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만 vs 299만
왼쪽은 서울시에서 1년에 발생하는 불법 주차 건수, 오른쪽은 서울시 안에 등록된 차량 대수다. 등록된 차량 수보다 불법 주차 건수가 더 많다니. 우리는 모두 범법자일까?
김동현 모두컴퍼니 대표의 사업모델은 여기서 시작했다. 차를 끌고 나가면 주차할 곳은 가뭄에 콩 나듯 있고, 찾으면 요금이 너무 비싸다. 매번 고민만 하다 2012년 직접 문제를 풀어보자고 나섰다. 2013년 법인 설립 후 현재 모두컴퍼니가 운영하는 어플리케이션 ‘모두의주차장’은 누적 다운로드 280만 건, 누적 회원 160만명을 자랑한다.
모두컴퍼니는 소셜벤처 루트임팩트가 운영하는 임팩트 지향 스타트업들의 코워킹 커뮤니티 ‘헤이그라운드’에 입주해있다. 28일 서울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10층 스카이라운지에는 김동현 대표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루트임팩트, 째깍악어, 마리몬드, MYSC, 임팩트얼라이언스 등에서 소셜벤처 관계자 약 50명이 모였다. 행사명은 헤이그라운드의 이름을 딴 '헤이브랜드.' 소셜임팩트 브랜드를 조명하는 오프라인 정기 이벤트다. 헤이그라운드는 모두컴퍼니를 시작으로 앞으로 월 2회, 격주 목요일마다 ▲빌라선샤인 ▲동구밭 ▲LiNK ▲오픈갤러리 ▲알브이핀 등 다른 브랜드를 집중 소개한다.
불법 주차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소셜벤처 “사회 변화 실감해”
서울 내 등록된 주차면은 376만개, 차량 100대당 126면의 주차공간이 있는 꼴인데, 왜 불법 주차 문제가 있을까? 김 대표는 ‘부설 주차장’에서 답을 찾았다. 그는 “주차면은 많지만, 유형별로 살펴보면 87%가 외부인 주차를 제한한 부설 주차장”이라고 설명했다. 주차장을 더 만들 게 아니라, 외부인에 닫힌 공간을 열어 기존 주차공간의 활용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주차 문제를 개선해야 했다. 모두의주차장은 이걸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으로 등장했다. 2020년 5월 기준 약 5만5천개의 주차장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그 중 1만4천개는 거주자 우선 사유지 공유주차장이다.
모두컴퍼니의 사업 영역은 ▲주차정보 제공 ▲주차공간 공유 ▲주차장 제휴 ▲스마트 파킹 등으로 나뉜다. 주차장 정보를 수집·가공해 웹·앱을 통해 전달하고, 유휴 주차공간을 발굴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중개한다. 현재 23개 지방자치단체 및 33개 공공기관과 주차 공유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상업용 주차장이 모두의주차장을 통해 유휴 주차면을 판매할 수 있는 커머스 사업도 맡아 서울 내 936개 제휴처를 운영한다. 스마트 파킹은 미래 지향적 모델이다. 클라우드 기반 사업을 하며 IoT 주차센서, 주차 관제 장비 등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사업을 운영하며 직접 사회에 '소셜임팩트'를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업 초기에는 인구통계 조사원분들과 함께 다니며 ‘주차 공유’라는 개념을 시민들에게 홍보했는데, 이제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자발적으로 주차 공유를 추진하는 모습을 보며 사회가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도 해소됐다. 김 대표는 “과거에는 눈에 빨리 띄는 자리일수록 주차 요금을 비싸게 받아 입지에 따른 편차가 컸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미리 요금을 확인할 수 있어 줄었다”며 시장 변화를 실감했다.
코로나19에도 끄떡없어...시장 1위 앱 고민은 ‘사회적 가치’
김 대표가 보인 모두컴퍼니 매출 그래프는 올해 상반기도 꾸준히 성장세를 그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추락하던 공유경제 환경 내 예외 사례다. 사람들이 대중교통보다 자차를 타고다녀 오히려 수요가 늘었고, 무인 결제 장비가 보급되면서 온라인 연결이 더 원활해졌다.
코로나에도 성장하는 유망 기업이지만 지속가능성 고민은 여전하다. 주차시장의 매력이 드러나 경쟁사가 늘었는데, 시장 논리만 좇는 이들 사이에서도 자리를 지켜야 한다. 김 대표는 “여기저기에서 쿠폰을 뿌리는 등 지속가능하지 않은 판촉 활동을 펼치는데, 이 조건에 사용자들이 학습돼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치킨게임’에 비유했다. 치킨게임은 서로 양보하지 않고 대립하다가 한쪽이 물러서는 상황이다. 상생보다는 극한 경쟁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그는 “이제 회사의 성장과 사회적 가치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두 가지를 지킬 방법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털어놨다.
김 대표는 이어 “주차 문제의 비합리성을 해결해보자는 마음으로 출발했고, 설정한 방향이 바람직했다고 생각한다”며 “스스로 흔들릴 때마다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돌아본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주차에서 비롯된 불협화음을 발굴하고 해결하는 데 관심을 둘 거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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