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 각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초기에 극심한 위기를 겪었지만,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코로나19로 또 세계적으로 삶의 방식을 '언택트' 방식으로 바꿔놓고 있다. 위기와 변화의 시기에 정보통신기술(ICT) 전력의 싱크탱크인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석제범 원장을 만나 미래를 어떻게 대비할지에 대해 들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가고 있는 데는 정보통신기술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쌓아온 기술과 운영 노하우가 있었기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었어요."

지난 겨울 코로나19가 엄습해왔을 무렵, 모두가 당황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진단키트도 조기에 개발해 확진자를 빠르게 판단, 격리함으로써 확산을 막았다. 확진자 동선 파악 솔루션도 초기 부터 나와 전염 확률을 크게 낮췄다. 마스크 공급난을 겪을 무렵, ‘마스크앱’ 등으로 파국을 피했다. 

석제범 원장은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수습할 수 있었던 것의 이면에는 신뢰성 있는 기술이 준비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제는)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높아진 국가 위상을 적극 활용해, 언택트를 넘어 '온택트' 서비스 육성하고 신시장 창출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IT분야의 전략 전문 기관인 IITP가 국제적으로 알려진 'K-방역'을 기회로 한 발 앞선 기획을 준비, 도약의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 석원장의 생각이다. 

IITP는 4차산업 시대를 대비하면서 ICT 기술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특히 ICT 기술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주목받았다. 확진자의 동선을 빠르게 파악해 감염 확산을 막고 자가격리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석 원장은 초기 기관의 기반을 다졌던 전문가다. 지난 2014년 여러 조직의 업무가 IITP의 전신인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통합되면서 약간의 혼란도 있었다. 석 원장은 재임 기관 중 현재 기관명인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으로 승격했다. 이후 연구 조직을 개편하고 전문성을 강화했다. 현재 IITP는 ICT 기술로 미래 세대 5G와 AI 기술까지 선도하고 있다. 

IITP는 기술에서 나아가 사회문제 해결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대표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력해 ‘사회문제 해결 R&D(연구개발)'라는 새로운 시도를 내놨다. 최근 'N번방 사건' 등 ICT 기술을 사용한 디지털범죄가 심각해지면서다. 석 원장은 “디지털 범죄는 범죄의 시작부터 유포와 처벌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산업 시대가 가까워지면서 IT·ICT 기술이 미래 사회를 이끌 열쇠가 됐다. 그 중심에 자리한 IITP과 석 원장은 더 큰 미래를 그린다. 우리나라의 정보 기술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미래를 내다보는 그들의 비전을 들어봤다. 다음은 석제범 원장과 일문일답. 

석제범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원장은 초기 IITP의 기반을 다지고 ICT를 활용한 R&D 사업을 이끌고 있다.

- 코로나19 영향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현재 ICT 분야 상황은 어떠한가.

▶코로나19가 글로벌경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ICT 사업도 위축되는 면이 있다. 많은 전문가도 세계 경제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ICT 산업은 성장한 측면도 있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문제가 심각했다. 그때 ICT 기술로 약국 재고 등 마스크와 관련된 데이터를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었다. 지자체에서 자가격리자를 관리할 때 보호 앱을 이용해 그들이 이탈하지 않게 조언했다. 역학조사관들도 효율적으로 확진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개별적으로 휴대폰이나 신용카드 내역을 확인하는 게 아니라 이동 경로나 생활패턴을 손쉽게 조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ICT 기술이 주목받는 부분은 재택근무와 화상회의다. 처음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우리가 그동안 투자를 많이 해 기술을 발전시킨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을 더욱 발전시킨다면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석제범 원장은 4차산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ICT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IITP는 정보통신 분야 기업에 어떤 도움을 주는 지 궁금하다. 집중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 대표적으로 중소기업 대상의 ‘ICT R&D 혁신바우처 지원사업’이 있다. 바우처 사업은 필요한 기술은 있는데 이걸 개발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을 위한 사업이다. 중소기업이 바우처를 받아 정부 연구소나 대학, 기업에 제시하면 그들에게 기술개발을 맡길 수 있다. 사업으로 많은 기업이 기술개발에 대한 부담을 덜고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미래 시대를 위한 인력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작년에는 인공지능 대학원 지원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작년 5개를, 올해는 3개의 대학원에 인공지능 과정을 편성했다. 인공지능과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도 고급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작년 말에 설립했다. 2년의 비학위 과정으로 학생들은 자기주도 학습과 팀 프로젝트를 병행한다. 아카데미에는 열정적인 학생이 많고 경쟁률이 굉장히 세다. 대학에 재학하는 학생은 소화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교육과정이 잘 짜여있다.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온 사람이나 기업을 퇴사한 사람 등 다양하다. 

IITP의 ‘ICT R&D 혁신바우처 지원사업’을 나타낸 그림./출처=IITP

- 최근 N번방과 같은 디지털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ICT 기술 안에서 나타나는 사회 부작용을 어떻게 해결해야한다고 보나.

▶ 사회문제 해결 R&D를 강화할 필요성은 2017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논의를 시작했다. 사회나 국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R&D가 기여하지 못했다는 반성이었다. 수요자 중심의 R&D 기획 필요성이 제기됐고, 시민을 대상으로 한 수요 조사나 공모전을 개최했다. 

사회문제 R&D에서 나아가 경찰청과 여성가족부와도 협력할 예정이다. 디지털 성범죄 해결은 전 과정이 중요하다. 범죄의 시작을 방지하는 단계부터 유포를 막는 과정, 범죄가 일어났다면 처벌하는 부분까지 이어진다. 가장 좋은 건 범죄가 시작되기 전에 막는 거다. 문제가 되는 부분을 사전에 찾아내서 대처해야 한다. 만족스러운 수준에 이를 때까지 계속해서 연구해야 하는 부분이다. 

약 60명 정도의 회사 내 비정규직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 성과.

ICT 기술로 4차산업 시대에 대비,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할 것

 

- 취임 후 만 2년 6개월이 지났다. 그간을 평가하다면.

▶IITP는 정부 조직 개편을 거치면서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2014년 통합 초기에는 하나의 기관으로 정체성을 가지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기관이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서 현재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되면서 위상이 올라간 측면이 있다. 운영 조직도 체계화되면서 자연스럽게 구성원들의 정체성 의식도 높아졌다. 현재는 약 350명이 근무하고 있고 올해 예산은 1조2000억 원 규모다. ICT 기관의 R&D를 전체적으로 담당하는 기관으로 성장하면서 정부가 중점을 두는 5G와 AI에도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자랑할만한 성과로는 약 60명 정도의 회사 내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한 일이 있었다. 2018년부터 논의를 시작해 환경미화원, 경비원, 일반사무직 등이 그해 말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중간에 회사와 직원간 생각 차도 있었지만, 서로의 배려와 양보로 이뤄낼 수 있었다.

앞으로 중요한 건 조직의 미래와 비전이다. 먼저 ICT 기술로 4차산업 시대에 대비하면서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구성원들이 기술을 선도하는 기관에서 일하면서 자부심을 느끼길 바란다. IITP도 가장 가까운 과기부와 협력하면서 나아가 정부 전체, 나중에는 우리나라 전체에 기여할 수 있는 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 석제범 원장은

행시 31회.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정책국·네트워크정책국 국장·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정책실 실장·대통령비서실 미래전략수석실 정보방송통신비서관 등 역임. 2018년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센터장 선임 후 현재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원장 재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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