말이다. 구약시대에는 전염병으로 7만명이 사망했다는 성경의 기록이 있고, 불교경전에도 전염병과 힘겹게 싸운 역사가 있다.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는 무서운 전염병 이야기로 시작된다. 의료기술이 거의 전무했던 당시에 전염병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자연재해나 전쟁 때와 비교가 안되었다. 행주로 식탁의 먼지를 훔치듯 쓸어 버렸다.

시대를 불문하고 격리와 봉쇄가 방역의 관건인 듯 하다. 고대인들도 전염병이 발생하자 발병의 원천을 막고 전염지역을 봉쇄하거나 환자를 격리시켰다. 송왕조 신종연간에 건주(虔州)에 전염병이 돌자 아예 오염원인 상류의 물길을 주거지 멀리로 돌렸다. 청나라 때는 법률로 정하여 천연두 환자는 도성 20리 밖으로 격리시키고 무역선의 출입을 통제했다. 또한 전염구역내의 민중은 다른 지역으로 피역시키고 의원과 약품, 식량을 공급했다.

100년 전만 해도 인간이 사는 땅은 지표의 14%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77%를 차지하고 있어 동물뿐 아니라 식물, 바이러스까지 서식지를 탈출하고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을 불 질러 태우고 거기에서 소를 키워 소고기를 생산하여 기후변화를 유발시키고 있다. 녹지를 개발하여 공장을 짓고 유전자변형(GMO)콩을 재배한다. 서식지를 잃은 바이러스는 동물의 몸을 타고 사람에게로 이동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에볼라, 사스, 메르스, 지카와 같은 바이러스가 발생한 이유다.

이제 까지 끊임없이 여러 가지 전염병이 발생했지만 유독 지금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배트맨이나 조로도 하지 않는 입가리개를 쓰고 탄광 속의 카나리아 처럼 떨고 있다. 전염병 경보의 최고 수준인 팬데믹을 선포한 것은 이 괴물이 특이한 변종으로 아직까지 우리 몸에 항체를 만드는 백신과 치료약이 없어서다. 깜깜이 환자가 늘어나고 무증상 감염자일수록 전파력이 높아 더 불안해 하고 있다. 거기에다 세계가 일일 생활권이 되어 전파가 빛의 속도로 빠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를 계기로 대기 오염 물질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지진의 빈도도 줄었다. 공장과 비행기가 멈춰 서자 대기가 맑아졌다. 베이징의 하늘이 청명하니 서울의 미세먼지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탈리아의 물의 도시인 베니스의 수로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아져 물고기 떼들이 몰려들고 사르데나 항구에는 돌고래가 나타났다. 인도 동부 오리샤 해변에는 멸종위기인 바다거북이 수천마리가 찾아와 알을 낳았다. 과학자들은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 규모가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환경을 개선하고 일자리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그린 뉴딜에 올인 해야 할 때다. 기후 변화의 주범인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시대를 앞당겨야 한다. 태양광, 수소, 풍력 등 친 환경 에너지의 확산 기반을 구축하고 수소차를 대중화하여 노후차량은 친환경 미래차량으로 교체해야 한다. 녹색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AI, SW핵심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맞춤형 직업훈련을 실시하여 고용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원격근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의 세계는 무한 경쟁의 시대이다.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그렇다. 인터넷과 멀티미디어, 교통 통신의 발전은 세계를 하나의 망으로 연결 시켰고 국경을 넘어 하나의 경제공동시장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글로벌의 사슬이 끊어지면서 생산품의 이동이 막혔다. 이는 세계적인 경제,식량위기는 물론 사회,정치적 위기와 문화적 단절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기업들은 저마다 생존을 위해 ‘사고는 글로벌하게, 운영은 로컬하게’ 하는 지역중심 세계화(Glocalization)전략을 펼쳐 나가고 있다. 

바이러스가 금방 물러갈 것 같지 않다. 비대면, 생활 속 거리두기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온라인 교육과 재택근무가 일반화된다. 소비문화 방식도 오프라인 소비가 빠른 속도로 온라인의 블랙홀로 빨려 들고 있다. 지금까지 대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상업지구와 근접된 지역이 주거 1순위였지만 앞으로는 달라진다. 타인과 거리를 두고 가족 끼리 행복한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스마트 시티와  숲이 있고 강이 흐르는 전원 속의 삶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사회 안전망과 공중 보건 시스템을 튼튼히 하여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을 찾지 못하는 이들이 없어야 한다. 잠자리와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헤매는 이들이 없어야 참다운 복지 사회다. 스마트 인프라를 확충하여 정보의 격차를 해소하면 경제적 불평등이 줄어 든다. 급증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저 출산 고령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무상복지는 지속적인 성장을 저해한다. 환경보전과 국민 보건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융자하여 일자리를 창출하자. 사회 구성원들의 소득원을 개발하고 근로의욕을 고취시켜 회복 탄력성을 높히는 것이 급선무다. 

우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 속에 함께 있다. 이 팬데믹의 위기는 새로운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생태계의 질서를 지키라는 자연의 섭리에 귀 기울이고 나도 변하고 너도 변해야 산다.  한 사람이 열 걸음 걷는 것보다 연대한 열 사람이 한 걸음 나아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자. 서로가 몸은 더 멀리해도 마음 만은 더 가까이 하자. 빨리 갈려면 혼자 가고 오래 갈려면 함께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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