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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오순도순 모여 앉아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보고 있던 어느 토요일 저녁, 갑자기 화면이 바뀌며 청와대 대변인이 등장해 비상계엄령 확대를 발표했다. 이날은 1980년 5월 17일이다. 

5월 17일 비상계엄 확대조치부터 27일 오전 5시 10분 전남도청 마지막 총성까지.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나선 광주시민의 발자취는 대한민국 현대사 가운데 움푹 패여있다. 

올해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40주년, 불혹(不惑)을 맞았다. 불혹은 <논어>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세상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40주년을 맞은 5.18도 명확한 사실을 규명해 더 이상 '의혹(疑惑)없는 불혹’이 돼야 한다. 오월 그 날 광주에 대한 불필요한 의혹이 없음을 알리고, 퇴행을 막기 위한 진상 규명 노력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1. 전일빌딩 245 재개관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 위치한 전일빌딩은 5.18 민주화운동의 산증인이다.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온몸으로 받아낸 흔적이 남아있다. 건물 10층에서 발견된 총 245발의 총탄자국은 당시 신군부의 만행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광주시청은 전일빌딩을 리모델링해 지난 11일, ‘전일빌딩 245’라는 이름으로 재개관했다. 재탄생한 전일빌딩 245는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전일빌딩 245 전경./사진제공=광주시

#2. 5월 18일, 광주시 지방공휴일 지정
광주시는 시민들이 정의로운 광주의 역사를 체험하고 숭고한 5월 정신을 기리도록 지원하기 위해 5월 18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했다. 올해부터 시행한다. 제주도가 2018년 4월 3일을 ’제주 4.3추념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한 데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다. 40주년을 맞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더욱 가슴 깊이 기릴 수 있게 됐다.

#3. 국가기관 최초 5.18 특별전
국가기관이 최초로 개최하는 특별전시가 서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렸다. 5.18을 기념하는 특별전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은 10월 31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오월 한복판에서 광주를 경험하고, 목격하고, 알린 사람들의 기록과 정부와 군의 기록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국가기록원이 제공한 당시의 자료를 통해 그들이 무엇을 숨기려 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518특별전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전시실./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4. 미 국무부 기밀문서 공개
5.18 민주화운동 전후 기록을 담은 미 국무부 측 기밀문서 43건이 지난 15일 공개됐다. 12.12 쿠데타 직후인 1979년 12월 13일부터 1980년 12월 13일까지 기록된 문서다. 신군부의 행적은 물론이고, 5.18 당시 광주 현장에서 벌어진 공수부대의 만행에 대한 내용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다 건너 목격자의 목소리를 통해 진상파악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됐다.

#5.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출범
5.18 진실을 규명하기에 아직 과제가 남아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지난 12일부터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에 돌입했다. 객관적인 자료와 증언을 통해 최초 발포 및 집단발포 책임자 규명, 민간인 학살 및 성폭력 사건, 그리고, 북한군 개입 여부 등을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다방면의 조사를 바탕으로 국가보고서를 발간하고, 화해와 재발 방지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12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518특별전 개막식 참석자들이 5.18 상징 조형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해 남은 과제
중요한 과제가 하나 남았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최고책임자 전두환 처벌이다. 전두환씨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재판이 헬기 사격에 대한 진상규명은 물론이고, 한사코 책임없다 주장하는 전두환씨의 처벌로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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