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조사(19년 9월 기준)에 따르면 춘천시의 사회적경제조직은 총 217개로 강원도에서 가장 많다. 원주시가 198개, 강릉시가 163개로 뒤를 이었다. 춘천시사회적경제네트워크는 춘천의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이 모여 2008년 3월에 창립한 민간 네트워크 조직이다. 작년 12월 20일에는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를 모기업으로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가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김찬중 네이처앤드피플 대표는 3월 27일 서면 총회에서 새롭게 선출돼 기존의 양종천 대표와 함께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공동 대표직을 맡는다. 30대의 젊은 대표로서 김찬중 대표가 가진 계획과 포부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김찬중 네이처앤드피플 대표가 3월 27일자로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대표로 선출됐다. 양종천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대표와 함께 공동 대표를 맡는다.

Q.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역할은 무엇이고 주력하는 사업은 어떤 게 있나?

저희는 춘천시에 존재하는 240여개의 사회적경제조직을 대표하는 민간단체입니다. 함께 모여 사회적경제를 논의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원 사업으로는 홍보와 마케팅 교육을 병행하고 있고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작년에는 춘천 사회적경제 한마당이라는 축제를 기획했습니다. 춘천 시청 앞에서 크게 열린 행사였는데, 일반 소비자들에게 다가가 사회적경제를 설명하고 제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분이 찾아주셨고 호응이 좋았던 행사입니다.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연대와 협업으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 춘천시 사회적경제 한마당 공연 모습./출처=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Q. 춘천시의 사회적경제의 특징은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강원도라는 지역 특성 때문에 춘천의 사회적경제조직이 농업, 임업에 종사한다고 생각할 텐데, 실제로 그렇지는 않습니다. 문화, 예술, 건축, 유통, IT 분야의 기업이 비슷한 비율로 존재합니다. 춘천은 생산보다는 소비의 도시에 가까운데, 그러다 보니 관광에 종사하는 기업의 비율도 높습니다. 

또 하나는 전체적으로 젊은 대표들이 다양한 분야의 사회적경제조직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점입니다. 춘천에는 강원도 교육기관의 중심인 강원대학교와 한림대학교가 있습니다. 이 대학을 졸업하고 지역에 남아 새로운 분야의 소셜벤처를 창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옥수수 섬유로 양말을 만들고, 마임이나 연극을 기획하고, 발달장애인과 함께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춘천시의 사회적경제조직 중 50% 정도가 젊은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꽤 높은 비율이죠. 

2019년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정기총회 기념사진./출처=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Q. 코로나19로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춘천시의 상황은 어떤가?

대부분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코로나19로 별도의 조사를 진행했는데, 소독이나 위생 관련 기업은 매출이 소폭 올라가기도 했지만,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훨씬 많았습니다. 청소년이나 아동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업체나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업체는 공연을 열지 못해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취임 뒤에 제일 먼저 이사회를 열고 대책을 위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때 나온 말이 “코로나19과 같은 위기나 변수가 계속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제 불황이나 기후 변화와 같은 문제들은 저희가 계속 마주치는 문제죠. 이런 부분을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책을 위한 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이번 5월에는 네트워크 주도로 행정가, 학자, 소상공인, 사회적경제조직 구성원이 모이는 자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상생하며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대화의 장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한 분야가 아닌 다양한 곳의 목소리를 듣고 춘천만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김찬중 대표는 사회적기업 네이처앤드피플의 대표이기도 한데, 사회적기업가의 길을 걷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저는 강원대학교의 정치외교학과를 다니면서 춘천과 연이 닿았습니다. 제가 학교에 있을 2007년 무렵에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 부상하던 때입니다. 그때 가장 큰 이슈는 기후 변화였습니다. 환경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기후 변화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때는 탄소 배출을 줄인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탄소 크레딧’에 관심이 많아서 이걸 중점적으로 연구했습니다.

근데 공부하다 보니 새로운 조직의 필요성이 느껴졌습니다.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물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새로운 매개체가 필요했던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사회적경제 모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사회적경제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라 고민만 하다 졸업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처음에는 한화 그룹에 입사했습니다. 회사에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잠깐 사회공헌 부서에도 있으면서 기업이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역할들을 보게 됐습니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창업에 도전하게 됐죠. 창업사관학교의 도움을 받아 강원대학교 지하 단칸방에서 시작했습니다. 처음이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네이처앤드피플(김찬중 대표)는 'R-PLAN(recycle plan)'의 하나로 망고나무 그릇을 제작하고 있다./출처=네이처앤드피플 홈페이지 갈무리

가장 유명한 시기가 찾아온 건 2016년 망고나무 그릇을 시작할 때였습니다. 태국에서 망고나무 그릇을 생산해서 한국에서 팔면, 태국에 다시 망고나무를 심는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이었죠. 그때는 크라우드 펀딩 올리면 전부 마감되던 시기였습니다. 거기서 발전해서 발달장애인의 고용 창출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했고, 지금의 네이처앤드피플이 만들어졌습니다. 저희는 인쇄, 광고, 디자인, 카페와 케이터링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발달장애인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원주랑 삼척에도 지점을 냈습니다. 

Q. 네이처앤드피플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근무하고 있는지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총 사원 27명 중 10명이 발달장애인 근로자입니다. 부서는 크게 기획팀, 디자인팀, 챌린지팀으로 나뉩니다. 발달장애인들은 챌린지팀에 속해서 부서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근무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탐색하는 과정입니다. 적성을 찾게 되면 원하는 팀에 소속될 수 있습니다. 현재 디자인팀에 1명, 광고팀으로 1명이 옮겨가고 챌린지팀에는 8명이 남아 부서를 탐색하며 자신의 적성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디자인·홍보분과 회의 모습. 네트워크에는 총 55개 사회적경제조직이 참여하며 8개의 분과로 나뉘어 모임을 갖는다.  왼쪽부터 이광순 춘천시민언론협동조합 국장, 김찬중 네이처앤드피플 대표, 조숙정 더피움 대표, 지은진 소박한풍경 대표./출처=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Q. 젊은 최연소 대표로서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를 이끌어갈 텐데, 앞으로 비전이나 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말해달라.

지금 사회적경제가 전체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문제를 해결하는데 사회적기업가들이 영향력있는 역할을 계속 해왔고, 사회적경제기업들은 그 속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들은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지만, 국내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세대가 바뀌면서 젊은 대표들이 사회적경제의 중심이 되기 시작한 거죠. 

기존 선배들이 사회적경제를 만들었다면 이제 사회적경제를 키우는 건 저희 젊은 사회적경제인들이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경제가 기존에는 내실을 다지는 것에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근데 지금부터는 사회적경제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존에는 사회적문제들을 내부에서만 고민했다면 지금은 일반 시민, 기관, 단체와 협력하는 등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죠.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이사님들이 저를 대표로 선출해주신 것도 그러한 바람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사회적경제조직들의 이야기를 듣고 춘천의 사회적경제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기를 바라는 마음이시겠죠. 이번에 추진하는 5월 간담회부터 춘천의 사회적경제가 새롭게 상생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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