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온라인 개학 이후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장애인 인권 단체는 온라인 개학이 장애인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연일 성명을 발표하는 등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교육 현장 일선에서도 각 장애인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교육 제공이 가능할지 걱정이 적지 않았다. 특히 장애학생 부모는 온라인 개학에 우려가 높았다. 당시의 우려는 현실이 됐을까? 아니면 기우에 그쳤을까?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 농학교를 방문해 온라인 입학식을 참관하고, 원격수업 현장을 점검했다.

특수학교, 비교적 만족도 높지만 장애 정도 따라 차이 

장애학생은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거나, 특수학교에서 특수교육을 받는다. 특수학교는 일반학교에 비해 교사당 학생 수가 적고, 특수교사 등 전문인력이 많아 온라인 개학에도 교육부의 방침대로 맞춤형·쌍방향 수업이 가능한 곳이 많았다. 일반학교에 비해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았다. 다만, 장애의 정도가 심하면 특수학교를 다니더라도 온라인 학습이 불가능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중등 2학년 시각·발달장애 자녀를 둔 A씨는 온라인 학습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A씨는 온라인 개학 전에는 막막한 마음이 컸지만, 학습꾸러미를 받고 난 뒤 걱정을 덜었다. 그는 “선생님이 기대보다 훨씬 짜임새 있게 학습꾸러미를 준비해줘 도움이 됐다”며 “또한 영상을 직접 제작해 QR코드로 보내주는 등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교육부에서 제공하는 사이트는 활용하지 않았다.

초등 4학년 청각·발달장애 자녀를 둔 B씨도 특수학교의 온라인 개학에 비교적 만족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동영상 컨텐츠 제공과 함께 쌍방향 수업을 제공하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자막, 인공와우 전자음 등을 제공한다. 수업 시 부모가 학생에게 도움을 줘야하고 일부 시스템이 불안정 하는 등 온라인 수업 특성상 발생하는 한계는 있었다. B씨는 “다른 학교에는 쌍방향 수업이 없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학교는 그나마 낫다”며 “학교수업에 큰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초등 5학년 중증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C씨는 온라인 학습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중증 발달장애인에게 온라인 학습은 불가능했다. 학습 꾸러미도 활용할 수 없었다. 아이에게 ’집은 엄마와 함께 노는 곳‘으로 인식돼 학습이 불가능했다. 가장 큰 걱정은 아이의 사회성 퇴행이다. 발달장애인은 학교에서 단순 지식보다는 사회성 발달, 자립 능력 등을 배워오는데 이런 능력이 낮아졌다. 방학과 다름없는 시간이 길어지자, 아이는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에게 더 의지하게 됐다. C씨는 “아이가 가족과 떨어지려 하지 않고, 가족과 분리된 상황을 불안해한다”며 “지금까지 교육을 통해 어렵게 쌓아왔던 부분들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교육부는 장애학생 온라인 학습방과 학습 꾸러미 등 장애학생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일반학교, “수업 안 들으셔도 괜찮습니다”

일반학교는 비장애학생을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졌다. 장애학생을 위한 별도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장애학생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지 않다. 교육부에서 마련한 ’장애학생 온라인 학습방‘을 통한 교육이 가능하지만, 개별 수업에서 자막, 수화 등을 지원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를 지원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학생은 일반학급에서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기 어려웠다. 기존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수업이 다소 어렵더라도 교사의 개별지도 등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었지만, 온라인 학습에서는 불가능했다. 온라인 개학이 급하게 준비되다 보니, 장애학생을 위한 별도의 컨텐츠나 프로그램 마련도 어려웠다.

일반학급에서 수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장애학생은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 수업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학교에 다니는 초등학교 4학년 중증 지적장애 자녀를 둔 D씨는 일반학급 교사로부터 수업을 듣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들었다. 장애학생 수준에 맞춘 수업제공이 어렵기 때문에 나온 말이었다. A씨는 “교사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사실상 일반학급에서 우리 아이가 배제 당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행히 특수학급에서는 네이버 밴드를 통해 출석을 확인하고 학습꾸러미를 통해 교육을 진행하는 등의 노력이 있어 일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D씨에게 긴급돌봄 서비스도 이용도 딴 세상 이야기다. 장애학생도 긴급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D씨는 자녀를 일반학생 위주로 진행되는 긴급돌봄 교실에 보내지 않았다. 장애학생을 수준에 맞춘 프로그램 제공이나, 보조인력 지원등이 미비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A 씨는 “비장애학생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서비스를 이용하기는 어려웠다”며, “교육 정책에서도 항상 장애학생이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교육부 관계자는 D씨와 같은 사례에 대해 “일반학급의 경우 장애정도가 심하면 온라인 수업을 소화하기 힘들 수도 있다”‘며 “대신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에서 교육을 받거나, 학교 내의 특수교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장애학생이 긴급돌봄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에는 “시·도 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긴급돌봄 운영상 필요한 경우 보조인력 지원을 권고하고 있다”며 “보조인력 요청이 있으면 대부분 학교가 적절한 지원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학무보, 교차등교 vs 교육부, 현장상황에 맞춰 결정

장애학생 부모들은 현재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코로나19 재유행 등의 상황 발생시를 위해서라도 더 나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구체적으로는 교차 등교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일주일에 며칠, 몇 시간이라도 좋으니 장애학생이 학교에 갈 수 있는 선택권을 달라는 주문이다. 특히, 발달장애인은 학교라는 공간에서만 교육이 가능한 경우가 많고, 등교를 통해 생활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특수학교는 교원 수에 비해 학생 수가 많지 않아 교차 등교를 지원할 여력이 있지 않냐는 의문도 많았다. 

실제 호주 멜버른에서는 코로나19로 필수적인 외출을 제외한 이동이 제한되는 와중에도 특수학교 등교를 허용한 사례도 있다. 장애아동의 특성상 온라인 수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지속적인 교육과 발달과 치료가 필수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단, 부모가 원하면 장애학생을 학교에 보내지 않아도 되도록 해, 등교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고3 등교를 시작으로 시·도교육청과 학교는 자율적으로 등교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며 “지역마다 상황이 달라 현장의 판단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향후 호주 등 일부 국가처럼 코로나19 재유행과 같은 상황에서 일반학교와 별도의 기준으로 특수학교가 교차등교 할 수 있도록 검토 및 준비가 이뤄지고 있냐는 질문에는 “현재로서 향후 정책 방향을 말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실제,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에 20일 고3 개학과 함께 재학생 60명 이하의 소규모 초·중·특수학교의 등교 여부를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종합해 학교장이 결정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지만, 등교와 관련해 특수학교를 위한 별도 지침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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