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5일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온라인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사진=교육부

9일 초·중·고교가 개학했다. 온라인으로 말이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중3·고3부터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학교와 학생, 학부모, 교육부까지 모두 이번 온라인개학에 만전을 기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특히 장애인단체와 학부모 사이에서 장애학생 학습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장애인단체가 연일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에 장애학생 학습권 보장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3월 24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점역사 등을 통해 면대면 또는 원격으로 수업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전문인력과 예산이 크게 부족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이달 1일 성명에서 교육부가 발달장애인 교육 대책으로 제시한 순회교육(방문교육)에 대해 “주 1~2회 교육이 예상되는데 이것으로 개별화 교육계획에 따른 지원이 가능한지,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학생과 학부모는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에서도 3월 31일 온라인개학에 대비한 장애교원과 장애학생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우려스럽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현재 시·청각장애 학생을 위해 원격수업 자막, 수어, 점자 등을 제공하고, 발달장애학생에게는 다양한 형태의 원격수업과 순회교육(방문교육) 등 장애 유형과 정도를 고려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특수교사의 원격수업을 지원하기 위해 국립특수교육원에 ‘장애학생 온라인 학습방’을 개설해 6일부터 운영 중이다. 

교육부는 장애학생 온라인 학습방을 통해 시각장애학생을 위해 자막을 삽입한 EBS방송, 청각장애학생을 위한 전자점자 파일, 발달장애학생을 위한 학습자료와 관련영상 링크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체장애인을 위한 교육 자료는 온라인개학 하루 전인 8일까지 올라오지 않았다.

시·청각장애인만을 위한 콘텐츠 필요

교육부는 유례없는 온라인개학에 준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장애인단체와 학부모는 교육부의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시각장애인협회 김훈 연구원은 보조교사가 있는 맹학교와 달리 혼자서 공부해야 하는 온라인수업에서 시각장애학생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지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각장애학생의 경우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집중력이 높지 않은데, 여기에 보조교사까지 없으면 집중력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며 “교육부가 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인력과 장비 부족 등 현실적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시각장애학생 뿐 아니라 청각장애학생도 많은 어려움을 겪을 거라고 봤다. 김 연구원은 “콘텐츠 제작 단계부터 시·청각장애인을 고려해 영상을 제작해야 장애학생도 비장애학생과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며 “강의 자체가 비장애인 위주라면 나중에 자막, 점자 자료 등을 첨부한다고 해도 시·청각장애인이 그 내용을 온전히 전달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시·청각장애학생을 위한 지원은 최소한의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몇몇 허점도 드러났다. 현재 시각장애학생을 위한 자료는 전자점자뿐이고 자료에 대한 음성 해설이나 강의는 올라오지 않았다. 비장애인에게는 영상 수업과 자료가 제공되는 것과 달리, 시각장애인은 겨우 자료만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준비가 더디다. 수업을 도울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EBS등 기존 자료를 활용한 수업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가 준비한 장애학생 온라인 학습방 홈페이지

중증발달장애학생 온라인수업 불가능

발달장애학생 대상 온라인수업을 향한 우려는 더 크다. 교육부는 발달장애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춰 1대1 쌍방향 수업, 순회교육, 학습꾸러미(교보재와 학습 과제) 전달 등을 통해 맞춤형 수업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미흡한 점이 많다. 

우선 발달장애학생마다 편차가 있지만, 많은 발달장애학생은 컴퓨터 앞에 앉아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다. 이런 학생을 위해 순회 방문을 하는데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 특수교육 교사가 순회교육을 하더라도 인력이 충분치 않아 많아야 일주일에 1~2회, 1~2시간 수업이 가능하고 장애 정도가 심해 순회교육을 받기 힘든 발달장애인도 있다. 온라인수업과 순회교육이 모두 어려운 학생은 학습꾸러미를 통해 교보재를 전달받고 집에서 공부해야 한다. 이런 경우 사실상 학부모가 자녀를 알아서 교육해야 한다. 특수교육 교사를 매개로 한 코로나19 전파 걱정도 크다. 

발달장애 2급의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발달장애학생마다 정도가 달라 일반화하기 어렵지만, 우리 아이의 경우 의자에 앉히기도 어려워 온라인수업이 힘들다”며 “순회교육도 오히려 선생님이 가정을 방문하면 아이는 큰 혼란을 느낄 가능성이 높아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차라리 개학하지 않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차라리 원하는 학생만 교차 등교를 통해 일주일에 한 번이라고 학교를 갈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며 “국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책에 동참하지만, 대신 교육부에서 제시한 수업에 참여가 어려운 아이에게 출석 등 평가에 불이익은 주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학교에 아이를 보내길 희망하는 이유는 학교에 가면 잠깐이지만 교육이 가능하고 수업 때 배운 내용을 일주일간 집에서 복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학부모의 우려에 대해 이효정 동국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온라인수업과 순회교육으로 교육 효과를 보는 발달장애학생도 있다”며 “다만 발달장애 정도에 따라 차이가 커 지금과 같은 대책이 모두에게 효과를 본다고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말해 학무모의 우려에 일부 공감했다. 이어서 그는 “순회교육은 1대1 대면 교육이 필요한 일부 학생에게 효과적일 것”이라며 “장애학생을 교육공백 상태로 두기보다는 온라인수업을 비롯해 제공 가능한 교육을 일단 하는 것이 낫다”는 견해를 밝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 온라인수업에 유감을 표했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차장은 “정부가 이미 일반 학교 내 특수학급에 속한 장애학생을 위한 긴급돌봄으로 소규모 교육을 지원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와 같은 교육이 가능하다면 특수학교에서도 학교방역을 강화하고, 교차 등교 등을 통해 접촉을 최소화한 개학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사실상 비장애학생의 대학 입시 일정 등에 맞춰 장애학생에 학습권 보장 없이 개학을 강행했다”고 정부의 정책이 비장애학생에게만 맞춰져 있음을 비판했다.

교육부, 온라인개학 불가피한 선택...조금만 더 믿어 달라

교육부는 일부 우려와 요구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있지만, 현재 대책은 학생의 학습권보다 안전권, 생명권을 중시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교차 등교 등의 대책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방침이 나온 상황에서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장애학생의 특성상 온라인수업, 순회교육에 애로사항이 많아 현재 교차 등교와 온라인수업을 병행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더 나은 대책을 논의 중이다. 학생의 안전이 확보됐다는 판단이 들면 새로운 대책을 추진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덧붙여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에서 교육부가 일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의견을 내기도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음을 이해해 주시고, 조금 더 믿고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효정 교수도 서로에 대한 불신보다는 정부와 학부모, 교육기관 간의 연대를 강조했다. 현재 발달장애학생에게 최선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공조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부모와 학교가 협력해 가정에서 상시모니터링 및 교육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며 “만약 전문 치료사의 도움을 받는 학생의 경우 그들과도 연계해 전문성을 나눠 갖고 가정 안에서 학생들을 어떻게 도울지 이야기할 수 있는 의사소통 채널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월 6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특수학교를 방문해 온라인개학 준비 상태를 확인했다./사진=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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