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조합생활은 무엇일까?

인천의 협동조합 수가 2018년 기준으로 395개를 넘어가고 있다. 이렇게 상당한 협동조합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단체들이 운영을 잘 이어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예시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기민하게 사회를 바라보아야 한다. 여기 주목해 볼 만한 예시가 하나 있다.

“꿈꾸는 문화놀이터 뜻” 이다. 청년 공감 기획단 SEY(Social Economy of Youth)가 ‘뜻’의 정윤호 대표를 만났다.

 

꿈꾸는문화놀이터 뜻 정윤호 대표

 

‘꿈꾸는 문화놀이터 뜻’을 만들게 된 계기와 이름

고등학교 시절부터 연극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연극을 하려면 서울의 대학로에 갔어야 했다. 대학로에서 극단생활을 하기 위해 인천에서 서울로 통근하다 보니 많이 힘들었다. 자연스럽게 ‘왜 인천에는 이런 것이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인천에서 객원 배우로 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인천의 문화예술은 대학로와 다르게 환경이 아주 열악했다. 이 곳에서 문화예술을 업으로 삼을 수 있을지 고민하며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비슷한 고충을 가진 문화예술계의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쪽 일을 하고 싶은 친구들끼리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놀아보자!’며 모인 것이 시작이었다.

우리가 큰 사회를 바꾸기에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가 꿈꾸는, 우리가 활동하고 싶은 기업의 모델은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였다. 그때부터 기업 운영에 관한 여러 고민을 했다. 나중에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나 환경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게 뭘까?’라는 질문의 답변으로 ‘꿈꾸는 문화 놀이터’가 나왔다. 그렇게 ‘꿈꾸는 문화 놀이터’라는 이름이 지어지게 되었다. 우리의 시작은 임의 단체였다. 2012년도 12월에 협동조합 기본법이 통과되면서, 우리에게 적합한 조직의 형태인 협동조합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마침내 ‘협동조합 꿈꾸는 문화놀이터 뜻’이라는 이름이 완성되었다. 이 이름에는 가장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을 만들고자 뜻을 모은 청년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그 모든 가치와 우리가 회사를 왜 만들고 싶었는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담아 이름을 짓게 되었다.

뜻에서 진행한 축제현장

 

‘꿈꾸는 문화놀이터 뜻’의 사업

단체를 만들고, 문화예술로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주요 사업이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됐다. ‘기획사업, 교육사업, 거점사업’

먼저, 많은 주민들에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기회들을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그 중에 가장 극대화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축제였다. 축제의 장점은 다수에게 문화예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개별적이고 세부적인 문화예술을 펼치기는 힘들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 체계적인 문화예술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교육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에도 허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교육사업으로 배운 문화예술을 실천해보고 싶어도 마땅히 할 곳이 없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거점사업을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세 가지 사업에 줄거리를 담아서 주요 사업으로 선정하게 됐다.

더담지 개소식 현장

협동조합으로서 8년, 지금으로 오기까지

8년이 되어서 속풀이를 하자면 인제 와서 알아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상한 기업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말도 안 된다며 만류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상적인 기업만을 추구한다면서 말이다. 그런 말을 들으니 오히려 오기가 생겨 동기부여가 되었다. 후에 성과를 보여주니까 ‘너네 되는 구나!’ 라는 감사한 평가를 받았다.

우리의 진정한 성장비결은 이런 동기부여가 아니다. 바로 함께하는 조합원들과 실무진들이다. 힘들 때 같이 버티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달려왔다. 대표 혼자만 잘나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같이 해야 진가를 드러내는 일이 많다. 우리 조합원과 실무진은 발전을 고무한다. 그래서 최근 두 명의 조합원이 실무를 내려놓았다. 의아해할 수도 있는데 그 이유는 더 역량 있는 실무진들이 필요해서다. 이런 팀원들이 있었기에 회사는 성장할 수 있었다. 더불어 객관적인 평가와 신뢰 관계 또한 성장의 바탕이다.

심지어 대표자 월급도 실무자들이 정해준다. 모든 과정은 이사회의 절차를 걸치고, 실무자들은 조합원이 아닌데도 모두가 원하는 기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많은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다. 협동조합의 원칙을 매우 잘 지키는 기업은 아이러니하게 이상한 기업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기존의 영리기업 형태가 아닌 말 그대로 협동을 하는 조합이기 때문에 실무자 의견과 조합원의 의견을 반영하여 열심히 운영한다.

뜻에서 진행한 축제현장

 

용감한 청년기업, 큰 기업을 이기다.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는 강화문화제 야행이다. 그 이유는 뜻이 처음으로 입찰을 할 당시, 큰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계약을 따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단일권 금액이 억단위가 넘는 큰 행사였다. 팀원들이 정말 고생했다. 7월 말에 뙤약볕에 고생하고 피부가 까매졌다. 그만큼 보람찼던 경험이다. 이를 토대로 큰 행사들을 시작할 수 있었다.

