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하는데 과학만 잘하면 되지, 그것 말고 또 필요한 게 있을까?”

이번 글은 우리가 흔히 과학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할 때, 과학 성적이 좋은 사람으로 한정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함이다. 한동안 필자 역시 스스로 과학자 자질을 의심하던 시기가 있다. 대학원 시절, 과학과 크게 관련 없어 보이는 대외 활동, 영어 공부, 운동 등에 관심과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있었고, 그것이 학자의 자질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보조적이라 여긴 기량이 사실은 과학자 경력이 길어질수록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중 한 장면. 등장인물이 칠판에서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출처=이십세기폭스코리아

학창 시절부터 우리는 성적으로 줄 세워졌기에 주위에는 항상 과학 과목 1등을 맡아놓은 이들이 있었다. 대학교에서도 전공 교재의 연습문제를 해답지 없이 풀어내는 소위 천재들이 있었다. 보통은 이들이 과학자가 돼 좋은 연구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앞서 설명한 사람들은 ‘과학적인 지식’을 잘 갖춘 사람으로, 이어서 말하고자 하는 과학자로서 필요한 6가지 능력 중 1가지를 잘 갖추고 있는 사람이다. 과학적 지식 갖추기 말고도 5가지나 중요한 기술이 더 있다. 즉, 성적이 최상위권이 아니더라도, 성공적인 과학자를 꿈꿀 수 있다.

이번 글은 과학 학술지 ‘사이언즈(Science)’에 보고된 글을 기반으로 한다. 원래 글의 7가지 기술 중 6가지만 추렸다. 6개의 기술은 ①과학적 지식 ②연구 수행능력 ③커뮤니케이션 ④매니지먼트와 리더십 ⑤프로페셔널리즘 ⑥윤리적 연구다.

보통 대학원 이전에는 1번 ‘과학적 지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대학원 과정은 2번 ‘연구 수행능력’을 단련하는 시기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연구 수행능력은 다음의 사항들을 포함한다: 실험 디자인과 결과를 분석·해석 할 수 있는 능력, 창의적 생각이 가능하고 혁신적인 솔루션을 찾을 수 있는 능력, 저널에 출간하는 모든 과정(논문 작성, 리비전 작성 등)에 능숙할 것. 1번과 2번을 동시에 잘 갖추고 있는 사람은 이제 ‘개인’으로써 매우 성공한 과학자가 될 자질을 갖췄다.

다음 단계로 ‘그룹’의 운명까지 책임지는 리더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에게는 3번과 4번 역시 성공의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여기서 ‘커뮤니케이션’은 글쓰기, 말하기, 발표능력을 포괄적으로 포함한다. 구체적으로는, 과학저널에 출간을 위한 글쓰기, 펀드를 따기 위한 제안서 작성, 전문 프레젠테이션을 말하고, 더 넓은 범위로 교육과 멘토링을 통한 효율적인 지식 전달도 포함한다. 문과적 소양이 빛을 보는 부분이며, 흔히 말하는 통합형 인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공부를 저렇게 잘하는데, 공감 능력이나 사회성이 떨어질 수도 있지 뭐”라며 하나의 재능만을 추켜세우기를 지양해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우리 문화에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는 항목은 5번과 6번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간과하면 존경받는 과학자가 되기 힘들며, 과학자로 쌓아온 명성을 잃을 수도 있다. 5번 ‘프로페셔널리즘’은 학교나 연구소 등 직장에서의 규정을 준수하고, 직장에서 예의를 지키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좋은 직장동료가 되는 거다. 호주에서는 이 사항을 승진과 수상자 선정 시에도 반영한다. 6번 ‘윤리적 연구’는 연구자로서 진실할 것을 말한다. 논문으로 보고하는 결과는 거짓이 없어야 하고, 저자를 투명하게 결정하고, 표절하지 않아야 한다.

과학자가 되는데 필요한 기술이 과학 외적인 것도 중요한 요소들로 꼽혔는데, 이것은 과학자라는 직업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직에도 해당하는 내용일 것이다. 전문직이라도 전문 지식뿐 아니라 좋은 동료, 좋은 시민, 좋은 멘토가 되는 훈련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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