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필수품으로 떠오른 마스크. 마구 버려져 바다에 떠다니는 모습이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인간을 지키는 마스크가 해양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마스크 필터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들어지는데, 이러한 바다 속 폐플라스틱이 해양생물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해양오염으로부터 바다생물을 지키기 위해 나선 사회적기업을 만났다. 바다생물들의 터전을 보호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사회적기업 ‘우시산’이다. 

폐플라스틱을 귀여운 인형으로 탈바꿈

고래 배 속으로 들어가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별까루 고래인형./사진제공=우시산

우시산의 활동무대는 울산광역시 장생포고래문화특구다. 과거 고래잡이로 유명했던 포구 장생포는 포경산업의 퇴조로 인해 쇠락했지만, ‘고래문화특구’로 거듭나며 분위기 탈바꿈에 성공한 곳이다. 이곳에서 우시산도 해양 쓰레기를 인형과 에코백 등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업사이클링 사업을 통해서다. 우시산은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 울산항만공사, UN환경계획 한국협회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바다에 버려진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새활용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별까루 자수 에코백./사진제공=우시산

우시산 변의현 대표는 “울산에는 많은 선박이 울산항을 드나들며 발생하는 폐플라스틱이 하루 1t가량 되는데, 해당 쓰레기들은 보통 재활용 구분없이 소각처리 된다”며 “우시산은 폐플라스틱을 소각하지 않고 모아 친환경 솜과 실로 재가공해 인형과 에코백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은 멸종위기 종이 된 ‘귀신고래’도 우시산의 손을 거쳐 ‘별까루고래인형’으로 재창조됐다. 우시산 변의현 대표는 “장생포에서 활동하며 과거에 자주 출몰했었다는 ‘귀신고래’ 이야기에 자연스레 주목하게 됐다”며 “국제적 보호 대상인 고래를 보호하고 울산을 단순한 공업도시가 아닌 친환경 생태도시로 바꾸는 환경적 가치를 추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품판매 수익의 일부는 고래 연구와 환경 보호에 사용하는 한편, 시민의 환경 의식을 개선하는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작지만 의미있는 행동

우시산은 일상 속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캠페인 ‘아그위그(I Green We Green) 챌린지’도 진행하고 있다.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머그컵을,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을 사용해 플라스틱 배출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울산 장생포고래박물관 2층 입구에 설치된 나무 조형물에 일회용품을 줄이겠다는 서약을 작성해 나뭇잎을 매달면, 총 두 그루의 나무가 심어진다. 

지난해 4월 우시산은 울산항만공사와 SK이노베이션, UN환경계획 한국협회, 울산지방해양수산청과 해양플라스틱 저감 업무협약을 맺고 업사이클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사진제공=우시산

한 그루는 울산항만공사에서 강원도 산불 피해 지역에 심고, 나머지 한 그루는 SK이노베이션에서 베트남에 맹그로브 나무를 심는다. SNS 참여도 가능하다. 머그컵 또는 텀블러, 에코백을 사용하는 모습을 촬영해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업로드하면 똑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변 대표는 아그위그 챌린지에 대해 “지구를 더 푸르게 만드는 ‘작지만 의미있는 행동’을 촉구하는 환경 챌린지”라고 자평했다. 

친환경기업 우시산은 2015년 11월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갤러리카페 연’을 창업했다. 이곳에서는 시니어 바리스타와 경력단절여성이 일하고 있다. 변 대표는 갤러리 카페 연은 “퇴직을 한 어르신들에게 바리스타라는 전문 일자리를 제공하고, 동네사람들이 힐링하며 지역 작가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는 문화사랑방같은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우시산은 갤러리 카페 연을 거점으로 문화사업과 공방, 체험교실을 연계 운영하면서 사업을 확장해왔다.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서 시작해 업사이클링 사업을 통해 바다생태계 보존에도 앞장서고 있다.

비대면 판로 확대 성공... "협업과 연대로 위기 이겨낼 수 있어" 

하지만 우시산도 코로나19의 습격은 피해가지 못했다. 2019년 매출이 창업 초기대비 무려 6배 늘어난 6억7백만원을 기록하는 등 성과를 거뒀지만, 올해 70% 이상의 매출 급감을 경험한 것이다. 변 대표는 “코로나19로 주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고래박물관 기념품점, 고래문화마을 체험장, 아트스테이 행복공방 등의 사업장을 모두 닫아야 했다”며 “한참동안 매출 '제로'였을 정도로 정말 힘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우시산에서 판매중인 아그위그 대나무 텀블러./사진제공=우시산

살 길을 모색하던 그의 눈에 언택트(비대면) 판로가 들어왔다. 직원들과 합심해 네이버 헤피빈 공감펀딩에 ‘고래의 꿈이 담긴 업사이클링 굿즈’란 프로젝트를 개설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우시산이 하는 사업을 알렸고, 이는 큰 호응을 받아 목표금액을 1044% 초과해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변 대표는 “감당하기 힘든 어려울 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펀딩 참여자들에게 보답하고자 대구·경북 아이들에게 선물꾸러미를 보내기도 했다”며 “이런 계획이 알려지면서 동료 사회적기업과 기관, 기업들도 작은 정성을 보내와 2차 펀딩도 개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곧이어 진행된 2차 펀딩에서도 목표액의 541%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고, 이번에는 울산은 물론이고 부산에도 선물꾸러미를 보내 성원에 화답했다. 변 대표는 “우시산이 어려울 때 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착한 기업으로 어느새 성장해 뿌듯하다”며 흡족해했다.

변 대표는 이럴 때일수록 사회적경제기업끼리의 연대와 협동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는 “코로나19와 같은 사태를 사회적경제기업이 홀로 버텨내기에는 무리”라며 “사회적경제기업이 모여 서로가 가진 강점을 토대로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지금의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울산항을 넘어 더 큰 바다로

그는 우시산의 울산항 폐플라스틱 새활용 사업을 꼭 성공시켜 부산항, 인천항, 나아가 세계 모든 항구로까지 확장하고 싶다는 비전을 품고 있다. 최근 우시산은 페트병으로 3D 프린터 필라멘트를 만들어 관광공예품이나 가구류를 생산하는 R&D 사업에 선정되면서 비전 실현을 향해 한 발 더 내딛었다. 또한 인형과 의류에 이어 보다 많은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제품들을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우시산은 울산 남구와 SK이노베이션의 컨설팅과 지원을 받으면서 더욱 성장하는 중이다. 고래를 모티브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는 “고래와 인연이 닿아 직원과 사업장을 확대할 수 있었다”며 “고래 덕분에 이룬 것들을 고래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고래들이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폐플라스틱에서 벗어나 힘차게 유영할 수 있는 날까지 우시산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사회적기업 우시산 직원들. 어르신 바리스타 3명, 기획·홍보 3명, 판매·서비스 3명, 디자인 및 소핑몰 2명 총 9명으로 구성돼있다. 앞줄 가운데가 변의현 대표./사진제공=우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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