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이 끝났다. 사회적 경제 분야 공약을 내건 여러 후보자들이 당선됐다. 이제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 논의도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사회적 경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우호적인 환경조성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그러나 봄바람이 불어온다고 꽃이 저절로 피는 것도 아니고, 꽃이 다 열매가 되는 것도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가 아닌, 이제 다시 우리 지향은 무엇이고, 이를 위한 진실한 실천은 어떻게 이뤄져야하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과 성찰 없이, 긴장의 끈을 놓으면 어느 순간 행정의 언어로 우리 정체성을 설명하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한발 더 깊이 들어가 생각해 볼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사회적 경제 조직은 해마다 경영공시, 사회적 기업 사업보고, 사회적 가치 측정 등의 업무를 진행하며 1년 평가를 받는다. 일을 마무리하면 “끝냈다”라는 해방감에 기쁘기도 하고, 측정지표 수치가 높으면 한 해 동안 일을 잘한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뒤돌아서면 무력감이 밀려온다. 사회서비스 제공 목적의 사회적 경제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제공한 사회서비스가 이웃의 삶에 얼마만큼의 긍정적인 영향을 줬는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럼에도 오히려 우리를 격려하는 분들을 보면 우리가 제공자가 아닌 수혜자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사회서비스를 제공받는 이의 삶의 변화가 아닌, 명수로만 서비스 제공 실적을 측정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궁색하다.
제도와 법이 그렇더라도 우리가 서비스 제공의 목적과 방향을 바로잡고 이를 실천해 나가려는 노력만 있었어도 이렇게까지 무기력하거나 부끄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자리 제공 목적의 사회적 경제조직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제공받은 일자리가 일이 끝난 이후 당사자의 삶에 얼마만큼의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우리가 정의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어떤 일자리여야 할까?” 등을 고민해야하는데, 노동과 급여지급으로 끝나고 그것이 실적으로 측정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사람과 삶’이 빠진 ‘사회적 목적’을 위한 사회적 경제조직의 활동은 현장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사업 활동을 통해 잉여를 내고 이를 다르게 처분한다고 해서 사회적 경제의 차별성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재화와 서비스, 노동, 자본을 잉여를 내기 위한 수단으로만 본다면 이는 영리를 추구하는 시장 경제와 다를 바 없다.
이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제공·이용하는 과정, 이를 위해 조직을 운영하는 과정을 개인의 구체적인 삶을 근거로 재조직화해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우리가 강조하는 ‘연대’ 또한, 잉여를 위한 사업적 연대가 아닌, 과정에서 이루고자 하는 개인의 삶의 모습, 함께 일궈갈 미래의 꿈을 근거로 연대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시대와 언어, 제도화 여부는 달랐지만 사회적 경제는 늘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었다. 또한, 이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노력을 통해 주류사회로 가거나 편입하려는 게 아니라, 새로운 삶의 선택지 또는 질서를 만들려는 노력이었다는 것이다.
이제 너무도 갑작스러운 호황을 누리는 시기가 올 수도 있다. 사회적 경제가 너무도 보편적일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우리는 이 시점에 다시 “사회적 경제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져야 한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면서 우리의 언어와 문화, 방식을 새롭게 구축해 나가는 게 우리가 가야할 길은 아닐까? 국가와 시장도 지향하는,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사회적 경제가 아닌 구성원의 삶과 사회 전체를 보는 사회적 경제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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