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교육 평등을 꿈꾼다" 무하의 뷰티풀 라이프
"예술의 교육 평등을 꿈꾼다" 무하의 뷰티풀 라이프
  • 이로운넷=노산들 인턴 기자
  • 승인 2020.05.2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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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극단에서 사회적협동조합까지 발전
무료 연극 교육·일자리 창출 노력 기울여
누구에게나 열린 '무하마을' 꿈꾼다

춘천의 작은 소극장 '연극바보들'을 찾았다. 사회적협동조합 '무하'의 보금자리다. 무하는 '무조건 하자'의 약자로 연극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들의 열정이 이름부터 느껴졌다. 

해석과 연기력이 돋보인 '뷰티풀 라이프' 연극

뷰티풀 라이프는 원작이 있는 공연이다. 지안컴퍼니의 연극을 가져와 무하가 연출을 같이 맡았다. 탄탄한 기획과 각본을 바탕으로 작년 9월에 시작해 춘천에서만 누적 관객 1만명을 넘었다.

공연 책자를 펼쳐보니 ‘우리네의 사랑 이야기’라는 말이 잘 어울렸다. 보통 사람의 인생이 주요 내용이다. 시간의 흐름이 노년기부터 중년기, 청년기로 잔잔하게 거슬러 올라가며 감동을 준다. 인물의 평범함이 관객을 극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주인공이 웃을 때 함께 웃었고, 그가 슬퍼할 때는 눈물을 흘렸다.

무하의 배우는 마지막까지 아내와 남편을 연기하는 두 사람만 등장한다. 그들은 때로는 아들, 좀 지나서 며느리, 지나가던 대학생 등을 연기했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능숙하게 극을 이끌어갔다. 끝날 때까지 무대가 비어보이지 않는 좋은 공연이었다. 

무하의 뷰티풀 라이프 공연 배우들이 포토타임을 가지는 모습. 왼쪽부터 김가현 배우, 정경식 배우.
무하의 뷰티풀 라이프 공연 배우들이 포토타임을 가지는 모습. 왼쪽부터 김가현 배우, 정경식 배우.

"오늘 연극 좋았다. 근데 하나만, 마지막 대사 있잖아. 대사가 진행될 때 포인트 맞춰서 조명이 나오면 더 좋을 듯한데 어떻게 생각해?”

공연이 끝난 뒤 장혁우 사회적협동조합 무하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연극이 끝나자마자 스텝과 뭔가를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늘 연극에 대한 조언이었다. 장혁우 이사장은 거의 매일 공연을 보러온다고 했다. 더 나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지만, 가끔 사람이 없는 날을 대비해 배우를 응원해주기 위해서도 있다. 

연극인이 되기까지 경험으로 느꼈던 '현실의 벽'

무하는 학생들이 현실적인 이유로 예술의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한다. 대표적인 사업은 전문가 교육이다. 1년마다 최대 20명의 청소년을 뽑아 무료로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소수의 인원을 집중적으로 교육해 8년 동안 배출한 졸업생의 수는 63명 정도다. 무하의 교육 정신에는 장혁우 이사장의 개인적인 배경이 영향을 미쳤다.

장혁우 사회적협동조합 무하 이사장./출처=무하

장혁우 이사장의 연극 경력은 20년. 처음으로 연극인을 꿈꾼 건 고등학교부터다. 전문 교육을 받고 싶었지만, 지역의 환경은 부족했다. 서울의 학원비는 한 달에 70만원이 넘었다. 장혁우 대표는 “잘 사는 친구 2명이 서울로 교육받으러 가는 걸 보고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라며 솔직하게 말했다. 

잠시 꿈을 멈췄던 그는 28살에 다시 연극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변한 건 별로 없었다. 재능있어도 여전히 교육마저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문제는 예술 교육의 불균형이었다. 장혁우 이사장은 포기했던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이제부터 후배들은 ‘무조건 하게 하자’는 마음으로 ‘무하’를 만들었다. 

"연극에 집착할 필요는 없어" 성장하는 학생들

학생들은 무하에 들어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나서는 걸 힘겨워했던 학생은 연극을 하며 당당하게 말하는 법을 배웠다. 따돌림으로 학교를 그만뒀던 친구는 연극을 만난 뒤 복학해 스스로 ‘뮤지컬 동아리’를 만들어 이끌어가고 있다.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던 학생은 이제 선생님을 보면 먼저 다가와 인사한다.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와도 '연극'의 진로를 이어가는 건 다른 문제다. 무하의 모든 학생이 연극인이 되지는 않는다. 연극을 포기했다는 사실에 움츠러든 친구도 많았다. 졸업생들이 가끔 무하에 찾아오는데 이상하게 잘 된 친구들만 보이더라는 얘기였다. 스스로가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친구들은 스승을 찾기도 버거워했다.

“아이들에게 정해진 길을 주고 압박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는 계기가 됐어요. 연극이 어쩌면 네 인생에 작은 부분일 수도 있다고, 다른 꿈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무하가 18년 춘천 인형극제에서 '실레 로맨스' 공연을 하는 모습./출처=무하

'졸업생 중 반이 비정규직' 예술인의 고용 문제를 고민하다

무하는 청소년 극단으로 12년에 출범해 18년 사회적협동조합 인증을 받았다. 현재는 청소년 교육에서 나아가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노력하고 있다. 계기는 졸업생의 ‘근황’이었다. 18년쯤 무하의 졸업생 63명 대상 조사에서 33명이 연극 관련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모두 비정규직이었다. 

장혁우 이사장은 연극인의 열악한 근로 환경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단순한 청소년 교육 사업에서 나아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했다. 무하 교육에 연극 전공 대학생, 무명 연극인 등을 강사로 고용했다. 배우들을 발굴하기 위해 소극장 연극바보들을 만들어 연극을 올렸다. 연극의 수익은 교육 사업에 투자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연극인들의 무대의 장을 넓히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찾아가는 연극’이 있다. 학교나 기관을 위해 흡연 예방 교육이나 성교육 등 법정 의무 교육을 연극으로 구성했다. 

실레 로맨스 뮤지컬은 강원 지역의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 큰 호응을 얻었다. 19년 춘천 막국수·닭갈비 축제 개막공연 모습./출처=무하

지역 축제를 위한 무대도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있다. ‘실레 로맨스’는 강원도를 대표하는 김유정 작가의 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지역민의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춘천 인형극제, 닭갈비 축제 등의 무대에 올라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차별없는 예술 교육의 거점 '무하마을' 꿈꿔

무하의 앞으로 목표와 계획은 조금 독특하다. 장혁우 이사장은 ‘무하마을’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마을은 문화·예술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마을 길의 이름은 ‘꿈으로(路)’다. 장 이사장은 “장소를 생각하고 있지만, 건물이 될 수도 있고 촌락이 될 수도 있다”며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마을이 문화예술 교육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거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혁우 이사장은 자신의 이름을 무하에서 지우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예술인다운 자신의 신념이 담긴 목표였다. 

“무하가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곳이라고 인정받는다면 제가 은퇴해도 누군가가 무하를 이끌어가지 않을까요? 그걸 알아주길 바라는 거죠. 무하가 오랫동안 이어져서 예술인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사회를 바꿔나가는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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