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집에 가서 밥 먹다가 눈물이 난 적이 있어요.

세상에 치여 조금은 지치고 뒤쳐져 나를 되돌아보게 될 즈음이었을 거에요.

오랜만에 다시 찾아간 그 집에서 밥 한 숟가락, 반찬 한 젓가락 입에 넣었는데 세월을 거꾸로 돌린 듯 옛맛 그대로 찰지고 신선하고 맛있었습니다.

'아, 초심이란 이런 것이구나 ' 싶어 홀로 부끄러워하면서 맛있게 먹고 힘 내서 나왔습니다. (그 맛집이 어딘지 궁금하시면 제 개인 트위터로 알려드릴게요. ^^)



이로운몰(www.erounmall.com)에서 경주서라벌찰보리빵이 이벤트 (인터넷몰 최저가 판매, 이런 거 참 안 하는 곳인데 특별히 이로운몰이라 해주신 것 아닐까 싶습니다)를 하고 있기에 반가운 마음이 들어 이상운 점장께 전화로 연락했습니다.

019로 시작하는 휴대전화번호.

그제서야 제가 경주로 찾아뵌지 벌써 3~4년이 지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안녕하세요!"

"어머, 전화번호 그대로 쓰시네요? 요즘 어떠세요?"

"지금 비수기라 좀 안 팔리다가 이로운몰에 새로 올리면서 반응이 좀 오네요. 하하."

그동안 안부를 여쭸습니다.

기쁜 소식 하나!

2009년에만 해도 ?7명이던 할머니 파티셰 직원들이 12명으로 늘었다고 하시더군요. (경주서라벌찰보리빵은 노인일자리를 만드는 경주시니어클럽 사업단입니다.)

그 당시 제가 만났던 할머니 파티셰 분들 중 5분은 손주 돌보느라, 연세 때문에 그만 두시고 2분은 그대로 잘 일하고 계신다더군요.

기쁜 소식은 또 하나 있었어요.

찰보리빵에 들어가는 팥을 전부 시니어농장에서 공급 받게 됐대요.

이 농장에선?경주 지역 노인?20여명이 일하시면서 팥뿐 아니라 무청 시래기 무 팥을 직접 재배하면서 경주시니어클럽의 한식당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답니다.



경주서라벌찰보리빵은 제겐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입니다.

2008년 이곳에 취재 간 것이 계기가 되어 ?현직 기자인 주제에, 장사라고는 학생시절 알바밖에 해본 적 없는 주제에, 감히 이로운몰을 직접 운영하기로 결심했거든요.



당시 이 점장은 "경주가 관광지라 관광 비수기 때엔 어르신 일자리 유지가 힘들다"고 하셨어요.

오프라인 점포만 유지해선 빵이 안 팔리는 시즌엔 어르신들이 일 하실 게 없다는 거죠.

그래서 오픈마켓 등 큰 사이트에도 빵을 올려봤지만 싼 재료로 저렴한 가격으로 만든 경쟁제품에 밀려 도통 팔리지가 않는다고 하셨지요.



그 말씀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죠.

'이런 이야기를 기사와 인터넷 사이트로 알리면 원료가 좋은 빵을 찾는 고객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온라인에서 비수기 없는 새로운 판로를 뚫을 수 있지 않을까? '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경주서라벌찰보리빵은 온라인사이트에서 꽤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처음 소문 내는 게 어려워서 그랬지 그 다음부터는 드셔본 분들이 알아서 입소문을 내주신 덕분이었죠.

가치를 알아봐주시는 소비자들 덕에 이 곳의 어르신 일자리는 그동안 5개나 늘었고, 원료도 더 좋은 것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이 점장께 "기쁜 소식 공유할테니 최근 사진 한 장 보내주세요"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받은 사진이 이것!

경주서라벌찰보리빵의 파티셰 할머니들과 이상운 점장. 청일점이라 쉽게 찾으시겠지요? ^^ 사진 제공 : 이상운
이 사진을 보고는 혼자 웃었습니다.

어쩌면 그때 그 모습 그대로인지요.

점장님 눈가에 주름 한두 개가 늘었으려나요, 할머니들이 조명빨을 좀 덜 받으셨으려나요.

