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rt style="green"] 지구 곳곳에서는 매일 이상기후에 대한 뉴스가 쏟아집니다. “대지는 지금 병들어 있다. 인간들이 대지를 너무도 잘못 대했기 때문이다…머지않아 (지구는)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시도로 크게 몸을 뒤흔들 것이다.” 법정스님의 저서『 오두막 편지』에 인용된 아메리카 인디언인 체로키족의 추장 ‘구르는 천둥’의 얘기가 어느 때보다도 가슴에 와닿습니다. 더 늦기 전에 무책임한 낙관주의에서 벗어나 지구와 내가 하나의 공동 운명체임을 자각해야 할 때입니다. [/alert]

협동조합편

최근 서울의 한 민속주점을 갔는데 경영 방식이 독특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미술을 전공한 대표 매니저가 한 명 있고, 사장은 요일마다 바뀌는 곳이었습니다.

예전에 일본의 유명 카페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인이 요일별로 바뀐다는 내용을 책에서 읽고 신기하다고 여겼는데, 우리나라에도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이 곳 사장님들은 원래 지방에서 민속주를 만드는 분들인데, 공동의 뜻을 모아 이렇게 협동조합으로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전만 해도 예쁘고 고급스러운 술병을 만들고 싶어도 유리 공장에서 주문 최소단위가 10만개나 되다 보니 어려웠는데, 공동 경영으로?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각자 지방에서 자신들의 비법을 담은 술을 계발하되, 자재를 구입하거나 물건을 판매하는 부분에서는 공동으로 협력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협동조합이 발달한 북유럽. 덴마크에서는 협동조합 풍차도?많다. (photo, ⓒ from Flickr> nottora2)
최근 사회 곳곳에 협동조합 설립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와 덴마크 등 유럽에서는 이미 협동조합이 상당히 자리를 잡고 있는 실정입니다. 김현대 등 현직기자 3명이 함께 쓴 <협동조합, 참 좋다>에 보면 이탈리아의 볼로냐의 경우 협동조합이 보편화되어 장을 보러 갈 때 ‘시장에 간다’는 표현 대신 ‘콥(coop)에 간다’라고 쓸 정도라고 합니다. 콥은 협동조합 매장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아이쿱생협, 한살림 등이 있습니다.

이곳은 집마저도 협동조합으로 짓는다고 합니다. 덕분에 1980년대만 해도 돈 많은 사람만 집을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시민의 85%가 집을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부동산 투기는 전혀 없고요. 주택 협동조합에서 좋은 품질의 주택을 거품 없는 가격에 저렴하게 공급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적용되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생각해봤습니다.

저도 조금씩 협동조합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이 피부에 와 닿습니다. 장을 볼 때 대부분 아이쿱생협 등 협동조합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물건이 대부분 유기농이고 믿을 수 있는 상품인데다, 대형마트보다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형마트에서 파는 일반 제품보다는 다소 비싸게 생각될 수 있지만, 같은 조건의 유기농 제품을 비교해보면 더 저렴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이기 때문에 믿을 수 있고 유통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가격거품도 없습니다.

최근 믿을 수 있고(과잉진료 없고) 따뜻한 의사 선생님이 있는 의료생활협동조합까지 등장했습니다. 그곳에는 꼭 필요한 처방만 하고, 따뜻하게 잘 설명해주는 의사 선생님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의사 입장에서도 경영 압박을 받지 않고 환자 진료만 하면 되고, 환자 입장에서는 친절하고 공정한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직장 다니는 엄마들끼리 공동육아하는 방식 역시 협동조합이고, 대안학교 역시 협동조합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은퇴자들을 위한 협동조합도 생겨나고 있는 등 최근 이곳저곳에서 협동조합 붐입니다.

사실 거대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들의 등살에서 서민들이 공정하게 경쟁해서 살아남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작은 규모에 주먹구구식으로 경영하는 소상점이 어떻게 크고 전문적인 경영진을 둔 대형 상점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무조건 ‘동네 가게를 이용하라’고 심정적으로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편리하고 저렴한 곳이 있다면 그 곳을 가게 되는 것이 사람들의 심리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소규모의 재정을 가지고 큰 대기업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협동조합 식으로 설립하는 것이 가장 나은 대안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동네 슈퍼를 경영하는 사람들끼리 연합해 공동의 브랜드를 달고 머리를 맞댄다면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이기지 못하란 법이 없습니다. 주문량이 많아지면 가격경쟁력 협상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좀 더 동네슈퍼 가격이 저렴해질 것이고, 대형마트와 별 반 가격차이가 없어지고 품목도 좀 더 다양해진다면 사람들이 구태여 차를 몰고 대형마트까지 갈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북유럽 등 협동조합이 잘 발달한 나라는 지난 금융위기에서도 타격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협동조합 기업은 조합원 모두가 주인인 기업이기 때문에 함께 힘을 합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입시 등 사회전반이 경쟁을 위주로 움직이고 있고, 승자(일류)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아왔기에 ‘협동심’을 필요로 하는 협동조합이 잘 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에는 ‘두레’ ‘계’ 와 같은 일종의 협동조합이 있었습니다.

1%만 살아남은 경제가 아니라, 99%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협동조합 설립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이쿱생협의 경우 꾸준히 가맹점이 늘고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등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일단 혼자 모든 부담을 다 지려고 하지 말고 여럿이 힘을 합쳐서 협동조합 식으로 창업하는 방식을 도모해본다면 어떨까요? 대박은 아니라도, 최소한 쪽박 찰 일은 없지 않을까요?

<참고할 만한 책>

『협동조합 참 좋다』, 김현대 하종란 차형석 저, 푸른지식, 2012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 스테파노 자마니, 베라 자마니 저, 송성호 역, 북돋움, 2012

『지역을 살리는 협동조합 만들기 7단계』, 그레그 맥레이오드 저, 이인우 역, 한살림, 2012

?(이 글은 격주 월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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