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제, 협동조합을 만나다> 표지./사진=착한책가게

국내 배달 플랫폼 업체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의 수수료 인상 논란 사태는 국내 플랫폼 경제에 고민을 남겼다. 배민은 수수료 인상 논란 5일 만에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배민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경제가 혁신의 기수가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남겼다.

책 ‘플랫폼 경제, 협동조합을 만나다’는 협동조합을 플랫폼 경제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책은 저자인 사이먼 보킨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플랫폼 경제, 협동조합을 만나다’와 부록인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의 ‘플랫폼 경제의 확산, 사회적경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로 구성됐다.

저자는 플랫폼 경제의 장점으로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유연성과 독립성 제공을 꼽는다. 동시에 플랫폼 이익이 소수에게 귀속되는 금전적 착취와 개인정보의 부당한 이용, 독점구도 형성 등을 플랫폼 경제의 부작용으로 지적한다. 저자는 플랫폼 기술의 기회와 협동조합의 원칙이 결합된 플랫폼 협동조합을 대안으로 제안한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무엇일까? 저자는 4가지 특징으로 플랫폼 협동조합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협동조합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조직의 정체성을 찾는다 ▲디지털 도구가 민주적인 특징을 지닌 플랫폼 일부를 구성한다 ▲사람들은 온라인 플랫폼에 모여 각자의 비즈니스 활동을 하면서 강한 상호의존 관계를 형성한다 ▲뿔뿔이 흩어져 일하는 개별 노동자들을 연결해 노동시장 안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갖도록 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등이다.

이런 특징에서 저자가 보는 플랫폼 협동조합의 장점은 다양하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가치를 창출한 사람이 통제권을 가지므로 운영과 관련한 의사결정에서 가치를 창출한 사람들에게 상당한 지분을 부여할 수 있다. 이해관계자가 서비스 향상과 가치 제공 방안을 함께 마련하는 관계 모델도 형성할 수 있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노동자 복지와 조직운영의 공정성을 뿌리내리게 하는 사회운동의 가치가 있다. 저자는 이와 같은 장점이 향후 플랫폼 협동조합의 발전과 확장을 위한 조건을 제시해준다고 전망한다.

물론 플랫폼 협동조합의 전망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당장 직면한 몇몇 과제가 있으며, 저자는 그중에서도 자금조달을 핵심으로 꼽는다. 자금조달 방법으로 저자는 상호주식 모델을 제안한다. 1주 1표가 아닌 1인 1표의 민주적 관리와 협동조합의 최선의 이익을 보호하는 조건하에 납입액 수준 또는 그 이하로 주식 자본을 출금할 권리를 갖는 방식이다. 최근 협동조합기본법 일부가 개정돼, 하반기부터는 ‘우선출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영국제를 바탕으로 한 이 제안이 현실에서 구체화될지 지켜볼만 하다.

책에는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의 ‘플랫폼 경제의 확산, 사회적경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부록으로 수록돼 있다. 이 글은 국내의 플랫폼 협동조합 현황과 특징, 해결과제 등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경제의 대응을 촉구한다.

플랫폼 경제, 협동조합을 만나다 = 사이먼 보킨 지음, 번역협동조합 옮김, 착한책가게 펴냄. 100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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