또한 ‘청년기업, 사회적 경제 기업 무시할 게 아니다.’라고 시선들이 바뀌게 된 계기라 생각한다.

나는 연극하는 청소년이다.

청소년을 위한 문화 교육사업을 하는 이유는 아마 내가 학창 시절에 무시를 많이 당했기 때문인 것 같다. 고등학교 때 연극을 한다고 하니 학교에서 내놓았다. 그래서 갈 곳이 없었다. 내가 비행 청소년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방황하다 청소년수련관이라는 곳을 찾았다. 수련관이 생겼던 이유는 인현동화재사건 때문이다. 이 사고로 인해 ‘청소년이 갈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어라.’ 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당시 정책에 따라 인천 장수동에도 청소년수련관이 생기고, 각 구별로 점차 확대가 되면서 청소년 운영위원회도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곳을 통해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 것이다.

그 때 경험을 바탕으로 나같은 아이들을 위해 문화예술교육에 더 애정을 갖고 운영을 한다. 처음에는 일부러 학교 밖 청소년만 데리고 교육을 했다. 그 친구 중 일부가 우리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지금은 청소년을 위한 사업이 잘 되어서 일반 청소년들도 참여를 하고 있다.

 

상생하는 기업

협동조합이라 가능했다. 조합원들은 실무를 안보지만 본인들이 배당을 받는 이유가 실무자들이 일해주기 때문이라며 감사함을 느낀다. 이런 감사함이 큰 것 같다. 이들을 갑을 관계로 본다면 일반기업과 같은 행보를 보였을 것이다.

회사는 실무자와 사내 운영, 직원 복지를 같이 계획한다. 가능한 서로의 입장을 생각해준다. 또한 회사는 재정을 실무자들에게 공개한다. 회사 재정을 알아야 서로의 연봉 및 복지 등을 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꿈꾸는 사내 복지는 아직 많이 남아있다.

먼저 여성직원이 많이 들어오면서 직장 내 어린이집을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성 직원 대부분이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두려워한다. 나라가 완벽히 해결을 못 하면 기업이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녀를 가까이에 두고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또한 구내식당, 힐링존에 안마의자 그리고 인천으로 통근하는 친구들을 위한 주거문제 등 아직 제공하고 싶은 복지는 많다.

이런 복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기업에서 대표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할 수 있는 걸 했다고 생각한다. IT 기업이 하는 복지체계를 문화예술계에도 점차 도입시키고 싶은 소망이 있다.

뜻 작업실 대여공간2

 

상상하는 모든 것을 실현시키는 기업

“뜻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상상하는 모든 것을 실현시키는 기업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문화예술기업도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다고 하면 뜬구름 잡는 다는 말이 많았다. ‘그럼 내가 그런 기업을 만들 거야.’ 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고 결국 성공했다. 이제는 사람들이 우리를 보며 놀라기도 하고, 어느 한 편에서는 우리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회사 내부에서는 직원들의 꿈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꿈을 갖고 같이 힘을 합쳐 이뤄주는 동료가 가득한 회사를 유지하는 게 목표다. 힘들 때 서로를 다독여주고 함께 있어 주는 동료가 진정한 동료라고 생각한다. 이런 모습들을 통해 상상하는 모든 것들 실현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고 싶다.

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1기와 정윤호 대표

 

올해의 목표

우리는 팀원들하고 목표를 같이 정한다.

팀원들이 목표를 금액으로 설정해보자고 제안했다. 이게 작년 12월에 정한 것인데 ‘목표매출 30억’이었다. 지금도 변함은 없지만, 벌써 4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이 너무 커서, 올해까지는 20억만 벌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직원 목표도 있다. ‘직원을 20명까지 채용하자.’ 같이 현실적인 기준이다. 또한 팀 목표 및 개인 목표가 따로 있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개인 목표를 지원 해주려 노력한다. 어떤 친구는 토익 900점 맞는 것, 또 다른 친구는 운전면허 따는 것과 같이 다양한 개인 목표들이 있다. 총회에서는 이러한 개인 목표를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험 응시료를 지원하는 것을 고려중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지만 개인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다. 이런 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복지라고 생각한다. 이분들이 잘 돼야 회사가 잘 될 것이다.

문화는 주변에서 시작한다. 두 명이 모여 하나의 집단이 되고 여러 명이 모여 국가를 형성하는 것과 같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너무나도 미미해 보이지 않던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엄청난 변화를 야기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여기, 인천에서 작은 날갯짓을 일으키려 노력하는 <꿈꾸는 문화놀이터 뜻>과 함께 했다. 앞으로 이들의 날갯짓이 불러일으킬 엄청난 변화를 기대하며 ‘뜻’ 과 같이 슬기로운 협동생활을 통해 기업, 조합원, 직원이 모두 행복한 기업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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