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살고 있는 한 파트너사의 대표가 메일을 보냈다. 그 때 한국은 신천지 그룹 내의 코로나19 집단 확진으로 큰 난리를 치르고 있었다. 그 메일의 내용은 안부로 시작해, 한국 정부와 사회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질문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점점 증가세가 기록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사회적 경제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고민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와 관련된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개학을 미뤘는지, 시험은 어떻게 치룰 예정인지, 온라인 등의 대응책은 발표가 되었는지 등이다. 미국에서도 한국인들의 교육사랑은 유명하다. 한국이 먼저 코로나19를 겪기도 했고 그 유별난 교육사랑이 어떤 대응을 만들어내는지 궁금했을 수 있겠다.

그 질문에 답변을 하기 위해 이것 저것 자료도 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 집의 아이도 초등학교 입학이 지연되어 있었고, 매년 맡고 있는 대학교의 수업도 계속 밀리다가 사이버 강의가 결정된 상태였다. 학업과정은 아니지만 대기업에 제공하는 워크샵을 실시간 온라인 툴들을 이용하여 제공할 수 있는지 문의가 여럿 들어오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당장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후에 우리의 교육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

사실 약 한 달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초등학교는 곧 온라인 개학을 먼저 한다. 수능이 사상 처음 12월로 밀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EBS는 때 아닌 생방송 등 콘텐츠 생산에 분주하다. 여전히 대학 강의는 실시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고, 얼마전 이번 학기 전체를 그렇게 하겠다는 학교의 메일도 받았다. 기업에 제공하는 강의는 여러 개가 온라인화 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조언들을 받았던 미국의 여러 도시는 동일하게 학교가 폐쇄되고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던져야 하는 질문은 이제, ‘당장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후에 우리의 교육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가’로 옮겨져야 한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교육이 가지는 기능 중 지식 전달에만 치우친 관점이 바뀌리라 생각한다. 이번에 우리는 대면하지 않아도 수업을 어느정도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확인했다. 심지어 어린 학생들은 그 일에 너무나 익숙해지고 있다. 반면에 나이가 든 교사들은 점점 더 그 변화에 적절한 수업을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온라인 강의 툴에 익숙하지 않은 교수 혹은 교사들이 우스꽝스러운 실수를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이 기사에 나오는지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사실 이미 보통의 지식은 무한한 인터넷의 바다에 기반하여 쉽게 찾을 수 있고, 세계 최고의 강의가 접근 가능하게 놓여 있다. 그래서 교육이 단순히 지식을 제공하는 서비스 정도로 여겨진다면 점점 더 많은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교육은 좀 더 전인격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을 준비시키고 지지하는 체계로서 자리하게 될 것이다.

두번째로 이번에 우리는 교육의 접근성 불평등은 분명한 현실이라는 점도 파악하게 되었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기간 동안 부모의 경제적 여유가 자녀들의 그 시간 동안의 학업적 대응을 결정한다는 여러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학원 중 다수는 휴원을 하지만 과외는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히려 그 시기가 학업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더불어 온라인 강의를 듣기 위한 도구의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대부분 집에 하나쯤은 있다고 생각하는 PC나 태블릿 등의 도구가 없는 경우가 당연히 있다. 인터넷이 그렇게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가정이 여전히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녀 숫자만큼 없는 경우는 더욱이 많다. 우리는 이 사실을 이제야 직면하게 되었다. 지금의 학령기 아동 청소년들에게는 과거 육성회비를 확보하지 못했던 그 경험이 형제 숫자만큼 확보되지 않은 디지털 도구의 차이로 느껴질 수 있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19를 통해서 과연 사회는 무엇인지 깊이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사회를 이루는 근간은 사람이며 그 개인을 성장시키고 준비시키는 접근법은 교육이다. 그 교육의 기능은 무엇인지, 또 접근성은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지 또 다시 조망된 만큼 이후에는 더 나은 변화가 일어나리라 기대한다. 사회적 경제도, 정부도, 사회 그 자체도 그 방향으로 서서히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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