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낯선 이로부터 ‘폰트 저작권 침해’가 의심되니 정당하게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사용한 것인지 여부를 조속히 알려 달라는 내용증명을 받게 된다면? ‘폰트 저작권 침해’ 문제가 생소한 이들은 이 내용증명을 받고 크게 당황할 수 있다. 특히 저작권 침해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처벌규정까지 언급된 내용증명을 보면 공포심이 들 수도 있다. 

폰트 저작권자들이 무분별하게 ‘폰트 저작권 침해’에 관한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를 모르는 사회적경제조직들이 많다. 최근 자주 접하는 사례는 ‘비영리 목적의 개인 사용’으로 이용범위가 제한된 폰트 파일을 무심코 회사의 업무용 문서를 작성한 경우, 그리고 ‘한글’(HWP) 프로그램에 탑재된 번들폰트를 이용한 문서파일을 PDF로 저장하여 인터넷에 업로드한 경우이다. 

그렇다면 ‘폰트 저작권법 침해’라 주장하는 행위들이 정말 저작권 침해행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우선, ‘비영리 목적의 개인 사용’으로 이용범위가 제한된 폰트파일을 무심코 회사의 업무용 문서를 작성한 경우라면? 
1)대법원은 ‘비상업용, 개인용’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만 무료로 제공되는 컴퓨터프로그램을 회사 업무용으로 사용하여 저작권법 위반(복제권 침해)이 문제된 사안에서 “약관에서 정한 사용 방법 및 조건을 위반하여 사용한 것에 대해 채무불이행책임을 지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저작자의 복제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판결에 근거하여 2)문화체육부·한국저작권위원회는 이용범위와 다르게 폰트파일을 이용한 행위는 저작권 침해가 아닌 이용계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해석한다. 

3)“폰트”(글자의 모양 또는 글자체)가 아니라 “폰트 파일”이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로써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으로 인정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컴퓨터프로그램의 사용에 대한 위 대법원 판결을 폰트파일 이용에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약관에서 정한 이용범위와 다르게 폰트파일을 사용할 경우,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 이용계약 위반에 해당하고, 그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한글’(HWP) 프로그램에 탑재된 번들폰트로 작성한 문서파일을 PDF로 저장하여 인터넷에 업로드한 경우라면? 
선뜻 이게 왜 저작권 침해인지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문제는 ㈜한글과컴퓨터와 번들폰트 저작권자가 한글 프로그램 내에서만 해당 폰트를 이용하도록 약정했다는 점, 그리고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PDF파일 형태가 폰트 내장형(즉, PDF파일 자체에 해당 문서에 작성된 폰트파일을 포함하는 형태)이라는 점에 기초한다. 즉, 한글문서 파일을 PDF파일로 저장하게 되면, 그 문서파일에 작성된 폰트파일이 함께 PDF파일에 포함된다. 이러한 이유로 한글 프로그램 내에서만 이용 가능한 번들폰트가 PDF파일로 저장되어 인터넷에 게시될 경우, 번들폰트 파일의 무단 복제 또는 전송이 문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 사안 또한 저작권 침해가 아닌 이용계약 위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4)한국저작권위원회는 이 사안에 대하여 “한글 프로그램에 번들로 제공된 폰트 프로그램은 해당 프로그램 내에서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므로, 예컨대 한글 문서를 한컴PDF 기능을 통하여 PDF문서로 저장한 경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5)㈜한글과컴퓨터도 한글파일을 PDF로 변환하여 활용하는 행위는 “저작권 보호대상이 되는 폰트 프로그램 파일을 복제하는 등의 행위가 없으므로 엄격하게 해석하면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글프로그램에서 PDF파일 형태로의 저장을 지원하고, PDF파일을 인터넷에 게시하는 행위를 독립된 폰트파일의 복제 또는 전송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저작권법 위반이 아닌 이용계약 위반만이 문제될 수 있다는 의견이 타당하다. 이러한 견해에 따를 경우 이와 같은 PDF파일의 업로드 행위가 이용계약 위반에 해당하더라도 이용계약의 당사자는 이용자와 ㈜한글과컴퓨터이므로, 이용계약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이용자는 ㈜한글과컴퓨터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을 뿐, 계약의 제3자인 폰트 저작자에게 손해배상할 근거는 없다. 나아가 6)한글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자동적으로 설치되는 번들폰트파일의 특성을 고려할 때, 번들폰트파일의 이용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이 유효한지에 대하여 ㈜한글과컴퓨터에게도 약관규제법 위반 등을 주장할 수도 있다. 다만, 이와 같은 PDF파일의 업로드 행위가 저작권 침해 또는 이용계약 위반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판례가 없기 때문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

이처럼 최근 접하게 되는 ‘폰트 저작권 침해’ 중 상당수는 저작권법 위반이기 보다는 이용계약 위반의 문제이다. 그러나 폰트 저작권자가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는 경우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 자체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사용자는 이용범위에 제한이 있는 폰트파일은 사용하지 않거나 아예 삭제해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저작권법 제1조는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이러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사용자는 문제가 될 만한 폰트가 사용된 문서를 홈페이지 에 공유하는 행위를 하지 않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PDF파일을 통한 자료 공유 자체가 최소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7)대법원은 폰트(글자체)가 인쇄기술에 의해 사상이나 정보 등을 전달하는 실용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폰트 자체를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되, 다만 폰트파일을 저작물로 인정하는 방법으로 관련 산업을 보호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폰트 저작권 침해’ 주장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표현과 자료의 공유를 위축시키는 것이 과연 폰트파일을 저작물로 인정한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1)대법원 2017.11.23. 선고 2015다1017판결
2)문화체육부•한국저작권위원회, 글꼴 파일 저작권 바로알기, 2019. 1. 21면
3)대법원 2001.6.29. 선고 99다23246판결 등
4)한국저작권위원회 2016. 1. 14. 보도자료
5)㈜한글과 컴퓨터 사이트 내 공지사항 “2차 저작물(Ebook, PDF)에 대한 저작권 안내”
6)김현숙, 「PDF문서에 사용된 폰트의 저작권에 대한 고찰」, 인하대학교 법학연구 제19호 제1호, 2016.3.31.
7)대법원 1996. 8. 23. 선고 94누563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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