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말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사회에 나온다고 생각해보세요. 공포와 두려움이 밀려오는데 그래도 살아야 하죠. 자연스레 범죄에 연루되기도 해요. 어떻게 알고 다가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손길들은 항상 기다리고 있거든요.”
보호종료아동을 고용하는 조경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의 김성민 대표는 보호조치 종료 직후 아이들에게 닥친 현실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대표 본인도 보호종료아동이었다. 정해진 시간대로 움직이고 단체 생활에 맞춰 밤낮을 보냈던 양육시설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일은 낯설다. 자기 일처럼 삶에 개입해주는 누군가가 없으니, 보호종료아동은 갑자기 삶의 모든 선택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
매년 2600여명, 홀로서는 보호종료아동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 또는 보호자가 아동을 학대하는 경우 등 그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기에 적당하지 아니하거나 양육할 능력이 없는 경우의 아동.” 아동복지법 제3조에서 말하는 ‘보호대상아동’의 정의다.
2000년 전까지는 ‘요보호아동’이라 불리다가 이후에는 법이 바뀌어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 2012년 8월부터는 ‘보호대상아동’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보호대상아동으로 정해지는 건 부모의 사망 뿐 아니라 학대, 이혼, 빈곤 등이 이유가 될 수 있다. 법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은 그 관할 구역에서 보호대상아동을 발견하거나 보호자의 의뢰를 받으면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하는 보호조치에는 ▲시설보호 ▲가정위탁 ▲입양 ▲소년소녀가정 등이 있다. 보호대상아동이 되면 아동양육시설(보육원)이나 공동생활가정(그룹홈) 등 아동복지시설에 들어가거나, 아동복지법의 선정기준을 충족하는 위탁가정에 일시 위탁되거나 입양된다. 소년소녀가정은 아동이 단독 세대로 지내며 수시로 보호받는 제도인데, 외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 2013년부터 추가 지정을 금지했다. 2018년 기준 입양과 소년소녀가정을 제외한 보호대상아동은 전체 1만1,565명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하면 매년 약 2,600명이 보호종료아동이 된다.
아동복지법상 만18세가 되면 보호조치는 끊긴다. 보호종료아동은 보호대상아동들이 보호조치 종료 후 5년 동안 불리는 이름이다. 자립전담요원이 5년 동안 관리해야 한다. 이후 ‘보호종료아동’ 자격으로 자립정착금을 받고, 3년 동안 자립수당 월 30만원을 받는다. 자립정착금은 지역별로 400만원 혹은 500만원이다. 특이 사유로 20세 미만자에 한해 1년 이내 보호를 연장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가 오랜 단체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 연장 신청을 하지 않는다는 게 김충헌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케어센터장의 설명이다.
핸드폰 개통도 혼자 못하는 ‘열여덟 어른’
지난해 11월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보호종료아동의 핸드폰 개통과 관련한 법을 개편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보호종료아동이 직접 핸드폰 개통을 못해 남의 명의를 도용하게 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보호종료아동은 아동복지법상 만18세부터 사회로 나오지만, 민법상 핸드폰을 홀로 개통할 수 있는 나이는 만19세라 의도치 않게 불법을 저지를 수 있다. 법적인 보호자나 법정대리인과 함께 가면 되지만, 과정이 번거로워져 쉬운 방법으로 명의 도용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2018년 보호 조치가 끝난 김지희(22)씨는 "나도 처음에는 아는 선배의 명의로 개통했고, 대부분 이렇게 한다"며 "시설 원장님께 같이 가 달라고 부탁하면 안되냐고들 묻지만, 그건 마치 졸업 후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부탁하는 느낌이라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핸드폰 개통 외에도 병원에서 수술을 받거나 부동산 계약을 할 때 미성년자라는 점은 걸림돌이 된다. 이에 국회에서는 연령 조정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 장정숙 민생당(전 국민의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의원 11명이 보호조치 종료 나이를 18세에서 21세로 올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21대 국회의원 당선)은 지난달 13일 선거 운동 중 “21대 국회의원이 된다면, 제 1호 법안은 '보호시설을 떠나는 보호종료청소년의 고통을 조금은 해결할 수 법안'으로 이른바 '좋은 어른법'으로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동복지법에서 제16조를 개정해 보호대상 아동의 퇴소조치를 할 수 있는 나이를 만19세로 올리고, 보호시설에 있는 미성년자의 후견직무에 관한 법률 3조에 4항을 추가해 보호시설을 퇴소해도 만18세나 만19세인 경우 그 보호시설의 장을 후견인으로 한다고 개정하고자 한다.
갑자기 커진 관심, 단순 약자 이슈로 끝날까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논의는 재작년부터 급물살을 탔다. 재작년부터 김정숙 여사가 보호종료아동의 멘토 역할을 하는 ‘바람개비 서포터즈’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경기도 시흥의 보호종료아동 주거복지 현장을 방문하며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다. 보호종료아동들이 부딪히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각종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자립수당 확대 등 정책 지원과 더불어 각종 기업 후원이 이어졌다. 2017년 퇴소한 박지애(21)씨는 씨는 자신이 '보호종료아동'이라는 표현으로 정의된다는 사실조차 올해 알았다고 한다.
부쩍 늘어난 관심은 좋지만, 이 ‘인기’가 언제 줄어들지 모른다. 김성민 대표는 “이렇게 특정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게 한 5년 정도 간다고 하더라”라며 “북한이탈주민 인권이 한창 주목받았을 때도 그랬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6년차 보호종료아동이자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인' 캠페이너로 활동 중인 손자영(24)씨도 "자립수당이 생기고 주거지원제도가 확대되는 등 보호종료아동 대상 제도가 늘어나면서 관심이 많이 커졌다는 걸 느끼지만, 빨리 사그라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일시적인 후원이나 지원 확대보다 중요한 일은 보호종료아동이라는 사실이 꼬리표가 되지 않게 하는 거다. 손자영 캠페이너는 “주변 사람들에게 보호종료아동이라는 걸 밝혔을 때 ‘그래도 진짜 잘 자랐다’라는 반응을 듣는 게 한편으로는 불편했다”며 “그 말속에 우리 같은 애들은 못 자랄 거라는 인식이 들어있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보호종료아동이 편견을 걱정할 필요 없는 환경을 만드는게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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