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리조트 '부도우노키'와 계약을 하려는 농가에게 주어지는 목표는 단 하나, '손자, 손녀에게 주고 싶은 농산물을 재배할 것.'
지난 11월 28일, '2012년 LG전자 녹색성장분야 예비사회적기업 성장지원사업'의 지원을 받고 있는 사회적기업 대표 10인과 운영위원들이 인천공항에 모였다. 바로 친환경 Business 선진지인 일본 기타큐슈 지역으로의 탐방연수를 떠나기 위해서다.

관광이 아닌 연수를 위해 모였지만, 출발을 기다리는 공항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기업 대표들과 운영위원들의 대화로 출발 전부터 들뜬 분위기였다.

일본에서도 기타큐슈는 비교적 한국과 가까운 지역이기는 하지만, 3박 4일간의 일정은 절대 녹록지 않은 일정이었다. 하루에 2~3개의 기관을 방문함은 물론이고 이동하는 중에도 방문하는 지역과 탐방지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오고갔다.

더불어 3박 4일간의 연수는 관련 분야 각계에 종사하고 있는 참가자들이 사회적기업이라는 주제 전반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했다.

첫날 도착하자마자 이동한 탐방지는 친환경 농산물을 바탕으로 리조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부도우노키'.

포도나무 아래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조성한 레스토랑을 시작으로 숙박업, 웨딩사업, 디저트나 빵을 만드는 것 까지 그 사업 범위를 넓혀나갔다고 한다.

지역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지산지소(地産地消)를 기본 개념으로 하여 일본 각지에도 '그라노24K'라는 이름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할만큼 그 규모가 크다.

지역 소농과 계약을 맺어 시장에 팔 수 있는 상품이 아닌 규격 외 상품등을 매입해 요리, 판매하여 농가의 추가 수익을 보장해준다.

부도우노키가 운영하는 뷔페 형태의 지산지소 레스토랑.
오후 늦게 현지에 도착한 까닭에 첫날의 일정은 부도우노키 방문 일정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마침 숙소 근처에 부도우노키에서 운영하는 지산지소 레스토랑이 있어 식사를 하며 방문지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나눌 수 있었다.



둘째 날,

처음으로 방문한곳은 기타큐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에코타운'이다.

오래전부터 공업도시였던 기타큐슈는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운영했던 공장들 때문에 극심한 환경오염을 겪었다.

거주하는 시민들과 아이들이 공해로 인한 여러 질환을 앓게 되자, 가장 먼저 지역의 어머니들이 모여 환경 개선을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이어서 관이 나서서 기업들을 설득해 공장 운영에 환경을 고려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환경에 대한 인식을 갖출 수 있도록 어릴때부터 교육을 진행했다.

연안쪽에 집적되어 있던 공장지대는 이러한 활동들을 기반으로 변화했다.

각종 리사이클링 공장이 위치해있어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최대한 재활용하고, 마지막에 남은 것들은 소각해서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주변 공장지대로 공급한다.

폐장난감 활용 환경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금자동이의 대표가 재활용 워크숍에 참여해 버려진 전단지로 편지봉투를 만들어보고 있다.
전 과정에서 공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제로에미션(Zero-Emission)을 목표로 운영하며 재활용율을 높여가고 있다.

설명을 들은 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2012년 LG전자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고 있는 업체들 중 리사이클을 주 사업으로 하는 기업들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조성한 에코뮤지엄에서는 기타큐슈의 환경극복 역사를 비롯하여 환경에 대한 상식, 분리수거 체계 등을 놀이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지역 초등학교의 아이들이 견학을 와서 자유롭게 시설들을 둘러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프로그램 후반부에는 지역 시니어가 운영하는 환경 교육 워크숍을 통해 폐품 재활용을 직접 해볼 수 있다.

지원업체 대부분이 부차적인 사업으로 환경교육, 워크숍등을 진행하고 있기에 참가자 모두 적극적으로 워크숍에 참여했다.

그 외에도 전통 방식 및 태양열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에너지 효율이 높은 집인 에코하우스 모델도 둘러보았다.

