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비행기 슝~ 선생님 앞으로 모여라!”

더베프는 코로나19로 잠정 중단되었던 미취학아동(6~7세) 대상 통합예술교육SAP를 6월부터 재개 했다. 4시가 되자 더베프에는 아이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오랜만의 수업이었지만, 아이들은 매일 본 친구들처럼 금세 어울렸다.

코로나19는 수업 내용도 바꿔놨다. 선생님은 양팔을 벌린 자신을 ‘거리두기 비행기’라고 칭하며 비행기가 날아가는 시늉을 해보였다. 아이들이 물리적 거리두기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아이들은 금세 선생님을 따라 양팔을 벌리고 교실을 뛰어다녔다. 시행착오를 겪기는 했지만 선생님 앞으로 모이라는 말에는 양팔간격으로 거리를 둔 채 줄을 섰다.

선생님을 따라 '거리두기 비행기' 자세를 취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사회적기업 더베프

더베프는 통합예술교육을 포함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2011년 고용노동부인증을 받아 올해로 사회적기업 10년 차에 접어들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시 우수사회적경제 기업으로 내리 선정되기도 했다. 더베프의 전신인 어린이문화예술학교가 설립된 1997년 당시만 헤도 문화예술교육은 낯선 개념이었다. 특히 성인 비장애인 외에 어린이, 장애인, 노약자 등이 문화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개념이 없고, 환경도 미비했다. 

어린이문화예술학교 김숙희 설립자는 특히 ‘어린이’ 대상 문화예술교육이 중요해지고 수요도 늘어난다고 봤다. 사교육을 받는 어린이가 늘어나면서 학원, 과외, 학업에 짓눌려 건강하게 자라기 힘든 시기가 온다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외국에서 입증된 교육연극을 한국에 들여와 아이들을 교육하고자 했다. 

실제 교육연극을 통해 전인교육이 가능했다. 전인교육은 지식 위주의 교육과 달리 인간이 지니고 있는 여러 자질을 전면적·조화적으로 육성하는 교육이다. 교육연극은 타인과의 협력을 통해서만 완성이 가능해 어린이의 사회성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줬다. 심리적인 치유를 돕는데도 기여했다. 정신장애 성향이 약한 어린이의 경우 집중력을 높아지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이미희 더베프 대표는 “우리 프로그램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분명 비장애 아이는 물론이고 일부 장애가 있는 아이도 교육을 통해 집중력이 높아지는 등의 효과를 봤다”며 전인교육의 효과를 강조했다.

이미희 대표는 어린이문화예술학교 설립 당시 인형극 교사로 일하다 대표 자리를 넘겨 받았다.

축제 통해 하루라도 마음껏 공연 즐기길...

“지금은 괜찮은데 2003년 당시에는 장애인이 공연장에서 공연을 찾아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하루 이틀이라도 마음껏 공연을 볼 수 있는 축제를 만들었습니다.” 

더베프의 핵심 사업은 어린이(미취학아동~청소년)를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이지만, 사업 분야는 더 넓다. 교육연극을 포함해 축제기획과 공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03년부터 시작된 국제장애어린이축제 ‘극장으로 가는 길’은 장애인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왔다.

이외에도 ‘책 드라마 페스티벌’을 통해 책을 주제로 공연, 전시 등을 해오며 어린이가 즐길 수 있는 축제를 확대해왔다.

사실 이런 축제는 ‘돈’이 되지는 않는다. 축제를 진행하려면 여러 재단 등에서 기금을 받아야 하고, 오히려 연극교육을 통해 마련된 수익금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도 더베프가 축제를 꾸준히 개최한 이유는 하나다. 

“저희 같은 문화예술 단체는 딱 두 가지 보고 일합니다. ‘돈’ 아니면 ‘보람’인데 국제장애어린이 축제 등 일부 사업은 돈이 되지는 않아요. 대신 그만큼 보람이 크죠. 우리가 손해를 보더라도 이런 사업을 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수업 시작 전 아이들과 선생님이 장난을 치고 있다.

사업은 불확실성과, 고민의 연속

올해에는 축제 개최가 불투명하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축제를 위해서는 준비기간이 필요하고, 여러 단체에서 기금을 받는 등의 과정이 필요한데, 코로나19로 1월부터 지금까지 이런 준비를 할 수 없었다. 재정 여력이 많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 대표는 작년 매출과 비교해 이번 해 매출이 20%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 사업을 유지하기도 힘든 수치다. 다만, 코로나19로 억제 됐던 문화 생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 하반기에는 일부 손실을 메꿀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당장은 모두가 힘들지만, 앞으로 문화예술교육 분야 사업 전망은 밝다. 이 대표는 “이번만 해도 온라인화된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다”며 “문화예술의 여러 분야가 결합해 새로운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화예술교육 발전에 맞춰 더베프는 어떤 사업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 고민도 있다.

“회사의 전성기는 지났어요. 우리도 달라져야하는 시기가 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사업이 연극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단체로 보수적인 면이 있어요. 고유 영역을 지킬지 아니면 영역에 구애받지 않고 사업을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지금까지 더베프는 사업 분야 확장보다는 고유 영역을 지키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해왔다. 취약계층 대상 문화예술교육을 지향하지만,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대상은 ‘어린이’다. 교육을 통한 변화가 크고, 앞으로 삶에서도 교육효과를 꾸준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교육 대상을 노령층까지 확대해봤지만, 아쉬운 점이 많았다. 투자할 재원은 많지 않은데, 투자 대비 효과가 크지 않았다. 노령층은 어린이와 달리 변화에 보수적이라 교육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았다. 

“어르신을 대상으로 교육 하면서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지금은 여력이 없어 투자 대비 효과가 좋고, 우리의 전문 분야인 어린이 문화예술교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교육의 가치도 높아 여력이 생긴다면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요.”

이미희 대표가 말하는 강소 사회적기업의 포인트

①사회적기업은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사회적기업으로서 활동하고 싶다면, 사회적기업을 찾아가 조사도 하고, 사회에 무슨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고민도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증도 어렵고, 인증 후에도 지원에만 의존하다 사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②사업의 본래 목적을 잊지 말아야한다.

사업을 하면서 회사의 애초 목표, 가치에 맞는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사업을 확장하더라도 어떤 사업을 우선순위에 둬야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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