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사회적경제만의 공감토크~.
 
이번 공감토크는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발 빠른 판매 전략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업체 두 곳을 만나봅니다. 이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비자 성향에 더해 뜻하지 않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떠오른 소비시장의 新 트렌드 ‘밀키트’입니다.

쿠킹 박스 혹은 레시피 박스라고도 불리는 밀키트는 넓게 보면 포장 상태를 뜯어 바로 먹을 수 있는 간편 가정식(HMR)에 속하지만, 구매자가 따로 조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손질이 모두 되어 있는 신선한 재료로 요리하는 즐거움까지 챙길 수 있다는 편의성과 재미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뜨거운 식품사업 분야입니다.

강원도 사회적경제 기업들 중 이 같은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제품에 접목해 좋은 선례를 만드는 업체는 없을까 궁금하던 차에 ‘김치’와 ‘한과’라는 전통음식을 밀키트로 재탄생시킨 ‘㈜정민서농업회사법인(이하 평창꽃순이)’과 ‘영농조합법인 홍천명품한과(이하 홍천명품한과)’를 발견했습니다.

둘 모두 해당 식품 분야에서 첫선을 보인 밀키트 제품이라고 하니 이것저것 묻고 싶고, 듣고 싶은 이야기가 한가득 입니다.

그럼, <떠오르는 트렌드 ‘밀키트’, 우리가 선발주자> 첫 번째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 함께 하는 분 : 정민서 ㈜정민서농업회사법인(평창꽃순이) 대표이사, 이예연 영농조합법인 홍천명품한과 대표 

○ 때와 곳 : 2020년 5월 8일 평창꽃순이 김칫간

================================

▲ 왼쪽부터 이예연 영농조합법인 홍천명품한과 대표, 정민서 ㈜정민서농업회사법인(평창꽃순이) 대표이사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Q.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예연= 홍천에서 한과 만드는 홍천명품한과 이예연입니다. 좋은 곳 찾아 홍천 답풍마을에 정착해 살면서, 동네 아줌마들끼리 모여서 시작한 것이 한과사업이에요. 한과에 손재주가 있다거나 한 건 아니었고, 명절이나 잔치 때면 할머니나 엄마가 한과 만드시던 모습을 보고 자란 세대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과를 떠올리게 된 것 같아요.

쌀이나 단호박처럼 같은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사용할 수 있고, ‘아주머니들이 부업처럼 할 수 있겠다’ 싶기도 했고요. 지금은 지역 경제 활성화, 부녀자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서 우수 마을기업 인증도 받고, 지난해 7월에는 사회적경제 활성화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도 받았어요.

▲ 영농조합법인 홍천명품한과 우수마을기업 인증서, 국무총리 표창장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정민서= 그럼 원래 도회지 분이시고, 홍천으로 귀농귀촌 하신 거네요?

이예연= 귀농보다는 귀촌이었어요. 동네 분들하고 어울려서 재미있게 살려고 여기저기 불려 다니기도 하고 놀러 다니기도 하다 시작하게 된 게 한과 사업인데, 정작 이거 하고부터는 거의 못 다니고 못 놀아요. 호호호.

정민서= 강원도에서 한과로 유명한 곳이 강릉 사천이죠?

이예연= 그렇죠. 그래서 “홍천에서 한과를 해요?” 하고 묻는 분들도 있어요. 사실 한과를 어디서든 못 하겠어요. 다만 저희는 맛도 맛이지만 먹을거리니까 안전하게, 제대로 만들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고민한 게 ‘튀긴 한과’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에요. 시식 한과를 집었다가도 튀긴 거라 부담스럽다며 다시 내려놓는 분들을 보면서 “그래? 그럼 한번 구워보자” 싶었어요. 또 사실 ‘구운 한과’가 전통 방식이에요. 예전에는 기름이 귀해서 조약돌을 주어다 기름을 먹여 뜨겁게 달군 후에 거기에 한과를 구웠어요. 초기에는 실패도 많았는데 지금은 오븐에 굽는 한과 개발을 완료하고, 이를 제품화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정민서= 저는 평창에 자리 잡은 지 12년 됐는데, 처음부터 김치 사업을 염두에 두고 들어왔어요. 저희 어머니가 요리연구가여서 저는 네다섯 살 꼬맹이 시절부터 요리를 시작했어요. 딸 셋 중에 둘째인데 첫째는 첫째라고, 막내는 막내라고 빠지다 보니 둘째인 제가 어머니의 숙원사업이던 식품업에 종사하게 됐어요. 사실 젊을 때는 건축학도였기 때문에, 나이 들어 식품영양학을 하루 2시간 자면서 공부하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또 다양한 분야 중 ‘김치’를 선택하면서 어머니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는데, 조금도 도와주시지 않더라고요. 하하하.

