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 이수피(Dardan Isufi) 에바 대표. 

“우버는 가격 경쟁력이 높고 세계적이라는 강점이 있지만, 운전자들을 억압해 운전자들의 미움을 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EVA는 협동조합 형태로 기술·사회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 

20일 사회가치연대기금에서 추진한 온라인 웹세미나 현장. 캐나다 퀘백 몬트리올 승차공유 어플리케이션 운영 기업 EVA(에바)의 다단 이수피 대표는 협동조합으로서 플랫폼이 어떤 경쟁력을 갖는지 설명했다. 간담회는 초청자 한정 비공개로 열렸으며, 서울 중구 마실커뮤니티하우스에 송경용 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이상국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본부장, 사무금융우분투 임지순 사무국장 등 약 10명이 모였다. 현장 참여가 불가능한 초청자는 줌(ZOOM) 온라인 화상회의에 접속했다. 다단 대표는 퀘백 현지에서 원격으로 발표했다.

퀘백 측에서는 낸시 님탄 C.I.T.I.E.S(사회연대경제의 지식전수와 혁신 확산을 위한 국제 교류센터, 이하 시티즈) 전략고문도 참여해 퀘백 플랫폼협동조합 상황을 설명했다. 님탄 전략고문은 퀘백의 대표적 사회적경제조직 샹티에(Chantier)의 전 대표다. 그는 “‘불안정노동’에 대해 우리가 너무 당연하다고 여기는데, 이제는 그 해법이 나와야 한다”며 “시티즈는 그 방안이 돼줄 플랫폼협동조합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정책 등의 수단을 찾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고 전했다.

에바는 2017년 창립해 작년 영업을 시작했다. 운전사 조합원 1600명, 승객 조합원 2만5천명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EVA

"조합원이 스스로 안전망 구축하는 소셜 프랜차이즈 모델"

EVA(에바)는 캐나다 몬트리올지역에서 우버에 대항하는 대안적 모델로, 기사와 승객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민주적으로 운영하며, 공정하게 수익을 배분한다. 2017년 데자르뎅 신협으로부터 펀딩받고, 작년 퀘백주 정부로부터 운영 승인을 얻었으며, 투자도 유치했다. 다단 대표는 “에바를 처음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리프트나 우버 등은 25% 수준의 거래 수수료를 챙기고 시장에서 가격을 낮추는 ‘덤핑’ 전략을 채택해 노동자들을 힘들게 했다”며 “공유경제가 떠올랐지만, 플랫폼 운전 노동자들은 소외된 것”이라고 말했다.

에바의 특징은 블록체인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투명성을 보장하므로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정보가 본사로 집중되는 걸 막아 데이터 독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개인정보를 암호화해 저장하므로 정부가 공적 목적으로 정보를 요청할 때는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공공이 활용하게 할 수 있다. 라파엘 CTO는 “각 지역의 조합원들이 운영에 관한 정보를 직접 관리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바는 해당 모델을 캐나다 타 도시를 포함해 다른 국가로도 확산할 계획이다. 지역 풀뿌리 협동조합이 운영하며 조합원끼리 공제사업 등 자체적인 안전망을 구축하게 만드는 게 목표다. 다단 대표는 “한국의 모빌리티 수요가 어떤지 배우고, 관계를 맺을 방법을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한국 진출은 불투명하다.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장은 “유사 택시업인 타다도 불법으로 판정받았기 때문에 에바를 한국에 들여오려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센터장은 “에바가 직접 들어오지 않고, 에바의 기술과 한국택시협동조합 혹은 타 분야 플랫폼 노동자를 결합한 사업모델이라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플랫폼 사업, 협동조합으로 경쟁력 갖추려면

20일 진행된 에바 온라인 간담회 현장.

이날 자리에는 배달 플랫폼 운전자들의 권익 보호 단체 ‘라이더유니온’도 함께 했다. 구교현 기획팀장은 국내 플랫폼 운전자를 위한 협동조합 모델로 배달대행업체를 언급했다. 배달대행업체는 본사 대신 각 노동자의 면허 확인, 보험 가입 등을 맡는다. 수임 비율, 보험 내용, 교육·관리 수준 정도는 노동자들이 배달대행업체들을 고르는 기준이 되는데, 협동조합 형태로 신뢰를 쌓으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구 팀장은 업체 서비스 내용을 비교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직접 민주주의 플랫폼 ‘빠띠(Parti)’와 디자인 소셜벤처 ‘슬로워크’를 운영하는 권오현 대표는 “플랫폼은 모델 자체가 중앙이 정보를 독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해관계자들이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걸 넘어 노동자도 수익과 경영을 공유하는 모델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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