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지역에서 공중보건의사로 근무를 시작했던 초년 의사 시절, 지역에 계신 어르신들께 제한된 자원 안에서 최대한의 건강을 드리고자 애를 썼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도서벽지인 관계로 의약분업 예외 지역이어서 당시 보건지소장이던 제가 예산을 짜서 약을 직접 구입하여 처방을 했었지요. 고혈압, 당뇨약, 감기 증상 완화제, 관절 염증 및 통증 완화제를 기본으로 구입하였고, 남는 예산으로는 항우울제, 신경병성 통증 완화제 같은 시골에서는 좀처럼 사용하기 힘든 약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약의 효과에 좀 더 집중하여 이런저런 효능이 있는 약들을 확보하려 애를 썼던 것 같습니다. 약을 제가 직접 구입해서 보건지소에서 약을 지어드렸기에 약의 모양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때로는 제가 직접 약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약전을 확보하여 약의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도 초년의사로 경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지역 어르신들을 돕고자 증상을 잘 파악해서 그에 맞는 효과가 있는 약을 쓰려고 애를 썼었지요. 수박 농사를 짓는 농촌이라 젊었을 때부터 쪼그려 앉아 일을 하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셨기에 척추관 협착증이 있는 분들이 상당히 많이 계셨습니다. 이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은 다리에 저리는 듯한 신경병증성 통증이지요. 이 증상은 단순한 진통소염제로는 잘 듣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공부를 해보니 뇌전증에 사용하는 항경련제이기도 하면서도 신경병증성 통증에 사용하는 가바펜틴이라는 약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안 되는 예산을 털어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알려진 가바펜틴을 구했습니다. 저리고 퍼져나가는 듯한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는 할머니 환자분께 이 약을 용법에 맞추어 처방을 했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동안 이 할머니는 내원하지 않으셨습니다. 내가 처방해드린 약의 효과가 좋아셔 안 오시는 걸까, 약이 무언가 불편해서 안 오시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했는데요. 몇 달 후에 할머니는 다시 보건지소를 찾아오셨습니다. 제가 드렸던 약을 먹고 휭 하게 어지러운 느낌이 들어 집 안 화장실에서 넘어지셨다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 다음부터는 또 넘어질까봐 겁이 나서 제가 드린 그 약을 먹지 못하셨다고 하셨습니다. 크게 다치시진 않아 너무 다행이었지만 제가 도와드리고자 공부까지 해가며 썼던 그 약이 어르신들을 오히려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그 때 중요한 약의 속성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바로 모든 약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저는 이 경험이 있은 후 부터 지금까지 약의 부작용을 환자분들에게 설명하고 처방 후에도 이에 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의사로서의 수련 과정을 거쳐 지금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주로 처방하게 되는 약은 정신과 계열의 약물입니다. 마음을 편하게 하고자 마음에 대한 약을 사용하더라도 몸과 마음의 부작용이 경험될 수 있습니다. 정신과 약물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신체 부작용은 대표적으로 소화 불편감, 두통, 항콜린성 부작용입니다. 소화 불편감과 두통은 약을 복용하다보면 없어질 수 있는 부작용이라고 설명을 미리 드립니다. 항콜린성 효과는 입마름, 변비, 배뇨불편감, 시야 흐림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들은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해도 없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확인이 되는 경우에는 해당 약물을 감량하거나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약을 추가합니다. 마음 영역의 부작용도 있을 수 있습니다. 수면에 도움이 되는 약을 쓸 때 과도한 진정, 낮시간 졸림이 있을 수 있고, 항우울제 복용 중에 들뜨는 마음을 일부의 경우 경험할 수 있습니다. 

부작용이 경험된다고 해서 ‘나쁜 약이니까 먹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의사는 치료의 전문가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자신이 사용하는 약의 효과 및 부작용 프로파일을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모든 부작용을 다 외우고 있지는 못할지라도 흔한, 중대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환자분이 부작용 의심 증상을 호소할 때에는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저는 인터넷 약전(약 설명서)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약물 정보 사이트 창을 진료 시에 항상 띄워놓고, 환자분께서 비특이적인 부작용을 호소한다고 생각될 땐 반드시 찾아봅니다. 약 이용 경험의 전문가는 환자분들이기에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부작용이라고 판단이 섰을 때는 해당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약을 중단하고 다른 약으로 바꾸거나, 부작용을 완화하는 약을 추가로 사용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모든 약은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10% 내외의 부작용의 확률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는 약의 일반적인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숙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환자분이 말씀하시는 약의 효과와 부작용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환자분들도 약 복용 후에 생기는 변화에 대해,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파악하고 이에 대해 담당 의사와 함께 소통해야 합니다. 효과는 최대한으로 경험을 하시고, 부작용은 최소한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효과와 부작용을 견주어 약을 사용해야 합니다. 항암제나 류마티스 계열 약물과 같이 부작용을 감수하고 사용해야 하는 약이 아닌 경우 대부분 부작용은 조절될 수 있습니다. 모쪼록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께서 약의 효과와 부작용의 가능성 모두에 대해 생각하고 이 둘을 비교하여 지혜롭게 사용하실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