 
Q. 밀키트(Meal Kit)를 개발하게 된 계기?

정민서= 밀키트 시장에 눈뜬 건 벌써 4~5년이 됐어요. 각 지자체에서 지역 업체들에게 해외 탐방 기회를 많이 주잖아요. 그 경험 덕분에 해외에 친구들이 많이 생겼는데, 북유럽 쪽에서 알게 된 분이 집으로 초대를 해줬어요. 아내가 요리를 굉장히 잘한다면서요. 저는 어릴 때부터 워낙 봐 온 게 있기도 하고, 손님을 대접하는 요리니까 한국식으로 생각하고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어요. 메뉴가 샐러드, 파스타인데 장을 봐와서 만드는 게 아니라 재료만 준비하고 샐러드고 파스타고 다 소스를 부어서 완성하더라고요. 속으로 ‘이게 요리를 잘하는 건가?’ 싶었는데, 다들 요리를 너무 잘했다고 칭찬하는 거예요.

‘아, 선진국은 이렇구나’라고 이해하고, 곧바로 우리나라도 이런 시대가 오겠구나 했어요. 요즘 사람들, 다 그렇게 살잖아요. 간편 가정식 사서 데워먹고, 끓여먹는... 근데 그런 간편 가정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게 바로 ‘밀키트’예요.

▲ 정민서 ㈜정민서농업회사법인(평창꽃순이) 대표이사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간편 가정식은 사람들에게 죄의식을 불러일으켜요. 간편하지만 MSG가 많이 들어있을 것 같고, 내 손길이 거치지 않은 음식이라는 점 등이요. 특히 아이들을 먹이는 부모님들이 가장 크게 느끼겠죠. 밀키트는 10분 이내 조리로 편의성을 가지면서 볶고 지지는 요리 과정으로 죄의식도 덜어내는 상품이에요. 또 ‘놀이’이기도 해요. 저는 그래서 ‘요리 놀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요. 어렸을 때 소꿉장난하던 감성, 아이나 가족, 연인, 친구들과 짧지만 깊은 유대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주니까요.

밀키트 제품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홈쇼핑을 진행하면서 HMR 상품의 한계나 문제점을 체감했기 때문이에요. 이런 문제들을 밀키트로 극복해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지난해 말 고랭지 배추 겉절이, 깍두기, 총각김치 밀키트 상품을 출시했어요. 현재는 또 다른 사업 분야인 아파트 관리 홈페이지와 앱, 그리고 강원곳간(강원도 사회적경제 통합브랜드)을 통해서만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특히 200만 유저를 보유한 아파트 관리 홈페이지 내 쇼핑몰에서 대단한 호응을 얻었기 때문에 시장성은 충분히 검증받았다고 생각해요.

▲ 홍천명품한과 '재밌는 과자 만들기 키트' 조리과정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이예연=  홍천명품한과의 한과 밀키트 제품은 크라우드 펀딩 리워드로 판매를 시작했어요.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공모 사업으로 펀딩을 하게 됐지만, 사실 한과 밀키트 제품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있었어요.

정민서= 맞아요. 그래야 나와요. 어느 날 갑자기 나오는 게 아니죠.

이예연=  특히 아이하고 부모들이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고, 또 그렇게 만들 수 있을 것 같고요. 저희는 업체니까 대형 오븐에 한과를 굽는데, 가정에서 오븐을 대체할 수 있는 도구가 없을까를 먼저 찾아봤어요. 처음에는 오븐 토스트기에 해봤는데, 잘 되더라고요. 그리고 가능하겠다~ 싶을 때 더 좋은 게 나왔죠, ‘에어프라이어’. 너무너무 잘돼요. 딱 하나 아쉬운 게 전자레인지에는 안 되더라고요.

정민서= 그 부분은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은데요? 저는 회사 출근하듯이 시장 조사하려고 마트를 자주 방문하는데, 에어프라이어 전용 냉동코너가 생겼어요. 가전 때문에 대기업 상품이 따라 나오는 수준까지로 에어프라이어는 너무 당연한 가전이 됐어요.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유무에 크게 좌우되지 않으셔도 될 만큼이요.

 

Q. 밀키트(Meal Kit) 상품개발, 어려웠던 점?

이예연= ‘정량화’가 제일 어려웠어요. 찹쌀을 잘 반죽해서 적당한 모양으로 잘라 말린 것을 ‘반대기’라고 해요. 이 반대기를 기름에 튀기면 유과가 되고 모양에 따라 산자, 강정이 되죠. 저희는 이 반대기를 기름이 아닌 오븐에 구워내기 때문에 ‘구운 한과’라고 하고요.

