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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스타트업들도 죽을 맛이다. 국내 1000여 개 스타트업을 회원사로 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지난달 회원사 80곳을 대상으로 코로나 19 후유증을 조사했다. 응답 업체의 41.5%가 매출 감소 및 비용 증가를 겪었고, 33%는 투자 차질 그리고 16%는 해외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아우성 속에서 될성부른 신생 소셜벤처들을 발굴해 거목으로 키워보겠다는 100% 민간 자본의 투자조합이 결성됐다. 38억 원 규모의 소셜벤처피크닉 1호 투자 조합이다. 앞으로 8년 간 이 투자조합을 이끌고 갈 한상엽 소풍 대표를 만나 임팩트 투자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임팩트 투자 로드맵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한상엽 소풍(SOPOONG) 대표

▶ 매월 창업 팀을 공개 모집한다던데 지원 현황은 어떤가.

월 평균 약 50여 개 팀들이 지원서를 냈다. 경쟁률은 약 25 대 1이다. 모집은 매월 하지만 선발팀 숫자에는 제한이 없다. 한 팀도 없을 수도 있고 여러 팀이 한꺼번에 선발될 수도 있다. 목표는 연간 15팀 정도를 선발해 육성하는 것이다.

투자 대상은 3년 이내 또는 법인 설립 예정인 스타트업들로 최소 3000만 원부터 최대 1억 원까지 투자가 진행된다. 12주에 걸쳐 액셀러레이팅과 5개월 후속 관리한다. 법률이나 서버, 홍보 등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무상 지원한다. 

현재 투자 결정이 난 팀은 홈리에종과 테스트벨리등 2곳이다. 홈리에종(HomeLiaison)은 럭셔리 인테리어 시장에 존재하던 전담 디자이너 서비스를 대중화해 고객 중심의 홈스타일링 솔루션을 만든다. 또한 노인이나 장애인 등 특수 인테리어가 필요한 고객을 위한 맞춤 컨설팅을 제공한다. 테스트벨리(TestValley)는 고가의 가전이나 전자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한 달 동안 체험해볼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여성창업자와 지역이 소외되지 않도록

 

▶ 투자를 결정할 때 가치를 두는 요소들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사회문제 해결 능력이다. 중점 선발 분야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의식주와 건강· 안전 등 기본적인 욕구와 삶의 질을 개선하는 비즈니스다. 둘째, 교육과 문화·정보의 접근성을 높여 공정한 기회를 누리게 하는 사업이다. 셋째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해 에너지 보존과 기후변화에 대안을 제시하는 사업 분야다. 여기에 사회 내 기울어진 운동장인 여성 창업가들이 불리해지지 않도록 젠더 관점의 투자와 지역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투자 요소가 더해진다. 

소셜벤처 피크닉 1호 투자 조합 결성 총회 기념 사진. 참석자들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소풍이 LP판을 본떠 만든 기념품으로 "May the impact be with us(항상 임팩트와 함께 하기를..)"라는 바램이 적혀져 있다.

1호 투자조합에는 국내 대표적인 창업 및 임팩트 투자 지원 기관 6곳(사회가치연대기금·아산나눔재단·디캠프·연세대학교·카카오임팩트)과 김강석(전 크래프톤 대표 및 공동창업자), 정경선(HGI 대표), 제현주(옐로우독 대표), 이재웅(쏘카 대표) 등 성공한 창업가 6명이 출자했다. 

21세기 들어 사회문제들의 발생 속도는 해결 속도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문제 해결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투입되는 자원과 관심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간 임팩트 투자 성적표를 보면 기업적인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허황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  이런 시도들이 유의미하고 더 촉진 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여기에 지난 10년간 소풍이 일궈낸 실적과 진정성 등이 촉매제가 돼 민간 투자액 규모로는 꽤 큰 38억 원의 투자조합이 결성될 수 있었다.

▶ 실적과 진정성의 의미를 설명해 준다면

 

임팩트 데모데이에 참석한 창업가들. 소풍의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소셜벤처는 63곳에 이른다.

포트폴리오로 편입한 소셜벤처 63곳이 잘 성장해가고 있다. 총 기업 가치는 1조 13억 원, 투자 기업 생존율은 89%에 이른다. 후속 투자율도 33%다. 

우리는 흔한 말로 투자금 회수와 이윤 추구가 목적이 아니다. 투자 성과를 이야기할 때 일반 투자자들은 숫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소풍은 임팩트 창출을 보면서 투자하는 곳이라 기업들이 실제 사회문제를 해결해내고 있거나 혹은 종전에 없었던 신선한 방법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 솔루션을 활용해 중저소득국가의 실명률을 낮춰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랩에스디라든지 한글 교육 사각지대 해소를 목표로 AI 기반 소리 중심 한글교육 애플리케이션 '소중한글'을 개발한 H2K라는 회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LabSD가 개발한 안질환 진단용 소프트웨어와 휴대형 안저카메라
AI 기반 한글 교육 앱 '소중한글'

 

기업의 본질을 뚫어보다

 

▶ 임팩트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소풍은 다양한 사회 문제의 솔루션을  만드는 신생 및 초기 창업팀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국내 유일한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팅 기관으로 성수동 카우앤독에 둥지를 틀고 있다.

