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의 선언> 표지./사진=예스24

‘가난한 사람들의 선언’은 자본주의 체제의 병폐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멕시코에서 커피 노동자와 함께 생활하며 자본주의의 문제를 몸으로 느꼈다. 그곳에서 수익의 대부분을 ‘코요테’라 불리는 중개상과 다국적기업에 빼앗겨 종일 고된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빈곤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커피 노동자의 모습을 목격한다.

이 원인은 자본주의에 있다. 그는 “어떤 빈곤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며 “가난을 양산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이고, 그것을 원하는 사회”라고 지적한다. 자본주의 아래에서 서구 선진국을 비롯한 ‘부자’나라는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를 비롯한 ‘가난한’ 국가를 착취해 부를 끊임없이 축적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책임을 회피한다. 환경문제를 일으키면서도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대형 은행과 기업이 도산 위기에 빠지면 공적 자금을 투입해 사적 부채를 해결한다. 기업과 자본가가 지어야 할 책임을 일반 시민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이후에도 약간의 수정만 있을 뿐, 자본주의는 건재한다. 저자는 이런 행태를 ‘신’을 숭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어떤 병폐가 드러나더라도, 그 근간을 흔들거나 의심하지 않는다. 

자본주의라는 종교가 성행하면서, 환경문제와 노동자 착취, 빈곤과 불평등이 심화한다. 자본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자선’이라는 당근을 제시하기도 한다. 가난한 이들을 도움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정의하고 시혜를 베푸는 식이다. 저자는 시장에서 베푸는 자선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자선은 노동에 대한 대가 지불, 공정한 가격의 원자재 구입, 생산 비용의 보장 등 가격 체제 수호자들이 처음부터 했어야 할 일을 안 하고, 그들이 상상해낸 왜곡된 방식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베푸는 자선은 해롭다”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저자는 그 답으로 ‘공정무역’을 제시한다. 그는 UCIRI라는 커피 생산자 협동조합을 만들어 중개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커피를 수출하는 공정 무역 시스템을 통해 멕시코 커피 노동자를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도왔다. 이는 기존 자본주의와는 다른 대안 경제를 성공시킨 것이다. 

그가 지적한 자본주의의 거시적인 문제에 비해 그가 제시한 대안은 다소 지엽적이다. 공정무역은 노동 착취 문제를 일부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을지 몰라도 자본주의를 대체할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 했다. 다만, 저자의 말처럼, 이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대중이 스스로 조직에 나서 사회의 실질적인 젼화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진보‘임은 분명하다. 또한 대안 없는 비판 보다는 행동이 수반된 비판이 낫다.

“현재의 병폐를 고치기 위한 믿을만한 대안이 없다면, 저항은 무의미하다. 현재의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 비판만한다고 미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 가난한 사람들의 선언=프란시스코 판 더르 호프 보에르스마 지음. 마농지 펴냄. 143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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