▲ 이예연 영농조합법인 홍천명품한과 대표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한과 밀키트는 반대기를 오븐에 넣고 구워 한 입 크기로 동그랗게 모양이 나오면, 여기에 직접 고은 쌀 조청을 발라 튀밥을 입히는 과정으로 완성돼요. 그러니까 얼마만큼의 반대기와 조청과 튀밥을 제공해야 초보자들이 만들 때 모자라지 않고 또 너무 남아서 낭비되지 않을 수 있을까 감을 잡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김치는 어떠셨어요? 누가 해도 맛있어야 하고,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문제도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정민서= “양념을 얼마나 넣어야 할까? 이렇게 해야 할까, 저렇게 해야 할까?” 처럼 소비자들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여지들은 일부러 남겨놓은 거예요. 그게 ‘재미’니까요. 양념은 덜 넣어도, 다 넣어도 맛있어요. 이미 고랭지 배추 자체가 맛있고, 특히 겉절이는 그 자리에서 바로 무쳐서 먹는 그 맛이거든요.

▲ 평창 고랭지 배추 겉절이 밀키트 2kg 세트 ⓒ강원곳간

판매가격 : 10,000원 (택배 무료)

'평창 고랭지 배추 겉절이 밀키트 2kg 세트'는 강원도 사회적경제 상품을 판매하는
강원도 사회적경제물품 공공구매몰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WWW.강원곳간.COM

절임 식품이기 때문에 유통기한은 7일, 일주일이에요. 발효가 되는 김치이다 보니 ‘신선도 유지’에 대한 고민이 당연히 많아요. 김치는 수출하게 되면 통상적으로 짧게는 21일, 길게는 45일 정도 이동하는데 그렇게 걸려서 도착하면 김치는 익어버리잖아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전자파를 이용해서 신선도를 유지하는 ‘에어 쉴더’ 제품을 개발해서 특허를 냈어요. 냉장고에 설치하면 한 달 이상 신선도를 유지시켜 주는 기계예요.

이 방식을 세척 수에 적용해서 밀키트 제품의 신선도 유지 기간을 최대 15일까지로 늘리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연구 데이터는 끝났고 특허를 앞두고 있는데, 완성되면 신선제품의 신선도 최대 유지 기간 7일에서 저는 해방될 수 있어요.

이예연= 대단한 기술이네요. 어떻게 가능해요?

정민서= 쉽게 이야기하면, 신선제품이 시들고 익어버리는 건 조직들이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사람도 나이가 들어 활동성이 줄어들면 노화가 빠르게 오잖아요. 그래서 열심히 운동하는 거고요. 신선제품에는 착각을 일으키는 거예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해서 신선도를 유지하는 거죠. 특히 에어 쉴더는 김치의 잡균은 죽이고 발효균만 살아남도록 해 김치가 훨씬 더 맛있게 익도록 돕기도 하고요. 에어 쉴더는 특허를 이미 받았고, 동일한 원리를 세척 수에 적용한 워터 쉴더 그리고 기름의 산패를 늦추는 오일 쉴더는 특허를 준비하고 있어요.

▲ 평창 꽃순이 김칫간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이예연= 튀긴 한과에 대한 고민으로 구운 한과를 개발하기는 했지만, 튀긴 한과도 만들거든요. 튀긴 한과 만들 때는 기름을 몇 번 사용했느냐에 아주 예민하고요. 실수로라도 한 번 더 사용해 튀긴 한과는 내가 먹기에도 선뜻 손이 가지 않으니까요.

정민서= 저도 한과 좋아하는데, 특유의 ‘쩐내’가 나면 못 먹겠더라고요. 한과를 튀기는 기름에 오일 쉴더를 적용하는 것과 더불어서 케이스 안에 에어 쉴드를 설치하면 제품 변이를 낮추는 효과를 보실 수 있어요. 50평 규모에 사용하는 에어 쉴더가 작은 상자 크기인데, 쇼케이스용으로 핸드폰만큼 더 작게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거든요.

이예연= 저뿐만 아니라 모든 식품 하는 분들의 고민일 텐데, 눈이 번쩍 뜨이는 정보네요.

 

이어지는 2부에서는 전통음식 문화에 대한

향수까지 되살리고픈 두 대표님의 마음과 철학,

추가적인 밀키트 상품개발과 포장재에 대한 고민,

강원도 밀키트 후발주자에게 전하는 조언까지 꽉꽉 채워서 돌아옵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