눈물도 났습니다.



이 점장께 여쭸습니다. 예전처럼 여전히 무농약 찰보리 쓰시냐고, 첨가물은 안 넣으시냐고.

"그러믄요! 찰보리는 신경주농협에서 무농약 찰보리 받아 쓰고요, 우유는 매일유업 1등급 쓰고요.

계란요? 그건 유정란을 구하기 어려워서 그날그날 신선한 걸로 받아 써요.

아참, 팥은 더 좋아졌네요. 예전엔 팥소를 사다 썼는데 지금은 시니어농장에서 키운 팥으로 받아다 물엿만 넣어 만드니까요."



점장님, 어머님들!

초심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초심 잊지 않겠습니다.

잊을 것 같을 땐 서라벌찰보리빵 사먹을게요. (^^)




경주 할머니들이 젊어진 비결

[쿨머니,이로운 소비]서라벌찰보리빵이 만든 행복일터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입력 : 2008.05.31




경주서라벌찰보리빵의 할머니 파티셰들.
팬케이크 향? 아니 그보다는 더 담백하고 고소한 향이 은은하게 혀 밑을 자극한다.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이 몰려온다. 밖에서 놀다 허기진 배로 뛰어든 부엌의 온기 같은 것, 보리밥 짓던 어머니 가슴에서 나던 향기 같은 것.



경주의 ‘서라벌찰보리빵’ 가게 앞에 가면 그 향기를 맡을 수 있다. 희고 고운 볼과 꽃잎 같은 입술의 어머니들이 만든 향기다.



10여명의 직원이 모두 50대 같은 외모이지만 실은 60대 중반 이상 70대 어르신들이다. 무슨 힘이 할머니들을 어머니의 '동안'으로 돌려놨을까. 뭔가 남다른 묘약이라도 있는 걸까.



26일, 경주 황오동 서라벌찰보리빵 가게에 가서 다짜고짜 부엌부터 쳐들어갔다. 냉장고를 열었다. 매일우유 1등급 생유, 대두식품의 ‘고운앙금’ 팥소가 단정하게 놓여 있다.



찬장을 봤다. 백화수복, 해표 식용유, 코시스 바닐라에센스가 얹혀 있다. 씽크대 서랍 안엔 서강유업의 낙우밀 전지분유가 들어 있다. 찬장 옆으로 신경주농협의 찰보리분말 십여포대가 쌓여 있었다.



“이 근처 휴경지 이용해서 농협에서 무농약으로 키운 거라예. 수입산은 절대 안 써요.”



김춘선(64) 할머니였다. 그는 2005년 서라벌찰보리빵이 개업할 때부터 일한 창업 멤버다.



“우리 찰보리빵은 밀가루를 전혀 안 써요. 100% 찰보리를 쓰니까 영양이 풍부해요. 아침 대신 먹어도 좋고요. 버터를 안 써서 트랜스 지방도 없어요. 방부제도 안 써요.계란도 한 판에 3800원짜리, 좋은 것 신선한 걸 써요.”



맨위부터 빵재료로 들어가는 신선한 계란, 무농약 찰보리분말, 1등급 우유
김 할머니가 양손에 계란을 들고 톡 치니 탱글한 노른자, 말간 흰자가 반죽그릇으로 떨어졌다. 할머니의 얼굴에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어쩐지 낯익다. 맞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당신의 부엌에 서서 짓는 표정이다.



점포 쪽에서 나직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갑내기 친구인 안귀순, 최흥수(71)할머니가 빵 상자를 접으며 나누는 대화 소리였다.



슬쩍 곁으로 다가가 상자를 보는 척 딴청을 부리면서 엿들었다. “십년 전엔가 아무개한테 들은 얘긴데 어떤 양장점에선 블라우스가 100만원이나 한다더라”는 내용이었다. 부엌에서 김 할머니가 나와 불쑥 끼어들었다.



“에이, 블라우스 하나에 100만원짜리가 어딧능교.”



“그런가. 그게 높은 사람들 세계라 카던데.”



마실 나온 처자들 같이 호호깔깔 하던 분위기가 갑자기 경건해졌다. 돌아보니, 이상운(30) 간사가 빵 굽는 기계에 반죽을 담고 있었다.



