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실내악단으로 일자리 창출이 꿈”
“장애인 실내악단으로 일자리 창출이 꿈”
  • 이로운넷=백선기 책임 에디터
  • 승인 2020.04.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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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인터뷰] ④ 배일환 뷰티플마인드 총괄이사
장애인·저소득층 위한 무료 음악아카데미 운영
명문대 졸업해도 취업 어려운 현실 .. 실내악단 창설 목표
전 세계 소외계층 찾아가는 음악회 .. 수익금 전액 현지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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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일환 이화여대 음대 교수는 EBS 교육방송에서 지적장애인과 음악으로 만났다. 함께 연습하고 연주회로 마무리하는 프로젝트였다. ‘삑삑 빽빽’ 소리는 결코 매끄럽지 못했지만 아이들의 입가엔 웃음꽃이 만발했다. ‘와! 이런 환상의 음악 세계도 있구나’ 그때의 가슴 벅참은 그의 뇌리에 콕 박혔다. 

2년여 후 그때의 경험은 ‘뷰티플마인드’라는 문화외교 자선단체로 결실을 맺었다. 전문 음악가들로 구성된 ‘뷰티플마인드’는 장애와 비장애 음악인들이 함께 공연한다. 매년 10개국 이상을 돌며 찾아가는 자선음악회를 열어 지금까지 5억 원이 넘는 기부금과 물품을 현지 소외계층들에게 전달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을 모토로 국경을 초월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배일환 뷰티플마인드 총괄이사를 이화여대 음악대학에서 만났다.

배일환 뷰티플마인드 총괄이사(왼쪽)와 세계 유일한 시각장애인 음대 교수인 이상재 나사렛대학 교수가 이화여대 ECC이삼봉홀에서 열린 아름다운음악회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백선기

 

작은 불씨로 큰불을 내다

 

▶ 어쩌다 뷰티플마인드를 설립하게 됐나.

이화여대 음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2005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 방문학자로 1년 간 머물렀다. 그 때 장애인들에게 무료로 음악 레슨을 진행했다.

어느 날 한 학생의 부모가 점심을 초대했다. 알고 보니 대기업 지사장이었다. 좋은 일을 하는데 돕고 싶다면서 종잣돈을 쾌척했다. 현지 기업인들도 나서서 뷰티플마인드펀드(BMF)가 탄생했다. EBS 방송 때 함께 했던 온누리사랑챔버오케스트라를 미국으로 초청해 이들과 샌프란시스코· LA 등 5개 도시를 돌며 자선음악회를 열었다. 

일주일 동안 2만 달러가 넘는 기부금이 모였다. 수익금은 전액 현지의 장애인 단체와 한인 요양원 건립 기금에 보탰다. 귀국해서는 국제 어린이 양육 단체 컴패션(Compassion)과 함께 W 호텔에서 600명을 초청해 디너콘서트를 열었다. 수천만 원대에 이르는 기부금이 모였고, 컴패션에 전액 기부했다. 함께 해보자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고 드디어 2007년 뷰티플마인드가 만들어졌다. 작은 불씨가 큰불을 낸 셈이다. 

 

뷰티플마인드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어 수익금을 전달할 뿐 아니라 1000달러 상당의 물품을 그 지역의 소외계층에게 전달한다.

 

기부금 100% 현지 소외 계층에 전달

 

▶ 기부금을 전액 기부하면 활동비는 어떻게 마련하나.

뷰티플마인드의 원칙은 개인 기부를 받으면 100% 기부하자 주의다. 재단 운영비는 30여 명에 이르는 이사님들의 회비로 충당한다. 그래서 우리 연회비가 좀 센 편이다. 별도의 재단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고 정직원 3명에 인턴도 있다.

해외 연주는 기업이나 정부로부터 협찬받는다. 생각보다 큰 돈이 들지 않는다. 연주자 항공료 수준이다. 해외 연주회가 비싼 이유는 연주료와 기획비·코디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연주는 우리가, 기획은 사무국이, 코디는 현지 대사관이나 NGO에서 하기 때문이다. 숙박 역시 현지에서 제공해 주는 경우가 많고 여의치 않으면 이사님들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제 바람은 이사님들 회비로 지금처럼 모든 비용을 충당하고 기부금은 100% 환원될 수 있는 구조를 계속 유지하는 거다. 그런지 어언 15년째다.

 

판소리와 서양음악과의 만남. 뷰티플마인드의 해외 공연에는 장애인 연주자와 국악인이 빠지지 않는다. 배 교수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데도 희한하게 외국에서 판소리 공연이 인기가 높다"면서 "음악은 언어를 뛰어넘는 감동을 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뷰티플마인드는 외교통상부의 인가를 받은 문화예술단체로 그동안 80개국 이상의 도시에서 400회 넘는 연주회를 열었다. 갈 때마다 7~8명의 연주자가 참여하는데 반드시 포함되는 연주자가 장애인과 국악 분야다. 현지 음악인들과 협연할 때도 있다. 연주와는 별도로 1000달러 한도 내에서 현지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해 전달한다. 선진국에서도 소외 계층은 늘 있기 마련이니까. 


