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240만명을 넘었다. 유럽에서 나온 환자만 100만명이 넘는다. ICA 유럽지부(ICA-EU)에 속한 32개 국가 67개의 협동조합 연합에도 타격이 있지만, 어려운 시기에도 가치를 지키고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모두가 힘든 지금, 유럽 각국에서 협동조합들은 어떤 활동을 할까. 이로운넷은 아녜스 마티스(Agnès Mathis) ICA-EU 사무총장과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겪는 어려움과 극복 사례를 들었다.
아녜스 마티스 ICA 유럽지부 사무총장.

-ICA-EU 사무총장으로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유럽 지역 협동조합에 찾아온 위기가 얼마나 크다고 보는가.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코로나19 위기로 올해 말 기준 경제 성장률이 +1.4%가 아닌 –1%을 기록할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협동조합들에 대한 사회·경제적 영향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본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는 현재 봉쇄 조치를 취했으며, 우리는 현재 바이러스 확산 통계에 더 집중하고 있다. 가장 가시적인 영향은 노동자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현재 일시해고 된 상태다. 프랑스의 경우 800만 노동자들이 일시해고 됐다.

크게 타격을 입은 협동조합 부문에는 서비스 부문이 있다. 예를들어 이탈리아의 서비스 부문에는 20만 협동조합 노동자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예상대로 여행업과 운수업은 가장 크게 타격을 입었다. 봉쇄 이후 플랫폼협동조합 사업모델이 새롭게 활성화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협동조합 부문은 주춤하는 중이다. 생산에서 소비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비자·농업 협동조합은 조합원들과 시민들에게 계속 물품을 공급하기 위해 바쁘다. 유럽지부는 코로나바이러스로 회원 조합들이 겪는 피해를 조사하고 있다.

-유럽 지역 협동조합들에 특히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몇몇 부문에서 현재 필요한 건 작업 현장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마스크·손소독제 등 기본 방역 물품이다. 또한, 봉쇄 조치로 생필품 구매만 가능한 나라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활동이 가능해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꼭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를 잘 구매하지 않는다. 농업 부문에서는 특별히 계절별 근로자가 필요하다. 몇몇 국가에서는 여행 제한 때문에 고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사업의 경제적 생존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현금흐름이다. 봉쇄 조치 기간에 현금유동성이 확보돼야 한다. 소득이 줄거나 아예 없더라도, 직업세나 보험료 등 몇 가지 특정 비용은 나가야 한다.

이러한 난관은 협동조합에만 국한된 건 아니지만, 몇몇 협동조합 취약계층이나 소외된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몇몇 사업체들은 장기적인 봉쇄기간에 대응할 조직적·재정적 힘이 없다. 결국 조합원 당사자들을 포함해 서비스 수혜자들에게까지 피해를 입는다.

-협동조합운동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유럽지역 내 협동조합들의 기여 활동 중 소개할만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 예를 들자면 최근 아이쿱생협 25개 회원조합이 지역 보건소, 병원, 취약계층 등에 물품을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시민들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경제적·사회적 타격을 입힐 거라는 전망이 명확해지면서 유럽 협동조합들은 연대를 형성해 대응했다. 유럽지부는 회원조합들의 피해·필요와 더불어, 대응 노력 사례를 모으고 있다.

쿱이탈리아(Coop Italy)는 5월 31일(현지시간)까지 2달 동안 상품 1만8천개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의 미드카운티협동조합(Midcounties Cooperative)은 의료 기관에서 일하는 부모들을 위해 탁아시설에 돈을 내주는 방식으로 몇 가지 조치를 시행 중이다. 스페인 내 농업환경 협동조합들은 식품 분배 통로를 온라인 포탈로 통일했다. 소비자협동조합들은 스웨덴의 협동조합 보험 회사들은 공공 의료 활동 재정을 지원하기 위해 미화 약 2억3천500만달러에 달하는 채권투자를 진행했다. 독일협동조합은행들은 50유로까지 무접촉 결제 한도를 늘렸다. 프랑스에서는 농업 협동조합들이 의료용 보호 장비를 병원에 배달해준다.

이처럼 협동조합들은 지역이나 더 넓은 단위로 대응 중이다. 직접 타격받고 있는 부문들까지 힘을 모았다. 협동조합들은 여러분을 돕기 위해 상시 대기 중이다. 코퍼라티브 유럽 홈페이지에서 더 많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협동조합들이 고비를 넘으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

▶코퍼라티브 유럽의 회장이자 ICA 부회장인 장 루이스 방셀(Jean-Louis Bancel)은 회원조합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협동조합 가치를 지키는 게 1순위”라고 전했다. 협동조합 운동은 이미 과거에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이 가치들(기자 주: 자조·자기책임·민주주의·평등·공정·연대)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장기 비전과 연대는 생존을 위한 핵심 요소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수요에 반응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비전을 갖고 있다. 이들은 생존 능력을 지키기 위해 단기 희생을 감안할 준비도 돼있다. 예를 들어, 과거 몇몇 협동조합 직원들은 회사가 유동성을 유지하는 동안 해고를 피하기 위해 서로 근로 시간을 나누기로 합의했다.

협동조합 간의 협동도 중요한 힘이다. 협동조합 은행들은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 기업을 위한 특정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고, 소비자 협동조합들은 협동조합 제품을 우선 취급할 수 있다.

조합원 간의 소통도 중요하다. 조합원들에게 미래에 대한 자신감, 협동조합 모델 그 자체가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도구다. 조합원들은 유럽연합 혹은 회원국 차원에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정부 당국에 대한 정치적 활동도 조직해야 한다. 이는 ICA 지역별 의사회 중 하나인 유럽지부가 유럽 차원 기관들을 대상으로 맡는 역할이다. 유럽연합은 4월 9일(현지시간) 5천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 재정 지원을 위한 보증기금 2천억 유로를 포함한다. 코퍼라티브 유럽은 이 기금이 협동조합에 닿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유럽 내 협동조합인들에 전하고 싶은 희망의 메시지가 있다면.

▶우리가 마주한 상황은 우려스럽다. 가족들은 떨어져서 서로 얼굴도 보지 못하고, 바이러스 확산이 언제 통제될 지도 불투명하다. 직업을 잃을까봐 걱정인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힘든 시기는 연대를 강화하기도 한다. 협동조합 운동 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또한, 이런 상황은 모두를 위한 의료 체계와 지속가능한 로컬 제품 생산 등 더 합당한 비전을 지닌 사회를 촉구한다. 예를 들어, 이번 사태로 로컬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더 많아졌다. 협동조합은 그 비전을 보장할 수 있다.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위기 상황이라도 우리를 퇴보시키지는 못한다. 오히려 사람을 가까이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새로운 문이 열렸다. 협동조합은 이를 위한 더없이 좋은 도구다. 그러므로 전 세계 협동조합인들이여, 미래에 희망이 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