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스페이스' 표지./출처=더퀘스트

우리는 각자의 ‘아지트’가 있다. 마음이 힘들 때 찾는 나만의 공간. 정겨운 할머니 집일 수도 있고 한적한 카페, 상쾌한 공원일 수도 있다. 행복한 기분을 만들어주는 장소의 비밀은 무엇일까. 

신간 힐링 스페이스는 ‘신경건축학’을 토대로 공간과 마음의 관계를 설명한 책이다. 저자 에스더 M. 스턴버그는 심리학자로 심리학과 건축학을 융합한 신경건축학의 새로운 분야를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특정한 환경에서 인간이 어떠한 심적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지향해야 할 공간의 모습을 제시한다. 

1부에서는 인간이 장소에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책은 인간이 오감을 기준으로 공간을 완벽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말한다. 우리는 악취보다는 향기에 끌리고 어두운 공간보다 햇빛이 잘 드는 곳을 선호한다. 심리학자들은 창문 하나로 병원의 환자들이 퇴원하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공간에서 뇌는 도파민 등의 행복 호르몬을 분비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매력적인 공간으로 사람을 홀린 사례는 2부에서 나온다. 저자는 누구나 방문하고 싶어 하는 ‘디즈니 테마파크’의 예시를 든다. 길을 찾을 때 어떤 건물을 중심으로 나아가 본 적이 있는가? 책은 프랑스 파리에서 에펠탑을 보고 위치를 가늠하는 것처럼 디즈니랜드에서는 ‘성’이 '랜드마크'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성을 기준으로 향기로운 음식 거리 등을 걷다, 어느새 광장에 도착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공간에서 인간의 감정과 행동이 조절된다면, '힐링 스페이스'도 존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그 해답은 3부의 산티아고 순례자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산티아고의 성지를 방문한 순례자들이 행복을 느끼며 기적처럼 병이 낫는 현상을 ‘플라시보 효과’로 설명한다. 플라시보 효과는 환자가 가짜 약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복용해도 호전되는 현상이다. 인간은 ‘믿음’과 ‘기대’만으로 뇌에서 도파민 등 ‘체내 아편성’ 호르몬을 활발하게 분비할 수 있다.

마지막 장의 이름은 ‘더 나은 삶을 위해서’다. 책은 이제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바꿔야 할 공간은 병원이다. 메이오 클리닉의 ‘레슬리 앤드 수전 곤다 빌딩’이 좋은 사례로 나온다. 벽은 유리라 햇빛이 화창하게 들어오고 로비는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진다. 정원을 향한 의자에 앉은 환자와 가족의 뇌는 행복의 호르몬을 마음껏 만들어낸다. 병원이 사람들을 치유하는 진정한 ‘힐링 스페이스’로 거듭나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만의 아지트를 다시 떠올려보자. 그곳에 가고 싶어졌다면 망설이지 말고 떠나도 좋다. 막연히 기분 좋은 곳이 아니라 실제로 몸을 치유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책에도 이러한 힐링 스페이스를 적극적으로 찾아가라는 내용이 나온다. 치유의 공간은 행복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이 세상 어디에 있든, 바쁜 삶 속에서 잠깐만이라도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자신만의 작은 섬을 만들 수 있다. 치유의 공간은 우리 자신 안에서, 우리의 감정과 기억 안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강력한 치유의 힘을 지닌 곳은 바로 우리 뇌와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삶의 안식처를 찾아서(p.33)’ 중 -

◇힐링 스페이스=에스더 M. 스턴버그 지음, 서용조 옮김, 정재승 감수, 더퀘스트 펴냄, 451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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