멤버들 중에는 세계 최초이자 세계 유일한 분들이 몇 명 있다. 세계 최초 뇌성마비 피아니스트인 김경민 씨. 클라리넷 연주자로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 음대 교수가 된 이상재 나사렛 대학교 교수 등이다. 시각장애인 첼리스트도 있다. 

세계 최초 뇌성마비 피아니스트 김경민씨는 뷰티플마인드와 함께 해외 공연을 자주 간다. 그는 손이 곱아 처음엔 주먹으로 피아노를 쳤지만 피나는 연습 끝에 손가락이 펴지고 걸음도 걸을 수 있게 됐다 .

뷰티플마인드는 싱가포르와 베트남 2곳에 지부를 두고 있다. 싱가포르에선 최초로 장애인 음악 활동 사단법인으로 등록돼 싱가포르 정부에서 매칭 펀딩을 해준다. 베트남의 경우 음악 활동이 아닌 일반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판 줄리아드를 꿈꾼다

 

▶ 뷰티플마인드 뮤직아카데미는 명성이 꽤 자자하더라.


2008년 창립한 뷰티플마인드 뮤직아카데미는 장애가 있거나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음악을 무료로 가르쳐준다. 지도는 국내 대학교수급 전문 강사진이 재능 기부로 진행한다. 

신입생은 1년에 2차례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다. 정원은 35명 수준이고 1 대 1로 수업을 진행한다. 1년에 3번 실기 시험을 치르는데 3차례 점수가 나쁘면 수료시킨다. 말이 수료지 탈락인 셈이다. 

우리의 목적은 치료가 아니라 사회에서 음악인으로 활동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비장애인과 공평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 그래서 연습량이 많고 실력도 좋다.

뷰티플뮤직아카데미는 대학교수급 강사진의 재능기부로 진행된다. 1대1 개인 교습과 크고 작은 합주 연습이 이어진다.

물론 교육을 받는다고 모든 애들이 잘하는 건 아니다. 자폐나 발달장애가 심한 애들은 아무리 해도 안 느는 경우가 있다. 희한하게도 그런 애들이 더 감동을 준다. 폼도 아주 멋지고 늘 행복해한다.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뮤직아카데미에 와서 봉사를 해야 한다. 혜택을 받았으니 다른 사람을 위해 재능을 나눠줄 것을 부탁한다. 강제는 아니지만 안 하는 사람은 없다.

 

장애인 실내악단 결성이 목표

 

▶ 뮤직아카데미 출신 학생들의 진로는 어떤가.

처음엔 그저 아이들을 연주할 수 있는 단계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한 학생이 발달장애인으로는 최초로 서울예고 음악과에 입학했다. 처음엔 학교 측에서 전례 없는 일이라며 난색을 표했지만 결국 받아줬고 그 학생 역시 잘 해줘서 서울대에 진학했다. 

이후 아카데미 출신 학생들이 서울대와 연대·한국예술종합학교 등 명문대에 입학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우스갯소리지만 고3 학부모들 사이에 학교 잘 보낸다는 소문이 나 우리 애도 받아달라는 요청이 쇄도해 곤욕을 치른 경험도 있다. 누구나가 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첼리스트 김민주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중인 재원이다.. 그는 시각장애 1급이다.

문제는 대학 졸업 이후였다. 현실적으로 유학은 힘들고 음악을 직업으로 갖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프로 장애인 실내악단을 만들자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잘 진행되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모든 일정이 중단돼 아쉽다.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실내악단을 고집하는 이유는 보다 많은 졸업생들에게 ‘일’을 주기 위해서다. 졸업생 중에는 성악·피아노·국악 전공자들도 있다. 

우선은 기업의 장애인 고용의무 제도를 적극 활용하려고 한다. 어기면 벌금이 꽤 무거운데도 많은 기업들이 벌금을 선택하고 있다. 실력 있는 실내악단을 꾸려 기업도 장애인 연주자들도 서로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음악으로 치유되는 삶

뷰티플 뮤직아카데미 학생과 학부모, 지도 교사들이 출연한 다큐 영화 '뷰티플마인드-마음에 그 소리 있지' 포스터. 이 영화는 2019년 극장에서 개봉돼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줬다

 

뷰티플마인드란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배 교수는 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들을 보고 그 이름을 떠올렸다고 한다. 2005년 미국에서 진행된 갈라 콘서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치유된 느낌입니다. 지금껏 살면서 우리 아이 때문에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우리 애 덕분에 미국까지 왔고 2만 달러 넘는 금액을 기부하게 됐어요. 우리 애가 해낸 겁니다.” 

한 어머니의 울먹거림에 배 교수도 함께 울었다고 한다. 그때 객석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 지었다. 뷰티플마인드라고...

 


사진/영상 제공. 뷰티플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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