셋째날오전 방문한 곳은 무첨가 비누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샤본다마비누'였다.

시판되는 일반 비누에는 화학첨가물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사용하고 난 후 배출되는 물이 하천으로 흘러들어갈 경우, 이를 섭취하는 미생물을 통해 우리 몸에도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좀 더 하얗게 만들기 위한 성분으로 세제 등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형광증백제는 한 번 오염되면 제거하기가 어려워 일본에서는 입에 직접 닿는 물건에는 형광증백제를 사용하지 않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무첨가인 샤본다마비누는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한다. 비누 원액을 보여주는 직원.
샤본다마비누에는 형광증백제는 물론이고 다른 화학물질 또한 들어있지 않으며 소의 기름, 아보카도 추출물 등 천연 물질로만 만들어져 있어 심지어 먹을수도 있는, 인체에 무해한 제품만을 생산한다.

친환경 상품 제작이라는 사업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도 많은 호응이 있었다.

무첨가인 샤본다마비누는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한다. 비누 원액을 보여주는 직원.

둘째날 에코타운센터 견학에 이어 에코타운에 소재하고 있는 공장도 이날 직접 견학해볼 수 있었다.

분리수거된 캔, 병을 자원화하는 히아가리 캔/병 자원화센터에서는 지적 장애인을 고용하여 분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분리 프로세스가 끝나면 원료를 분쇄하여 재활용 할 수 있도록 상품을 직접 제작하는 공장에 원료로 공급한다.

앞서 에코타운센터에 방문했을 때 설명을 들었던 것처럼, 이 공장을 가동시키기 위한 전력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생활 쓰레기 소각 시설에서 발생시키고 있었다.

이어서 기타큐슈의 환경 정책에 대해서도 들어보았다.

기타큐슈 시에서는 시 주관 환경검정시험도 실시하고 있어, 학생들을 포함 일반 시민들이 응시하고 있다.

캔과 병을 분리하는 작업장의 모습이다.
환경에 대한 시민 의식 때문인지 응시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앞서 방문했던 샤본다마비누에서는 직원이 입사 후 1년 안에 환경검정시험을 응시해 통과하도록 하는 제도도 갖추고 있다고 하니, 민·관을 비롯하여 기업까지도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은 수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외에도 지역내에 태양광 등 자연 에너지 발전 시설을 설치하여 활용하는 등 기타큐슈시는 환경 보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평가한 '그린성장 모델 도시'에 선정되기도 했다.

기타큐슈 환경검정시험의 교재. 분리수거 체계 등 환경관련상식과 기타큐슈시 환경정책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연수 일정 외에도 지역 내에서 환경을 많이 고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방문하는 기관의 화장실, 심지어는 연수 일정 중 묵었던 숙소에서도 샤본다마비누의 무첨가 제품이나 에코타운에서 원료를 생산하는 재활용 휴지 등 친환경 상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용했던 한 식당에서는 손을 씻은 물이 변기에 재사용 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

비록 짧은 시간내에 여러 곳을 방문해야 했기에 많은 곳을 찾아볼수는 없었지만, 업체 대표자들 모두 각자의 사업과 관련한 질문을 하며 질의응답시간을 활용했다.

기타큐슈시 환경국 담당자는 '다른 연수단들과는 다르게 디테일한 질문들이 많아 더 유익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고 평했다.

탐방 일정이 끝난 후에는 서로의 사업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방문지에 대한 내용이 함께 어우러져 대화가 더욱 풍성해질 수 있었다.

기타큐슈 에코타운 탐방단.
선진지에서 답을 찾아서 돌아가기 보다는 한국으로 돌아가서 시도해 볼 것들, 공부해야 될 것들이 많아졌다며 이것저것 받아적고 몇번이고 사진을 찍는 참가자들의 모습에 사업 담당자로서 뿌듯했던 이번 탐방연수.

2012년의 끝자락에서 본 씨앗들이 2013년에 어떻게 자라나 열매를 맺게 될 지, 계속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지원할 수 있음에 감사했던 4일간이었다.

글/사회연대은행 백난희

사진/사회적기업연구원 신경철

국제자연환경교육재단 박병권

백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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