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효리, 배우 임수정, 방송인 김제동의 공통점은? 바로 ‘채식’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육류를 피하고 식물성 식품을 중심으로 먹는 채식은 흔히 ‘동물보호’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사육 환경을 개선하고 가축 질병을 예방하는 동물보호 차원을 넘어, 환경을 개선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등 사람들이 채식을 선택하는 이유가 다양해졌다.

채식의 여러 사회적가치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소셜벤처 ‘비욘드넥스트’에서는 애플리케이션 ‘채식한끼’를 통해 채식 식당?물품?레시피?건강 등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13년 넘게 채식을 지향하는 박상진 대표가 채식을 선택할 때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8년 4월 채식 관련 인프라 겸 플랫폼을 출시했다.

# 군 생활 도중 결심해 13년째 채식 지향, 관련 사업도 시작

박상진 비욘드넥스트 대표가 지난해 11월 SOPOONG 데모데이에서 '채식한끼'를 소개하는 모습. 경영학을 전공해 회계사를 준비하던 박 대표는 게임회사에서 일하다가 2017년 11월 회사를 창업했다./사진제공=SOPOONG

박 대표는 군 생활 도중, 환경운동가 존 라빈스의 책 ‘음식혁명’을 읽고 채식을 결심했다. 공장식 축산의 병폐, 육식으로 인한 질병 등을 꼬집은 글을 보면서 ‘적어도 이런 환경에서 나온 고기는 먹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여러 책과 다큐멘터리 등 자료를 찾아보면서 채식의 이점을 발견했고, 이후 10년 이상 채식을 지향하는 삶을 살고 있다.

‘채식주의자’를 정의하는 다양한 기준이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완벽한 ‘비건(엄격한 채식주의자)’으로 생활하기에는 생각보다 장벽이 많다. 예를 들어 와인을 마실 때 비건 제품이 아닌 경우, 젤라틴 등 동물성 성분이 들어갔을 수도 있다. 때문에 박 대표는 자기 자신을 “80~90% 정도 비건을 선택하는 채식 지향주의”라고 소개한다고 했다.

육류?가금류?생선류?어류?유제품 등 먹는 범위에 따라 채식의 여러 유형이 있지만, 채식주의자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박 대표는 “1주일에 한 끼는 고기를 먹고 전부 비건을 하는 사람, 평일엔 채식을 하고 주말엔 고기를 먹는 사람, 고기는 피하지만 생선은 먹는 사람 등 다양하다”라며 “음식을 선택할 때 채식을 선택하려는 지향성이 있다면, 채식주의자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식사는 영양 섭취 이상 교류의 의미…채식에 다양한 ‘가치’ 담겨

채식에 관한 식당?물품?레시피?건강 등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채식한끼'. 비욘드넥스트에서 일하는 6명 중 5명이 채식을 지향해 점심시간에는 도시락을 먹거나 회사 근처에서 채식 메뉴를 먹기도 한다./사진제공=비욘드넥스트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원하는 음식을 선택할 수 없을 때, 식사를 매개로 타인과 교류해야 할 때 등 여러 상황에서 어려움에 부딪힌다. 특히 군대에서 채식을 결심한 박 대표는 급식에서 김치, 나물 위주로 밥을 먹어야 했고, 여의치 않을 때는 식사를 거르기도 했다. 복학한 뒤에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어쩔 수 없이 고기를 먹는 날도 있었다. 이후 채식을 본격 선언하고 게임 회사에 취업한 뒤에는 점심시간, 회식 등에서 크고 작은 고충을 겪기도 했다.

사실 채식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왜 채식을 하느냐?’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동물과 환경을 보호한다는 이유가 가장 크지만, 그렇게 답하는 순간 고기를 먹는 상대방은 동물과 환경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비판하는 맥락이 생겨 언쟁이 생기기도 한다. 

비욘드넥스트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가치’에 무게를 더 실어 이야기한다. 가축을 키우고 가공해 운반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여 환경보호에 동참하고, 고기나 가공육을 많이 섭취할 때 생길 수 있는 당뇨, 암, 고혈압, 소화불량, 변비 등을 질환을 예방하고 개선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박 대표는 “채식이 동물이나 환경 보호 같은 신념의 측면을 넘어 건강을 위한 개인의 선택이자 취향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일상에서 쉽게 채식 ‘선택’하도록, 다양한 정보 제공한다

'채식한끼'에서는 비건 가정식 배송 서비스' 비건위크'를 진행했고, 요가 클래스와 비건 체험을 연계하는 등 일상에서 채식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기획하고 소개한다./사진제공=비욘드넥스트

아직 채식이 낯선 이들을 위해 박 대표는 맛있는 채식 식당을 찾아가 볼 것을 권했다. 고기 위주의 식단에 익숙한 사람들이 채소 중심의 식단을 맛보고, 먹어보니 ‘맛이 괜찮네’ ‘속이 편하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네’ 등 긍정적 변화를 느끼고, 일상에서 가끔은 채식을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채식한끼’를 만든 이유도 채식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좀 더 쉽고 가까이 채식을 접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채식주의자가 100% 건강하다는 건 아니지만, 채식이 건강한 식단이라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된 듯하다”라며 “평소 고기를 먹는 이들에게 하루에 한 끼, 일주일에 한 끼, 한달에 한 끼 정도 건강을 위해 채식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앱에서는 사용자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한 ‘내 주변 채식 식당’ 기능을 제공하고, 채식한끼에서 직접 메뉴를 확인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식당에 ‘채식한끼 메이트’ 마크를 붙여두었다. 회원들 간 식단이나 일상을 공유하고 식당 후기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도 마련해 채식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고,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국내 채식 인구 180만명…학교?군대에서도 ‘선택권’ 논의 

'채식한끼'는 채식지향자가 쉽고 지속가능하게 채식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박상진 대표는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 등을 본 젊은 세대가 채식을 선택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며 "문화콘텐츠가 가치소비로 연결된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사진제공=비욘드넥스트

채식을 지향하거나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관련 시장도 커지는 중이다. 지난 7일 한국채식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 채식 인구는 1억 8000만명에 달한다. 국내 채식 인구도 2008년 15만명에서 2018년 150만명으로 늘어났고, 이 중 비건은 5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나 군대 급식에서 ‘채식 선택권’을 보장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도시락을 싼다거나 비용을 더 내는 등의 노력은 학교나 군대에서 통하기 어렵다”며 “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는 선택이 내 신념을 반하는 경우라면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낭비되는 비용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하지만, 이슬람 교인을 위해 기도실을 마련하거나 감옥에서 할랄 음식을 제공하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비욘드넥스트는 서울시, 기업은행, 한국수력원자력, 소풍(SOPOONG) 등 다양한 기관에서 지원과 투자를 받으며 성장 중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서울시 청년정책 발의에 참여해 ‘채식하기 편한 서울’ 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시내에서 채식할 수 있는 식당이 얼마나 있는지 조사하고, 채식 메뉴를 도입하도록 지원한다는 내용 등이 골자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을 위해 한국의 채식 관련 정보를 영문화하는 작업에도 참여했다.

앞으로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보다 쉽게 정보를 얻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해나갈 계획이다. 박 대표는 “채식을 시작할 때 ‘어떻게 해야 하지?’ ‘어디서 무얼 할 수 있지?’를 고민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정보를 정리하고 싶다”라며 “사람들이 채식을 선택하게 하는 플랫폼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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