신라문화원 경주시니어클럽에서 파견된 그는 이 사업을 위해 경주현대호텔과 경주서라벌대 호텔조리학과 전문가들로부터 제빵기술을 전수 받았다.



김 할머니가 식용유를 살짝 바른 열판 위로 반죽을 동그랗게 붓고 뚜껑을 닫았다. 침묵이 점포에 흘렀다. 2분 후, 알람이 ‘삐삐’ 울렸다. 김 할머니가 나무뒤집개를 드니 순식간에 빵반죽들이 홀랑홀랑 뒤집혔다.



다시 2분 후, 갈색빛으로 노릇노릇 구워진 보리빵들이 쟁반에 담겨 나왔다. 달콤한 향에 다시 입안에 침이 고였다.



선풍기 바람에 식힌 빵들 사이로 안 할머니가 팥소를 넣는데 걸린 시간은 1~2초. 최 할머니가 그것을 식품용 OPP봉지에 넣는데 1~2초. 30년지기라는 두 할머니가 호흡을 맞추니 3~4초에 하나씩 찰보리빵이 완성되어 나왔다.



황 할머니가 빵을 식히고, 안 할머니와 최 할머니가 팥소를 넣고 이 점장이 빵을 팔고 있습니다. 이 점장은 “자동기계로 포장하는 것보다 수작업 포장이 더 청결하다”며 "빵이 공기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언니들 따라가려면 멀었어요. 손놀림이 저렇게 안 나와요.”



올해 초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는 황명자(64) 할머니가 빵봉지 입구를 붙이며 말을 이었다. “제가 늦게 시작했지만 이렇게 같이 일하니까 너무 재밌어요. 형님들한테 많이 배워요. 저도 손이 빨라져야 할텐데.”



이 간사는 “자동기계로 포장하는 것보다 수작업 포장이 더 청결하다”고 자랑했다. 빵이 공기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갓 포장된 빵 하나를 뜯었다. 한 입에 들어가는 크기였다. 신선한 향이 입안을 채웠다. 빵은 고소하고 팥소는 촉촉했다. 팬케이크보다는 달지 않고 일반 보리빵보다는 찰진 맛이었다. 나도 모르게 손이 다른 빵 봉지를 뜯고 있었다.



서라벌찰보리빵은 경주 내 30여개의 경쟁점포 중 맛으로나 판매량으로나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 무농약, 무방부제에 맛이 담백해 주변 사찰에서 대중공양물로 대량 매입해가기도 한다.



이곳 단골인 김형진 현대증권 경주지점장은 "어머니 같은 분들이 정갈하고 깔끔하게 만드는데다 웰빙식품이라 고객 선물, 어머니 선물로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문이 는다고 서라벌찰보리빵 운영자인 신라문화원의 경주시니어클럽이 돈을 버는 건 아니다. 수입은 모두 양질의 재료와 할머니들 일자리 창출에 쓰인다. 돈 벌려고 빵을 굽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주려고 빵을 굽는 것이다.



이곳 할머니들이 한달에 받아가는 돈은 20만원에서 60만원 정도. 벚꽃철에 주문량이 많아지면 많이 일해 많이 받아가고 비수기인 여름, 겨울에 주문이 줄면 급여도 줄어든다.



이 때문에 서라벌찰보리빵은 심지어 비수기에도 매일 빵을 굽는다. 할머니들께 시급을 주려는 배려다. 팔고 남은 빵은 경주대자원, 천우자애원 같은 아동시설과 양로원에 간식으로 기증한다.



이러다 보니 지난해까지 3년간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이 간사는 “지금은 한달 평균 800~900상자씩 주문이 들어오는데 1000~1200상자로만 주문이 늘어도 여유롭게 할머니들 시급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애니메이터였던 그는 이제 빵을 위해 뛴다. 반죽부터 배송, 회계와 관리, 심지어 홍보동영상의 애니메이션까지 못하는 일이 없다. 그의 파스텔 애니메이션에서 일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빵이 더 팔린다고 그의 급여가 늘어나진 않지만 "어르신들 일 많아져 돈 많이 버시게 되는 게 좋아서" 그렇게 뛴단다. 이곳 할머니들 중엔 남편 없이 시어머니, 친정어머니를 모시면서 실질적 가장으로 사는 분들도 있다.



