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장애인이 늘고 있다. 창의적 감성과 예술적 사고를 바탕으로 공연, 미술, 도예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여러 장애유형 중에서도 발달장애인들이 문화예술분야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다. 이들은 높은 집중력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수준높은 예술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운넷>은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문화예술분야에 종사하는 발달장애인들의 현황을 살펴보고, 이들의 예술활동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짚어본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문화예술분야 공급자로 활동하는 장애인을 장애 예술인과 장애 예술활동가로 구분한다. 장애 예술인은 △협회 소속 여부 △수상 경험 △전국단위 행사 초청 여부 △예술인으로서의 인식 등 5가지 기준 중 1가지 이상 해당하는 장애인으로 정의한다. 장애인 예술활동가는 이보다 넓은 개념으로, 잠정적 장애 예술인 발굴을 위해 조사대상에 포함한다. 

문화예술분야 공급자로 활동하는 장애인 분류 기준./출처=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분야에서 활동하는 장애인 중에는 발달장애인(지적장애+자폐성장애)의 비율이 높다. 지난해 5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하 장문원)이 발간한 ‘2018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 및 분석연구(이하 실태조사)’를 보면 2018년 국내 장애예술인은 5972명, 장애인 예술활동가는 2만5722명으로 추정했다. 특히 장애예술인 발달장애인 57.2%, 장애인 예술활동가 발달장애인 68%다. 전체 장애유형 중 (등록)발달장애인 비율이 9%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비율이다.

발달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자신감과 성장기회 제공 

2018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 및 분석 연구 보고서 표지./사진제공=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발달장애인들이 유독 문화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와 당사자들은 발달장애인들의 문화예술활동이 자신감을 높이고, 직간접적으로 성장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발달장애 자녀를 양육하는 이창숙 대표는 자신의 자녀를 비롯해 발달장애인들이 주체가 되는 전통문화예술 사회적기업 ‘얼쑤’를 운영중이다. 그는 발달장애아동을 양육하고, 단원들을 지켜보면서, 공연활동이 이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발달장애인은 평소 사회적 시선 때문에 위축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연 무대에서 관객에게 박수와 환호를 받을 때 자신감을 얻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혔다. 

발달장애인 정은혜 작가의 어머니 장차현실 작가 역시 같은 생각이다. 장 작가는 “지난 5년간 딸의 작업 활동을 보면서, 비언어적 소통방식을 가진 발달장애인에게 예술은 ‘그들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라는 걸 깨달았다”면서 “결과물에 치우치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자유로운 창작환경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발달장애인 아들이 속해 있는 어울림예술단을 운영하는 조명민 대표도 “아이가 첼로를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이전보다 차분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은혜 작가 작품 '사랑을 받는다'./사진제공=정은혜 작가
정은혜 작가 작품 '문호리 사람들'./사진제공=정은혜 작가

발달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위한 “문화권 보장 노력 계속 돼야” 

문화예술분야에서 활약하는 발달장애인들이 늘면서 지원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문체부는 ‘2020년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통해 총 39억5천만원을 지원한다. 2018년 대비 11억5천만원 늘어난 금액이다. 이와 별도로 문체부 장애인 예술활동 지원을 위한 ‘함께누리 지원’ 예산은 100억원으로 편성됐다. 전년 대비 12억원 확대된 규모다. 

지방자치단체도 각각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해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올해 17곳 광역지자체 모두 조례를 제정하며, 이들의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어울림예술단 제1회 오티즘엑스포 공연사진./사진제공=어울림예술단

이처럼 예산확대 등 지원책이 마련되고 있음에도, 문화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만족도는 낮다. 이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장문원이 전국 장애 예술인 416명·장애인 예술 활동가 5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8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를 보면, (전체)장애예술인이 느끼는 장애예술 정책 만족도(100점 만점 기준)는 47.7점, (전체)장애인예술활동가 만족도는 52.4점으로 낮은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발달장애인의 만족도는 더욱 낮았는데, 발달장애예술인 44.4점, 발달장애인예술활동가 49.8점으로 나타났다.

“장애·비장애 함께하면 성장할 수 있어” 

발달장애 문화예술인들은 ▲예술활동을 위한 연습공간 ▲전문적인 예술교육 ▲비장애인과의 협업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여러 연구보고서를 통해서도 제기됐다. 박근화 한국문화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실태조사 연구에서 “장애 예술인·장애인 예술활동가 등이 활동하는 장애인 복지관에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지역 및 단체 등의 교류를 지원해 장애·비장애인의 함께할 수 있는 경험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신의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포용적 예술을 통한 장애 예술의 개념적 연구’에서 ‘포용적 예술(장애·비장애 예술인 사이 협업)’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포용적 예술은 서로의 상호작용이 중시되고, 장애·비장애인 모두의 삶을 바꿀 수 있게 돕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24일 성남청소년교향악단 초청 장애인과 함께하는 음악회 공연 모습./사진제공=드림위드앙상블

발달장애 문화예술인들도 같은 생각이다. 이를 증명하듯 여러 단체(기업)이 장애·비장애인 예술인들이 협업하는 기회를 마련 중이다. 얼쑤는 비장애인 강사와 발달장애인 단원이 함께 활동한다. 강사가 소속된 예술단체와 협연은 물론, 천안지역 예술단모임 ‘풍물연합회’에서 장애인 예술단체로서는 유일하게 비장애인 문화예술단체와 함께 공연하고 있다. 이창숙 대표는 “평소 발달장애 단원들을 지도하는 강사들이 소속된 단체와 함께하면 공연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진다”면서 “장애·비장애들이 협연하면 공연내용이 더욱 다채로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달장애인 전문연주자들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 드림위드앙상블은 2015년부터 매년 8월 성남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정기협연을 진행한다. 서울시향, 가수 에릭남, 트럼페터 성재창 등과 협연한 경험도 있다. 

신상래 드림위드앙상블 사무국장은 “공연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각 공연의 주제에 맞는 협연을 진행한다”며 “장애·비장애인들의 협연은 발달장애 단원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또 다른 예술인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어울림예술단은 비장애인(3명)과 발달장애인(7명)이 함께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어울림예술단은 ‘포용적 예술’을 지향한다.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수준높은 예술활동을 이어간다는 의미다. 조명민 어울림예술단 대표는 “장애인은 비장애인의 연주방식을 보며 실력을 키우고, 비장애인들도 장애인 단원의 높은 집중력과 창의성을 보며 성장한다”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협업하는 기회는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5회 얼쑤 정기공연./사진제공=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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