10년 전에는 소셜벤처를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완연히 달라진 것을 느낀다. 많은 창업자들이 기업의 존재가치가 이익 창출이 아니라 가치 창출이란 시각을 갖고 있다. 이윤은 그 가치를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생각으로 기업의 본질에 집중하는 경향을 띤다.

물론 사회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자본의 니즈가 바뀌어가고 있는 것도 큰 요인으로 본다. 해외의 경우 부모님으로부터 고액 자산을 물려받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들은 가치 투자를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짙다. 임팩트 투자사에겐 새로운 고객이 등장한 셈이다.

아쉬운 점은 임팩트 투자에 대한 신뢰가 아직은 두텁지 않은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풍은 8년에 이르는 투자 기간 동안 투자조합이 어떤 임팩트를 만들어냈는지 결과치를 측정해 2차례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투자자 보다 창업자가 유리한 환경?

 

▶ 창업자들에게 자본은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강력한 도구지만 투자를 받기란 쉽지 않다.
 
어느 정부를 가릴 것 없이 수년째 벤처 투자 촉진이 화두다. 일자리 문제 때문이라고 본다. 국내 투자자 수는 역대 최고로 2000년 대 초반의 버블 시기를 초과했다. 정부에 등록된 엑셀러레이터수도 200개가 넘었고 VC(Venture Capital)나 엔젤투자조합의 숫자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투자사들에게 최고의 고객은 창업자들이다. 자금이 많이 풀린다는 건 창업자들이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환경을 뜻한다. 물론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창업자는 소수다. 하지만 그 소수의 팀들은 좀 더 유리한 환경에서 여러 투자사를 전략적 필요에 따라 고를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 코로나19로 모두 어렵다 한다. 소풍이 투자한 기업들의 상황은 어떤가.

대면서비스를 하는 사업들은 기본적으로 힘들다. 우리뿐 아니라 다 그렇다. 보유한 포트폴리오가 63개 사로 많다 보니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고 원래 다양한 이슈가 발생한다. 이번엔 대면접촉이 발생하는 곳들의 경우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로 힘들다. 반대로 온라인 위주 콘텐츠 사업을 했던 곳이나 온라인 커머스 기업들은 트래픽이 많이 늘었다. 

 

“사회혁신가들과 함께 미래를 꿈꾸는 순간이 최고의 행복”

 

▶ 소셜벤처 전문 투자 기관으로 보람과 아쉬움은 어떤 것인가.

 

임팩트 액셀러레이팅 마스터코스 1기생들. 소풍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임팩트 투자자와 매니저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인 '임팩트 액셀러레이팅 마스터코스'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말 멋지고 훌륭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회혁신가들을 일상적으로 만나고 함께 미래를 상상해보는 일이다. 조직의 측면에선 ‘소풍 덕분에 성장했고 소풍이 없었다면 오늘에 우리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의미와 보람을 느낀다.

소풍은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조직이 아니라 촉진하고 도와주는 조직이다. 주인공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창업자들과 사회혁신가들이다. 결국 그들이 잘 성장하고 문제를 잘 해결해 큰 임팩트를 창출했을 때 큰 행복을 느낀다.

반대로 안타까운 점은 본인 역량의 한계든 코로나19처럼 급격한 외부환경의 변화이든 아니면 정책적인 변화든 이런 변화들로 인해 창업가들이 좌절을 맛볼 때다. 때론 본인의 사업 즉 문제 해결에 집중하지 않고 떡밥에만 관심 있는 창업자들도 눈에 띈다. 문제 해결을 지속적으로 하기보다는 아주 작은 어려움이나 위기 상황에 부딪혔을 때 쉽사리 포기하는 창업자들을 볼 때 마음이 씁쓸하다. 

▶ 한 대표는 세 차례나 창업을 한 경험이 있다. 창업에서 투자자로 입장을 바꾼 이유는 뭔가.

 

2019 임팩트 데모데이 현장. 소풍은 소셜벤처 창업가와 예비창업가들을 대상으로 소풍이 투자한 기업들의 사업내용과 성과를 알리고 그 의미를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내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의미있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창업을 했을 때 난 정말 큰 임팩트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그리고 만들어낼 수 있는가 늘 자문해왔다. 그리고 세 번째 창업에 실패했을 때 또 창업을 할 것인가 아니면 실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할 것이냐라는 두 갈림길에서 고민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을 돕는 일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해보니 의외로 재미도 있고 보람도 크고 나름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아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나에게 꿈이 있다면 사회 내에 존재하는 ‘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아마도 대표적인 격차가 빈부격차일 것이다. 더불어 우리 사회가 좀 더 자유로웠으면 한다. 누구나 본인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고 그것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원과 기회가 공정하게 보장되는 사회...

달리 말하면 누구나 자기 삶 속에서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나가고 사회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실패가 좌절이 아니라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데 소풍이 기여했으면 좋겠다. 마치 사람들이 소풍을 즐기듯이. 그런 뜻에서 투자 조합1호의 이름에 피크닉(소풍)이라는 단어를 끼워 넣었다.

사진제공=소풍(SOP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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