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제작사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라 4월 1~22일 공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앙상블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공연을 잠정 중단합니다.”

공연제작사에서 올린 공지문을 확인 후, 눈물을 머금고 예매해둔 표를 취소했다. 7년 만에 내한인 데다 지난 12월 부산에서 개막한 작품이 서울로 올라오기까지 4개월을 더 기다렸다. 지난 2월 초 예매일을 달력에 표시해 좋은 자리를 선점한 뒤, 공연 날짜가 오기만을 손꼽아오던 터였다.

“티켓을 환불해 속상하다”는 말에 주변에서 “요즘 시국에 진작 취소했어야 했다”는 타박이 돌아왔다. 나라에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호소하는데, 많은 사람이 모이는 극장은 가지 말아야 의견에 나 역시 동의한다. 하지만 손님의 발길이 거의 끊겼음에도 생업을 위해 공연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배우·연주자·스태프 등을 비롯해 러닝타임 내내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응원의 박수를 보내려는 관객들을 무조건 나무랄 수는 없었다.

2월 중순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국가에서 운영하는 극장들은 휴관에 들어갔고, 국립 예술단체의 공연들은 잠정 중단됐다. 민간 제작사에서 준비한 작품들도 조기 종연하거나 개막조차 못하고 취소됐다는 소식이 잇따라 들려왔다. 문화·예술 분야의 비중이 높은 사회적경제 기업들도 행사 취소, 계약 불발, 극장 휴관으로 인한 타격을 고스란히 겪고 있었다.

무대가 중단되는 상황에서도 공연계는 관객들과 소통의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코로나19 시대 슬기롭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대안중 하나로 ‘방구석 1열 관람법’을 내놓았다. 베를린필·뉴욕필·런던심포니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에서는 공연 실황을 홈페이지에서 무료 감상할 수 있도록 했고, 국내에서는 국립극장·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 등 기관에서 클래식·뮤지컬·연극·오페라·발레 등을 온라인 상영하고 나섰다.

정부에서는 지난 8일 ‘제4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19 피해업종의 소비 진작을 위해 ‘선결제·선구매를 통한 내수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공연업에 대해서는 관객이 오는 6월까지 올 하반기나 내년 관람권 선결제시, 신용·체크카드의 소득공제율을 80%로 늘려 소비를 촉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흔히 연극의 3요소를 ‘배우·무대·관객’이라고 한다.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많은 이들이 고군분투하는 만큼, 하루빨리 배우와 관객이 무대를 사이에 놓고 얼굴을 맞대는 일이 다시 당연해지길 바란다. 온라인 중계나 방구석 1열도 좋지만, 배우와 관객이 있어야 할 제자리는 아무래도 극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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