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조직을 포괄하는 공통의 법적 토대를 마련하고,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한 정책의 수립?총괄?조정에 관한 사항을 정해 범국가적 차원에서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

지난 2016년 8월 발의된 ‘사회적경제 기본법안’에 명시된 입법 제안 이유다.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한 윤호중 의원을 비롯한 26명의 국회의원은 우리 사회에 사회적경제 기본법이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비록 앞선 국회에서 문턱을 넘지 못해 21대로 다시 넘어왔지만, 윤 의원은 “올해 12월을 목표로 반드시 사회적경제 기본법을 통과시키겠다”라는 단단한 의지를 내비쳤다.

17?19?20대 이어 21대 국회에 입성한 윤호중 의원(경기 구리시?더불어민주당)을 이달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648호에서 만났다. 그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포용적 사회를 구축하는데 사회적경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하며 “그동안 사회적경제 기본법 등 3법이 국회를 넘지 못했는데, 이번 21대 국회에서 여야의 구도가 바뀐 만큼, 하반기 정기국회 안에 통과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윤호중 의원은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사회적경제 전반에 관심을 갖고, 국회에서 기본법 제정 및 더불어민주당 내 위상을 높이는 일 등에 힘써왔다./사진=노산들 인턴기자

윤 의원은 2016년 발의된 ‘사회적경제 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2014년 첫 발의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 등 이른바 사회적경제 3법 제안자 명단에 모두 이름을 올리며,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도 마련에 힘써왔다. 특히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사회적경제정책협의회 당 특별위원회로 발족한 ‘사회적경제위원회’를 이듬해 상설위원회로 바꾸고, 2019년에는 전국위원회로 격상시키는 등 당내 위상을 높여왔다.

지난 15일에는 21대 국회 첫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4선 의원인 그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기획분과위원장으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디자인하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을 맡으며 더불어민주당 핵심 중진의원이자 국회 대표 정책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8월 열린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 희망 전진대회에 참석한 윤호중 의원. 지역재생과 사회적가치의 중요성을 외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사진제공=윤호중 의원실

최근 코로나19로 비접촉?비대면 영역이 넓어지고 사회?경제적 위기가 발생한 현 시점, 사회적경제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윤 의원은 “인간의 사회성을 갑자기 단절시킬 수 없는 만큼, 사회적경제의 토대인 지역과 공동체의 역할이 향후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밝혔다. 

앞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 각 지자체?읍면동 단위에서 직접 면마스크를 생산해 나누는 등의 활동에서 봤듯 “시장경제로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들을 앞으로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접근해 풀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코로나19라는 위기가 사회적경제의 영역을 오히려 넓히고 있는 만큼, 시민들에게 이러한 부분을 더 알리고 이해시켜야 한다”며 “공공(public)과 시민사회(community)에서 각 주체들이 서로 맞장구를 치면서 발전할 때, 사회적경제를 지지하는 이들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사회적경제 10대 공약 실현을 다짐한 윤 의원과의 일문일답.

Q.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경제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내가 꿈꾸는 바람직한 한국의 모습은 지속가능한 포용적 사회다. 우리나라는 최근까지 소수 대기업과 엘리트 중심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과거에는 낙수효과가 유효하게 작용했지만, 현재는 불가능하다. 양극화는 더욱 심화했고, 한번 실패하면 재기할 수 없는 사회구조로 고착화했다. 창의적 발상이나 도전정신이 나올 수 없고, 지속가능한 발전도 힘들다. 현 상황은 ‘5살 때 입었던 옷을 30살이 되도록 입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대적 경제구조 개혁을 통해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와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델로 ‘사회적경제’가 떠오르고 있다. 노인, 장애인 등 시장에 들어가지 못한 취약계층을 적극 흡수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구성원 전체가 이익을 공유하며 발전해 나가기 때문에 양극화 해소에도 기여한다. 또한 사회적경제 조직을 발굴?육성하는 과정에서 지역공동체와 지역경제가 재생된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포용적 사회를 구축하는데, 사회적경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Q. 지난 20대 국회에서 사회적경제 기본법이 통과되지 못한 이유는? 국민적 동의를 어떻게 얻을까?

▶보수 야당의 미온적인 태도가 가장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 자체에 소극적 입장을 보이다 보니, 구체적 논의로 들어가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이외에도 기획재정부 산하에 별도의 사회적경제 전담 조직을 두는 것에 대한 논의 등이 있었으나, 20대 국회 내 합의에 이르지 못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사회적경제는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중앙 부처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별로 다양한 정책들이 발굴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합하고 컨트롤할 기구와 법적 근거가 없어 효율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때문에 국민들이 사회적경제가 일반 법인보다 부족하고 모자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대대적 홍보를 통해 인식을 개선하고 나아가 성공 사례들을 적극 발굴한다면,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

