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디하우스 화곡은 12세대 중 3세대에 UD를 적용했다./사진=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

‘유디하우스 화곡’(이하 화곡점)이 입주민을 기다리고 있다. 화곡점은 정부가 제공한 토지에 예비사회적기업인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대표이사 이범재, 이하 유니버설협동조합)이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 이하 UD)을 적용해 만든 공동소형주택 형태의 사회주택이다. UD는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도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의미한다. 

유니버설협동조합은 화곡점을 만들면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주거에 불편이 없도록 주택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각 세대의 현관까지 접근하는데 거치는 공간인 ‘접근부’와 회의실, 공유 거실 등과 같이 여러 세대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인 ‘공유부’에는 UD가 적용돼 있다. 다만, 모든 세대가 장애인에게 맞춰져 있지는 않다. UD가 적용된 세대는 전체 12세대 중 3세대다. 

사회주택을 통한 '어울림', UD와 안성맞춤

주거약자를 고려한 소형공동주택인만큼 모든 세대에 UD가 적용되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이범재 유니버설유니버설협동조합 대표는 장애인만을 위한 전용 주택은 장애인집단 수용 시설처럼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격리,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대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함께 주거하도록 해 어울림의 가치를 실현하고,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노렸다.

“기본적으로 유디하우스는 장애인'만' 살 수 있는 집이 아니라, 장애인'도' 살 수 있도록 만든 집이다. 유디하우스라고 해서 비장애인이 불편함을 겪을 일은 없다. 집을 지으며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어울려 살 수 있는 모습을 기대했다. 비용 문제도 있었다. 각 세대에 UD를 적용하기는 비용면에서 부담이 크다. 접근부와 공유부에 기본적인 여건을 마련해 두고, 개별 입주자의 필요에 따라 맞춤형 리모델링 등을 활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봤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공간에 모여 산다고 해서 ‘어울림’이 실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화곡점은 ‘사회주택’의 특성이 적용돼 있어 어울림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주택은 사회적경제주체가 운영을 맡아 입주자 간의 커뮤니티를 활성화를 지원 하도록 한다. 입주자는 정기회의 등의 활동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어울릴 기회가 제공된다. UD가 적용된 사회주택을 통한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의 소통과 커뮤니티 형성이 기대되는 이유다.

유니버설협동조합이 사회주택을 통해 UD를 선보인데에는 사업적 고려도 있었다. 사회주택 시공·운영하는 사업자는 토지 구매비 없이도 건물을 지을 수 있고, 건축 비용의 90%를 융자를 통해 지원 받을 수 있다. 사회주택 정책은 자본금이 많지 않아 건축이라는 분야에 쉽게 적용하기 어려웠던 UD를 적용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 대표는 “UD가 적용된 소형공동주택을 민간에서 공급하기에는 재정적 압박이 커 민간 시장에서는 영리에 좌우된 공간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사회주택에 대한 지원이 강화될 필요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범재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 장애인인권단체에서 오랜시간 일했다.

 

왜 소형공동주택인가?

현재 유니버설협동조합은 1호 화곡, 2호 수유, 3호 창동, 4호 망우, 5호 수락까지 총 5건, 약 120호 규모의 사회주택 시공·운영을 맡았다. 이 주택은 모두 소형공동주택의 형태를 띄고 있는데, 이는 이 대표가 해결하려는 사회 문제와 연관이 있다. 

“아파트와 달리 다세대, 다가구 주택 등 소형공동주택에는 주거약자를 위한 기준이 잘 적용되지 않는데, 실제 주거약자는 이런 시설에 더 많이 거주한다. 소형공동주택 분야에 UD를 적용함으로써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사회적 환기를 불러일으키고 싶었다”

이 대표는 실제 사회적 변화를 위해서 행동하고 있다. 2019년 4월에는 자체 개발한 ‘소형공동주택 가이드라인’을 국회에서 발표했다. 아직 큰 반응이나 변화는 없지만, 앞으로도 관련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그는 국회 발표를 준비하면서 건축법 등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그는 “유럽 등의 사례를 보면, 일반세대 내에서 5~10%는 주거약자를 위한 세대를 건설하도록 강제한다”며, “이런 주택에는 특별한 설계가 아니라, 문턱 없애기, 안전 손잡이 등 비장애인에게도 불편함을 주지 않는 설계가 적용된다”며 한국에도 관련 법률이 생겨야 함을 강조했다. 

UD 산업 전망...비온 뒤 맑음

이 대표는 현재는 UD 산업에서 활동하는 기업이 많지 않지만, 베이비부머가 은퇴하고 고령화사회가 되면 UD 산업의 발전 필요성과 사업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현재 우리 사회는 노년층이 거주할만한 주거공반 밖에 없어 나이가 들면 요양원과 같은 시설로 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는 많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며 “고령화사회가 주거약자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던 기존 거주 주택과 달리, 요양원에 가기 전까지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는 UD가 적용된 주택의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유니버설협동조합은 사회주택과 일부 컨설팅에 한정돼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꿈은 더 크다. 이 대표는 “지금도 실버주택 등 노령층을 위한 주택이 있지만, 중산층 서민이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며 “그보다 낮은 수준의 비용으로 ‘자기가 살던 곳에서 늙어갈 수 있는 주택’을 민·관 협력을 통해 제공하고 사업이 커지면 민간 단독으로도 제공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회사가 운영하는 사회주택이 많아지고, 사업분야를 민간주택 관리 까지 넓히면 더 많은 취약계층을 고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유니버설협동조합 사무실을 나가는 길 들어올 때는 눈치채지 못했던, 턱없이, 경사진 형태 출입문 바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의식하기 전에도, 후에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이 대표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UD는 가장 큰 불편을 겪는 약자를 고려한 디자인으로, 모두가 불편을 겪지 않을 수 있는 디자인입니다”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 사무실로 들어가는 문에는 턱이 없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