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늘 힘들고 외롭게 살아가는 중년 여성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챙겨주는데도 사람들은 늘 저를 이용만 하고 떠답니다. 계모임에서 제가 음식을 준비하고 연락을 도맡으면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점점 모임 횟수가 줄어들고 참석 인원도 줄어서 왜 그럴까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자기들끼리 따로 모임을 만들었고 결국 저만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모임의 멤버들만이 아니라 가족들까지 알뜰살뜰 챙기고 보살폈는데 자기들끼리 따로 만나는 것을 알고 큰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가족들도 늘 저에게 뭔가를 요구하기만 합니다. 부모님 병수발부터 소소한 집안 행사까지 제가 다 책임지지만 고맙다는 말 대신 더 많은 일만 떠넘깁니다. 혼자 하기에는 힘들어서 도와달라고 했더니 다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나서지를 않습니다. 그동안 동생들이 힘들까봐 겉으로 티내지 않고 물심양면 애썼던 일이 후회스럽습니다. 같은 자식이면서 부모님 일, 집안  일을 나 몰라라 하는 동생들이 너무나 괘씸해서 인연을 끊어버리고 싶습니다.

저는 늘 희생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데 사람들은 왜 제 마음을 몰라줄까요? 더 가깝게 지내고 싶은 마음에 최선을 다했는데 왜 자주 배신을 당하고, 화나는 일만 많이 생길까요?  사람들이 왜 저를 힘들게 만들까요?  늘 희생하고 봉사해도 몰라주고 결국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고 이제 사람 만나는 일이 무섭습니다.

선생님은 배려심이 깊은 분 같군요. 선생님 해주시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늘 남의 마음과 입장을 헤아려 주시고 더 많이 베풀고 싶어하는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이런 마음을 상대방이 알아주면 더없이 좋은 관계로 오래 인연을 맺을 텐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를 자주 봅니다.

지하철에서 세 사람의 이야기를 우연히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애미야 **이가 고생하다가 나왔으니 고기 굽고, 잡채도 좀 해라. 얘야 더 먹고 싶은건 없니?” 할머니 말씀입니다.

“아유 엄마, 요즘 애들은 불고기, 잡채 같은거 안좋아해요 얘가 피자 먹고 싶다잖아.” 이건 엄마 이야기예요.

“나 지금 배 안고프니까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바로 나가봐야 해.” 이건 방금 휴가 나온 군인의 말입니다.

가난하고 어렵던 시절을 살아온 할머니는 따뜻한 밥을 짓고 맛있는 반찬을 잔뜩 만들어서 손자를 배불리 먹이고 싶으셨겠지요. 엄마는 휴가 나온 아들이 통닭이나 피자를  먹고 싶어했던 기억이 있었나봐요. 아이가 좋아하는 걸 우선 먹이고 싶은 거지요. 군복보다 사복이 좋고, 엄마보다 친구가 좋은 청년은 얼른 옷 갈아입고 외출하는게 제일 좋은 모양입니다. 혹시 여자친구라도 있으면 1초가 아깝겠지요.

사랑하는 가족끼리도 이렇게 생각이 다르고 원하는 것도 제각각입니다. 무엇이 옳고 어떤 건 틀렸다고 하기 힘든 경우가 많지요. 그냥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요. 제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나가서 친구를 만나고 싶은데 엄마가 정성껏 차린 집 밥을 먹여야겠다고 붙잡으면 그 밥이 고맙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정성과 배려가 거듭되면 고맙기는커녕 오히려 부담스러울수도 있지요.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예요. 좋은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고 싶으면 ‘더 좋은 것”을 주기보다는 ‘원하는 것’을 주고받아야 합니다.

선생님은 왜 살아가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혹시 희생하고 봉사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늘 남을 배려하고 잘 챙겨주었던 사람으로 남고 싶은가요? 저는 선생님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희생, 봉사, 배려는 타인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반영하는 단어들입니다. 즐겁고 행복한 사람은 주관적인 느낌이지요. 남의 잣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충만하게 느끼기만 하면 되는 감정들입니다.

누군가를 위한 삶보다 자신을 위한 삶을 살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 충실하기 보다는 내 감정에 주의를 기울여 보세요. 봉사하는 사람, 희생적인 사람보다는 ‘그냥 나’로 살아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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