지난 4.15 총선 당시 '사회적경제 매니페스토 실천서약'에 나선 윤호중 의원의 모습. 그는 "국가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만큼, 10대 공약 중 '사회적경제 조직을 통한 지방 균형발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사진제공=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Q. 21대 국회에서 사회적경제 기본법 통과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궁금하다. 통과되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우선 앞서 발의했던 ‘사회적경제 기본법안’을 다듬어 재발의할 계획이다. 20대 국회 4년 동안 논의를 거치면서 일정 부분 의견이 모인 내용도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 ‘사회적경제’라는 개념이 통용되고 있고, 17개 시?도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국민들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자발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왔다. 이에 비해 법과 제도는 현장의 속도에 비해 한참이나 뒤처졌다. 기본법 제정을 통해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고, 흩어져있는 사회적경제 내용을 하나로 모으는 기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법이 통과되면 기존 사회적경제 활동이 더욱 탄력을 받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일각에서는 협동조합법 등 개별법에 따라 자유롭게 활동하는 여러 사회적경제 조직의 자율성 침해나 획일화를 우려하며 기본법 제정에 반대한다. 그러나 기본법이 통과되면 오히려 사회적경제 조직 간의 연대와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사회적경제가 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기본법 제정 외에 이번 사회적경제 10대 공약 가운데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보는지? 다소 현실 가능성이 낮거나 수정이 필요한 공약이 있다면?

▶국가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만큼, ‘사회적경제 조직을 통한 지방 균형발전’을 도모할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지역인구 급감에 대처하기 위한 특정지역 만들기 사업추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주요 내용은 지역만들기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을 설립해 지역 일자리를 늘리고 젊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유사하게 ‘마을기업 육성사업’을 운영하지만, 법적 근거가 미흡해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데 한정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향후 마을기업을 비롯해 지역주민이 함께 만들고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을 완수해 지역 자생적 균형발전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수정이 필요하다기보다는 사회적경제 기금 관련 부분은 아무래도 재원이 투입되어야 하는 만큼, 정당 간 입장 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컨센서스, 즉 합의가 이뤄지도록 21대 국회에서 더 깊은 논의를 해야 한다.

17?19?20대에 이어 21대 국회에 입성한 4선 윤호중 의원은 "이번 국회에 여야를 가리지 않고 초선의원이 절반 이상 들어와 많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국회 내 사회적경제 포럼에 참여하는 등 기본법 통과를 위해 안팎에서 힘쓰겠다"고 말했다./사진=노산들 인턴기자

Q. 매니페스토에 서약한 미래통합당 후보자?당선자는 없다. ‘사회적경제’라는 표현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도 한데? 

▶사실 그 점에 대해 매우 실망스러운 측면이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사회적경제 기본법안을 발의했을 때도 아무도 함께하지 않았다. 현재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을 비롯해 독일식 사회적 시장경제 등 진보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있는 만큼, 21대 국회에서는 미래통합당도 함께해주길 부탁드리고 싶다.

 

Q. 다른 원내 야당 의원 중 사회적경제에 공감하는 의원이 있나?

▶정의당 역시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와 추진 의지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이번 21대 총선에서 사회적경제 공약 전달식에 많은 후보가 참여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사회적경제 기본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

 

Q. 사회적경제 관련 법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요한 입법과제 중 하나다. 이번 정부의 임기가 끝나더라도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들이 필요할까?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경제 조직들 역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코로나를 넘어선다 해도 제2, 제3의 코로나 등 위기는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사회적경제가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돌파해 나갈 것인지 큰 틀에서 프로세서가 필요하다. 더불어 어려운 환경에서도 지속적으로 고용을 유지 및 창출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지원 범위에 규모?업종에 상관없이 사회적경제 조직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2018년 2월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 시민행동 전국대회에 참여한 윤호중 의원. 그는 "사회적경제 정책과 현장이 서로 맞장구를 치면서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사진제공=윤호중 의원실

이날 인터뷰에는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안인숙 집행위원장, 하재찬 지역위원장이 함께 배석했다. 안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이 생태계 전체보다는 개별 기업을 키우는 것에 머물렀다”며 “앞으로 사회적경제 영역 전체의 규모를 키우는 ‘스케일업(scale-up)’이 중요한 만큼, 이에 대한 전략을 함께 짜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 지역위원장은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재난이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텐데, 이에 대한 신속한 대응으로 사회적경제가 중요하게 역할을 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속도감 있게 이뤄져야 한다”면서 “사회적경제를 큰 나무로 키우려고 보니, 현재의 화분은 너무 작다. 흩어져 있는 흙을 한 화분에 모으려면, 부처별 칸막이를 없애고 여러 요구를 담아낸 기본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호중 의원이 걸어온 길>

  •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국장(2000)
  • 새천년민주당 부대변인(2001~2002)
  •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위원장(2007~2009)
  • 민주통합당 사무총장(2012~2014)
  • 새정치민주연합 디지털소통본부장(2015)
  •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2016~2017)
  •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 본부장(2017)
  • 더불어민주당 지방혁신균형발전추진단 단장(2018)
  •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장(2019)
  • 제17?19?20대 국회의원(2004~2008, 2012~2020)
  • (현) 제21대 국회의원

 

<편집자주>

5월 30일 제21대 국회가 문을 열었다. 제1호 법안은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 사회적경제 3법 중 하나로,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와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이하 전국네트워크)가 지난 3월 내놓은 사회적경제 정책 10대 요구안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연대회의와 전국네트워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는 당시 ‘4.15총선 사회적경제 매니페스토 실천운동’에 나서 후보자 77명의 참여를 유도하고, 10대 공약 요구안에 대한 약속을 얻어냈다. 

이제는 실천에 옮길 차례다. 이로운넷은 연대회의, 전국네트워크와 함께 공약 실천을 선언한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찾아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떤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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