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책 표지./사진=YES24 홈페이지

 

지금은 더 냉정하게, 코로나19와 같은 사태는 앞으로 더 자주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감염은 징후이기 때문이다. 전염은 생태학 속에 있다

물리학 박사이자 저명한 소설가인 파올로 조르다노는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와 마주했다. 그는 책을 통해 코로나19로 바뀐 일상을 생생하게 풀어냈다. 종일 TV 앞에 앉아 급속히 늘어가는 코로나19 확진자를 보며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하고, 미리 잡아 놓은 파티 약속을 미뤄야 하는지 고민하기도 한다.

책은 세계와 현상에 대한 분석보다는 개인적인 에세이의 형식에 가깝다. 다만 개인의 경험에서 시작된 생각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현상에 대한 분석으로 이어진다.

저자의 분석이 새롭지는 않다. 저자가 내놓은 분석은 ‘자연파괴가 바이러스를 불러오는 데 역할을 했다는 것’, ‘기술 발달로 바이러스를 더 빠르게 이동한다는 것’, ‘사람들은 코로나19의 발생과정과 원인을 분석하는 일보다 ‘중국 사람은 역겨운 동물을 먹는다’는 이야기에 더 집중한다는 것‘, ’근거 없는 가짜뉴스는 불신을 고리로 더 잘 퍼진다는 것‘ 등이다. 사려깊은 통찰이지만, 이미 세계의 무수한 석학들이 쏟아낸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그보다는 “코로나19는 어느 시점에서 끝날 것이다. 그리고 재건이 시작될 것이다. (중략) 우리는 혼란스러워하며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싶은 마음만 들 것이다. 거대한 어둠이 내리는 것 같다. 망각의 시작이다”라는 말이 더 큰 울림을 준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다시 망각에 빠질 거라는 예측이다. 

우리는 코로나19를 예측하거나 최소한 더 많은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무수한 신호를 받아왔지만, 그 경고를 무시해왔다. 코로나19도 하나의 신호일 뿐, 지금 이대로라면 같은 일은 반복된다.

망각 앞에 그 어떤 예리한 통찰도 무의미하다. 그래서 우리는 위대한 통찰을 예찬하기보다 기억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저자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느낀 점을 하나하나 기록했다.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비행기표를 취소하지 않았다는 사실부터, 유럽이 너무 늦게 대응했다는 사실까지.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그는 코로나19 한복판에 섰던 경험을 잊지 않으려 한다. 작가와 같은 마음이라면, 이 책을 코로나19 교훈 백서로 삼아 곁에 두는 것도 좋겠다.

“나는 병에 걸릴까 봐 겁나는 게 아니다. 그러면 무얼 걱정하냐고? 감염이 바꿀 수 있는 모든 것. (중략) 그 반대로 아무 변화 없이 이 불안이 지나가는 것도 염려스럽다”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김희정 옮김, 은행나무 펴냄. 96쪽/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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