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일 읽기 싫은 것이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 대한 전망이라고 할 정도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둘러싼 분석은 식상한 주제로 전락했다. 방역이 전반전이라면 경기 부양은 후반전이라며 정부의 관심사도 온통 다가올 경제 위기를 대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회적 격리에 지친 사람들이 거리를 채우기 시작하고 몇 달째 개점 휴업이던 상가에는 활기가 돈다. 학교는 곧 개학할 예정이다. 확진자와 사망자 순위에서 한참 밑으로 내려가 있는 방역 최우등 국가다운 모습이다.

지난 4월 27일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는 자신 있게 “뉴질랜드는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에 질세라 응우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도 “4월 30일 해방기념일을 기점으로 코로나19를 극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여러 수학적 예측 모델이 올해 안에 추가 대유행을 경고하고 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를 패퇴시킨 것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지 못했다.

중국 양회와 코로나19 승리 선언

다음으로 승리의 깃발을 높이 세울 국가는 어디일까? 아마도 중국이 되지 않을까 싶다. 중국은 매년 3월 3일에 개최하는 최대 정치 행사 '양회'(兩會)를 코로나19 때문에 계속 연기하다가 마침내 5월 21일에 열기로 확정했다.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의미하는 양회는 지난해를 총결산하고 다음해 목표를 제시하는 행사인데 향후 중국이 어느 방향으로 일사불란하게 전진할지 가늠하게 한다. 

양회가 열릴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이 코로나19와의 전쟁으로부터 승리했음을 공식 선언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는 승리 선언 자체보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얼마나 큰 보따리를 풀 것인가에 더 관심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에 고통받는 나라들은 이른바 ‘양회 효과’에 큰 기대를 건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국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나라는 바로 미국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만명을 넘긴 유일한 국가고, 사망자는 약 5만8천명에 달하는 베트남전 전사자를 추월한 지 오래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는커녕 우왕좌왕하는 미국을 두고 중국이 미국과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는 성급한 추측마저 나온다. 과연 중국은 골든 크로스를 돌파하고 있는가.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중국 책임론 제기의 이유 

코로나19가 현재 진행형인 국가들을 중심으로 중국 책임론이 강하게 대두되는 중이다. 작년 12월 8일 우한시에서 최초 발병 사례가 보고된 후 1월 28일 후베이성 전체에 대한 강제 격리 조치가 내려질 때까지 한 달 반 동안 중국 당국은 비밀주의를 고수했다. 방역 역량을 과신했든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간과했든 사전 방역에 필요한 시간을 낭비했고 전 세계적인 대유행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미국 미주리주 법무부 장관은 코로나19로 입은 피해를 요구하는 소송을 이미 중국에 제기했는데 실효성과 무관하게 중국 책임론을 계속 도마에 올리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코로나19에 대해 중국이 세계의 의사 역할을 자임하는 가운데 미국은 견제에 나섰다

중국 책임론은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 연장선에 있다. 취임 이래 중국과 계속 각을 세워온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책임론을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여론의 반전을 노린다. 그간 미국 언론은 한국을 방역 모범 사례로 계속 칭송해왔는데 그 이면에는 미국이 중국과 비교당하는 것을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다. 미국은 자신의 이익에 최적화된 세계 질서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반면 중국은 어떻게든 기존 질서를 흔들어 판을 새로 짜고자 한다. 두 슈퍼 파워의 힘겨루기는 전 세계적인 전염병 유행을 두고도 계속되고 있다.

천조국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미국도 코로나19 방역에 국가 차원의 물량 작전에 돌입했다. 시간이 문제일 뿐 미국도 중국처럼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아갈 것이다. 과거 미국은 전 세계적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세계의 경찰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의사이기도 했다. 미국이 자국 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에 골머리를 앓느라 다른 것을 돌아볼 여력이 없는 틈을 타 중국은 세계 곳곳에 방역 물품을 공급하고 의료진을 보내는 등 세계의 의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WHO 자금 지원을 거부하겠다고 하자 대신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코로나19를 둘러싸고 중국이 부상하는 것을 좌시할 미국이 아니라서 여러 가지 형태로 견제할 것이다. 

대립과 경쟁에서 상호 협력으로

코로나19는 한 세기 전 인류를 강타한 스페인 독감처럼 글로벌 팬데믹을 야기했다. 의학 수준이 훨씬 뒤떨어지고 국가 간의 교류가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던 100년 전의 상황과 지금을 비교할 수 없다. 인류는 처음으로 하나의 전염병을 두고 공동 전선을 구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전 세계적 규모의 질병은 전 세계적 규모의 대처를 요구한다. 대표적인 이슈는 치료제와 백신의 개발이다. 

미군 주둔지 포트 라일리의 캠프 펀스턴 군 병원 병상에서 스페인 독감을 앓고 있는 군인들.

최근 미 FDA가 항바이러스제 람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 승인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에볼라 치료제를 코로나 바이러스 중증 환자에 대해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허가한 것이다. 진짜 치료제가 개발되기까지 임시방편이고 그만큼 미국의 상황이 급박하다는 뜻이다.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는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인류 공통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많은 임상실험 데이터가 공유되어야 할 것이고 바이러스의 발생 원인과 변이 과정 분석에도 팀워크가 꼭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두 슈퍼 파워의 대립은 인류에게 재앙이 된다. 백신과 치료제를 누가 먼저 개발하느냐를 두고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이 달 착륙 경쟁하듯이 한다면 각자의 이익 추구일뿐 인류의 목전에 닥친 위기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범지구적 위기를 불러일으켰고 어떤 사회 시스템이 그런 위기에 대처하는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가를 시험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각자의 장점뿐만 아니라 한계 또한 드러냈다. 그렇기에 위기의 대처에 관한 한 서로의 장점을 배워야 한다. 강대국들이 전 세계적인 협력이 필요할 때 각자의 이익 때문에 견제와 반목을 선택했을 때 어떤 파멸적인 결과가 닥쳤는지는 지난 역사가 이미 가르쳐줬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