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8세가 되면 자립정착금과 함께 사회로 나오는 보호종료아동. 매년 약 2,600여명이 정부의 보호조치를 벗어난다. 자립정착금과 수당 등 지원 정책이야 있지만 당사자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시설에서 지냈던 아동들은 단체 생활을 하다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적응하기 어렵다. 최근 김정숙 여사가 보호종료아동 주거복지 현장을 방문하고, 배우 박시은·진태현 부부가 보호종료아동을 입양했다는 게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관심이 모였다. 주요 TV프로그램에서도 보호종료아동 이슈를 심층적으로 기획해 다루기 시작했다. 이로운넷은 당사자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어보고,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한다.

“출근할 때나 샤워를 할 때 거울을 보면서 ‘나는 강해져야 한다’고 외쳤어요. 저는 늘 씩씩해야 하고, 실수없이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거든요”

보호종료아동 손자영 씨 이야기다. 퇴소 직후 지지체계가 없던 상황에서 그를 지킬 수 있는건 자신이었고, 매일 거울을 보며 주문을 걸었다. “나는 강해져야 한다”

“인식개선? 어렵지만, 돌멩이라도 던져봐야죠”

2015년에 보호종료돼 회사를 다니다가 2018년에 대학에 입학했다는 손자영씨는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으로 이미지가 확산되는 것을 걱정했다. 영화나 드라마 주인공의 불우한 환경에 등장하는 아동생활시설이다. 자영씨는 “범죄 사건 기사 댓글에 ‘부모없는걸 티낸다’는 식의 부정적 댓글을 보면 ‘나도 보호종료아동인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내려앉는다”고 했다.

자영씨는 아름다운재단과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을 개선하기 위해 ‘애드보커시 프로젝트’를 계획중이다. 미디어의 보호종료아동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 소비사례를 알리는 활동이다.

애드보커시 프로젝트는 보호종료아동과 시민 등을 대상으로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부정적 소비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미디어를 통해서 부정적 소비에 대해 인식 한 적 있는지 ▲(인식하지 못했다면) 미디어에서 보호종료아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소비되는 것을 한번이라도 본 적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통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를 기반으로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인식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자영 씨는 “미디어가 생각보다 우리 삶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면서 “보호종료아동을 미디어에서 재현하는데 있어서 특정한 인물로 제한 할 것이 아니라 다른 청년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자영씨는 요즘 보호종료아동 인식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사진=아름다운재단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우리의 목소리가 중요하더라고요”

지금은 대학에 다니고 있지만, 보호가 종료된 직후 시작한 사회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실수를 할 때마다 들리는 상사의 꾸짖음은 자영씨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제가 실수를 했을 때 저를 꾸짖는 상사의 말을 꾸겨서 들었던 것 같아요. ‘왜 나한테만 그러지? 내가 부모가 없다고 그러는건가’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피해의식만 강했던 것 같아요”

회사 직원들의 지나친 충고와 걱정이 상처가 될 때도 있었다. 손자영 씨는 “‘진짜 잘 자랐다’라는 말을 듣기 싫었다. 그 말에는 보호종료아동은 잘 자라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들어있는 것 같다”며 “어떤 환경에서 자랐건 똑같이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영씨는 요즘 보호종료아동 인식개선을 위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보호종료아동 스스로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공식 활동이 나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이런 활동 하나하나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내가 처했던 환경에서 받았던 상처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걱정되는데, 기대도 돼요”

아동시설 양육 시스템 문제 보며 사회복지학과 진학

2018년에는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다. 보육시설에서 자라다 보니 양육시설의 문제가 눈에 띄었고, 잘못된 시스템 때문에 보호종료아동들이 자립이 어려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퇴소 이후에도 아동들이 사회적인 문제로 힘들어하거나, 약자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봤어요. 회의감이 들었죠. 이런 문제를 학문적으로 접근하고 공부하고 해결해 보고 싶다는 이상적인 사명감이 들어서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어요. 물론 지금은 ‘현실은 어렵구나’라고 느껴요”(웃음)

손자영 씨는 향후에는 전공 공부를 포함해 여러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는 목표다. 자영씨는 “교육의 중요성도 느끼고, 대학원에 진학 하는 등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자영씨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용할 수 있을만큼 사회가 성숙해 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너만 힘든게 아니니 주눅들지 말라’는 말, 위로됐죠”

후배들에게 조언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한참 머뭇거리던 자영씨는 어릴때는 나만 힘들다는 생각이 컸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를 얻었다고 했다.

자영씨는 후배들에게 “‘너만 힘든거 아니니까 너무 주눅들지 말라’고 이야기 해 주고 싶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실적으로는 밑천을 잘 모으고, 사람을 조심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현실적인 부분이 무너졌을 때 극복이 쉽지 않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족주의가 심하잖아요. 하지만 완벽하거나 완전하지 않은 가족도 많아요. 이처럼 모든 형태의 가족들을 포용할 수 있을 만큼 사회가 성숙해 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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