그러면 '일'이 할머니들을 젊어지게 한 묘약인 것일까? 한 가지가 더 있다. 진병길 신라문화원장은 "어르신들이 일하느라 새로운 친구를 만나시면 젊어지시더라"고 귀띔했다. '친구'와 '일'이 동안의 묘약이다.


경주 할머니들의 완소남

노인일자리 만드는 청년, 경북경주시니어클럽 이상운 씨

머니투데이?이경숙 기자?|입력 : 2009.08.15 14:00|


경주역 근처 한 조그마한 빵가게. 여자직원 4명과 남자점장 1명이 모여 점심을 먹는다. 한 여자가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으려하는데 닿지 않자, 실장이 얼른 반찬그릇을 그녀 앞으로 옮겨준다. 곧바로 다른 여자들의 견제가 들어온다. "누군 좋~겠네."



점장이 피곤에 지치면, 직원들이 웃음조로 나선다. "저 아가씨 어떻노? 잠이 확 깨제?" "에이~ 별로요! 뭐, 짧은 치마나 뭔가 자극적인 게 있어야 잠이 깨죠." "그럼, 우리라도 화악~ 걷어 올릴까?"



여자 7 대 남자 1. 남자들이여, 이곳이 부럽지 않은가? 경주서라벌찰보리빵 가게에 가면 여자 7명 속에서 알콩달콩 일하는 남자를 만날 수 있다. 이상운 경북경주시니어클럽 점장(32, 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여자들의 나이는 만 64세에서 70세. 할머니들이라 실망하지 말라. 점심 먹고 나면 립스틱 고쳐 바르고, 나이 지긋한 남자손님이 단골 되면 저마다 '나 보러 온다'고 다투는, 천상 여자들이다.



이 점장은 27살 꽃 다운 나이부터 32살까지 5년째 할머니들과 청춘을 보내고 있다. 그 사이 31개월 아들도 낳았다. 그는 "정말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보통 ‘노인’은 젊은 사람보다 힘이 없거나 세대 차이가 많이 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아니더라고요. 어르신들의 힘이나 센스가 젊은 사람들 못잖아요. 건강에 문제만 없다면요."



이 가게는 찰보리빵만으로 월 1000여만 원이 넘는 매출을 낸다. 그래도 할머니들께 '급여'라고 할 만큼 충분히 챙겨드리긴 어렵다. 친환경찰보리쌀 등 좋은 원료를 쓰고 방부제 등 몸에 해로운 성분은 넣지 않기 때문에 원가가 꽤 높은 탓이다.



이 점장은 "어르신들께 사회 참여 기회가 생기는 것만으로도 노인일자리 사업은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5년 동안 15명의 할머니들이 이곳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지금은 7명의 할머니들이 4~5명씩 돌아가면서 주4일제로 일한다.



"어르신들이 만든 빵을 구매하면 그만큼 어르신들에게 일할 기회, 사회 참여 기회가 생깁니다. 많은 어르신들이 전통된장, 떡, 참기름을 만들고 실버택배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런 노인일자리가 늘면 더 많은 분들의 노년이 더 윤택해지지 않을까요?"



원래 이 점장은 잘 나가던 애니메이터 출신이다. 대구미래대 애니메이터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대한민국신조형미술대전 멀티디자인부분 동상,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 만화영상물 제작지원, SBS방송 애니메이션 ‘유니미니 펫’ 제작 참여 등 프로필도 화려하다. 서라벌찰보리빵 홍보동영상에 들어간 애니메이션은 손수 그렸다.



"솔직히, 그림으로 먹고 살기 힘들 듯해 전망 있고 의미 있는 일을 찾다가 경주시니어클럽을 알게 됐어요. 일반 직장생활과 뭔가 다를 것 같다는 호기심으로 찰보리빵 사업을 자원했고요. 지금은 잘 선택했다 싶습니다. 삶에 대해 어르신들께 배우는 게 많아요."



그는 "최고로 맛있는 찰보리빵을 만들어 2호, 3호점을 내고 할머니들 급여를 좀 더 챙겨드리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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