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우리 사회는 재난이 일상화되고 세계화되는 위험사회며, 재난은 사회적경제에 점차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동시에 사회적경제가 재난극복의 의미있는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강익 talk to you] 5. 재난, 사회적경제 그리고 지역사회 회복력-①

그렇다면 사회적경제가 재난극복의 주체로서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여기서 나에게 다가 온 개념이 ‘지역사회 회복력’이다.

 

지역사회 회복력이란?

회복력(resilience)이란 용어는 탄성, 탄력, 회복탄력성 등의 용어로 여러 학문분야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생태과학에서는 “특정 생태계가 외부 환경의 교란으로 인해 원래의 안정적 균형 상태를 이탈하는 경우, 이탈로부터 얼마 만에 회복할 수 있는가”를 의미하는 수학적 개념이고, 심리학에서는 “곤란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고 환경에 적응하여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능력”으로, 재난관리 분야에서는 “위험사회가 된 현대에 피할 수 없게 된 재난과 재해를,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뿐 아니라 일어난 이후 지역사회가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역량” 등의 의미로 사용된다고 한다.

아래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회복력이 높은 지역사회와 낮은 지역사회가 재난 이후 복구까지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재난 이전에는 두 지역사회가 유사한 사회경제적 성과를 가지고 있지만, 재난 발생 이후에는 서로 다른 충격과 회복기간을 갖는 것을 알 수 있다.

회복력이 높은 지역사회는 낮은 사회에 비해 재난으로부터 받는 충격이 적으며 회복에 있어서도 보다 신속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최근의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국가별 사례 속에서 일정 수준 확인할 수 있다.

 

<그림> 회복력 수준에 따른 지역사회의 사회경제적 성과의 변화. 출처=이대웅·권기헌, 2017, “재난분야의 회복탄력성 결정요인 분석”, [한국정책학회보](제26권 제2호).  

 

사회적경제와 회복력 있는 지역사회 만들기 전략

[전환의 키워드, 회복력]이라는 저서에서 마이클 루이스와 팻 코너티는 ‘회복력’을 우리 시대의 핵심가치로 내세운다. 우리 시대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 환경파괴, 에너지 위기, 식량위기, 금융위기, 부의 불평등과 경제불안정으로 인한 개인의 삶의 위기, 공동체의 파괴 등 사회-생태-경제에서의 만성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두 저자는 이런 위기에서 사회-생태-경제를 구할 키워드는 ‘회복력’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두 저자는 회복력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네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첫째, 전략은 지역사회의 공유자산을 확보하는 것, 둘째, 주민들의 민주적 참여를 통해 지역사회를 재조직화하는 것, 셋째, 사회적경제 활성화하는 것, 넷째, 사회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를 화폐가치로 측정하여 이를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두 저자는 회복력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어가는 다양한 사회적경제의 실험을 이야기한다. 무이자 대출을 하는 스웨덴 JAK협동조합은행, 미국과 영국의 공동체토지신탁, 상호소유주택 협동조합 모델, 일본의 생활클럽생협, 지역공동체지원농업, 미국 신용협동조합의 혁신 사례, 무담보소액신용대출을 넘어서는 통합적 접근 실험들, 퀘벡의 사회연대경제, 몬드라곤 협동조합 복합체, 이탈리아의 사회적 돌봄 실험, 협동조합 에너지 서비스, 토지은행협동조합 등이 그것이다.

 

‘회복력 있는 지역사회 만들기’ 프로그램

지난해 가을 나는 사회적경제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캐나다 노바스코샤 주에 있는 코디국제연구소를 방문하였다. 코디국제연구소는 안티고니쉬 운동의 발상지이며 한국 신협운동의 태동시킨 가브리엘라 수녀님과 장대익 신부님이 신협운동을 배워 온 곳으로 국제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연구소의 교육 담당자는 코디연구소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진행하고 있는 두 가지 프로그램, 즉 ‘자산 기반 시민주도 지역개발(Asset-Based Citizen-Led, Development)’ 프로그램과 ‘회복력 있는 지역사회 만들기(Building Resilient Community)’ 프로그램을 소개하였다. 

교육 담당자는 재난과 경제적 위기가 일상화되는 현 시대에 이 프로그램이 매우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사회를 지탱하던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생기는 경제적 붕괴에 직면하였을 때, 기후 변화로 인해 그 동안 키우던 농작물 생산을 하지 못하거나 생선을 잡지 못했을 때, 지진이나 해일과 같이 큰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이러한 재난이 나와 지역사회에 주는 영향은 무엇이고 이 상황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작게는 홍수가 나서 집이 무너졌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떻게 가족이 이 어려움을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재무 설계를 해야 하는지부터 재난으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에 어떻게 대응하고 치유해야 하는지 까지 다양한 고민이 있을 밖에 없다. 이런 고민을 지역주민과 함께 나누고 풀어나가는 지혜를 배우는 프로그램이 바로 회복력 있는 지역사회 만들기 프로그램이다.

정리하면 ‘회복력 있는 지역사회 만들기’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의 회복력을 배양하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활동하는 지역 활동가, 공무원, 사회적경제인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참여자들은 회복력 있는 지역사회의 특성을 탐구하고, 지역사회 회복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과 지역사회 회복력을 배양하는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이론적 접근 방법을 탐색한다.

지속가능성, 포용, 정의라는 사회적 가치를 바탕으로 재난 위기와 같은 지역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지역사회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분석한다. 이 프로그램은 일방적 강의 방식이 아니라 참여자들이 지역사회에서 겪은 경험을 공유하는 참여형 교육 방식이다. 이상의 과정을 통해 참여자들은 자신의 지역사회에 맞는 ‘회복력 있는 지역사회 만들기 전략’을 수립한다.  

 

나오며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의 시기, 내 머리 속을 스치는 ‘재난, 사회적경제, 지역사회 회복력’이라는 세 가지 개념을 가지고 작은 화두를 던져 보았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먼저, 지금 우리가 하는 것처럼 고용조정 No 선언이건, 코로나 위기를 겪는 지역과 어려운 분들에 대한 자구적인 연대의 손길이건, 지방자치단체에 위기를 겪는 사회적경제기업에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건, 각자의 위치에서 재난 극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실천을 열심히 해봤으면 한다.

둘째, 지금 진행되는 다양한 정책들, 활동들을 잘 정리하고, 나아가 국내외에서 사회적경제가 재난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였는지 그리고 사회적경제가 재난위기 극복을 새로운 활동 및 사업 기회로 만들었던 사례들을 모으고 좋은 방안을 모색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활동 매뉴얼을 만들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경제인들이 함께 캐나다 코디연구소와 같은 ‘회복력 있는 지역사회 만들기’ 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했으면 한다. 지난해 코디국제연구소에 방문하였을 때, 국내에서 ‘회복력 있는 지역사회 만들기 프로그램 진행 촉진자(facilitator) 양성과정’의 운영을 함께 할 것을 논의하였다. 이후 재원 확보를 하지 못해 아직 진행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추후 기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나 관련 기관의 관심과 협력을 부탁한다.   

이강익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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