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의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주체로서 국회는 사회적경제 영역 내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는 지역과 부문의 요구를 모아 ‘사회적경제 공동공약’이라는 이름으로 21대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출해 각 정당과 후보들이 이를 공약에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10가지 요구는 ▲제도 ▲일자리 균형 발전 ▲공공혁신이라는 3가지 대제목으로 묶었다. 이로운넷은 각 요구가 이뤄지려면 어떤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지 세부 분석한다.
2018년 4월 '제1차 사회적금융협의회'에서 발언하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위해 공공 금융기관들의 조직인 사회적금융협의회를 출범시켜 공급실적을 평가하고 기관별 추진현황을 점검한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2017년 10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에는 공적 금융제도 개선, 민간 투자환경 개선, 규제완화를 통해 사회적경제기업의 성장기 단계에 필요한 사회적 금융을 확대하겠다는 정책 과제가 있었다. 2018년 2월에는 이를 구체화해 ‘사회적 금융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이후 사회적 금융 규모는 계속 증가했으나 ▲중앙 공공자금 중심 ▲수도권 중심 ▲사회적기업 중심의 공급 특성을 보였다.

현재 사회적금융 정책은 정부가 이끈다. 제도권 금융이 사회적 가치에 크게 공감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금융 초기 단계라 정부가 중앙 공공자금을 대거 투입하는 중이다. 지속가능하려면 민간의 비중이 더 커져야 한다.

수도권 중심의 공급 특성을 보이는 건 수도권에 금융 인프라가 몰려 있어서다.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에서 지난해 5월 사회적금융 공급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역 중 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공급 규모는 1,787억인데 비수도권 대상으로는 9억 남짓이었다. 비수도권에 있는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비중이 전체 지역의 56%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2016년 기준), 공급을 분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가 지난 11월 말 2019 사회적경제 활동가 대회에서 내놓은 2019년 상반기 1~3분기 은행권 사회적경제기업 대상 자금지원실적에 의하면 기업유형별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이 2,552억원(72.1%), 협동조합 872억원(24.6%), 마을기업 86억원(2.4%), 자활기업 32억원(0.9%)으로, 사회적기업 대상 지원 규모가 압도적이었다.

연대회의는 ‘자금 공급의 쏠림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역 사회적경제 기금과 사회적경제 당사자들에 의한 자조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1. 지역 사회적경제 기금 설치를 위한 근거 조례의 제정

①사회적경제 기금 관련 조례의 별도 제정
②차선으로는 사회적경제 기본 조례에 기금 설치 근거 조항 개정

지역 기금은 사회적경제가 전국적으로 고루 성장할 발판 역할을 한다. 지역 중심이라 중앙 차원의 공급 프로그램보다 현장에서 당사자들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2017년 10월 정부가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뒤에 기금이 설치된 지방자치단체는 충청남도, 세종시, 서울시 강동구 3곳 뿐이다. 이중 별도로 사회적경제 기금 조례를 제정한 곳은 세종시와 충청남도다. 세종시는 ‘세종특별자치시 사회투자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를 2018년 11월에, 충청남도는 ‘충청남도 사회적경제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조례’를 작년 10월에 제정했다. 강동구는 기존에 갖고 있던 ‘서울특별시 강동구 기금 관리 조례’ 제31조 및 ‘서울특별시 강동구 사회적경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규정으로 ‘강동구 사회적경제투자기금’을 운영한다.

충청남도는 지난 3월 23일 '충남 사회적경제기금 운용계획'을 심의했다. 충남 사회적경제기금은 신용대출에 한정해 금융기관의 융자손실액을 도가 일부 부담한다는 특징이 있다. /사진=충청남도

연대회의 측은 활동가 대회에서 정부의 사회적경제·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이 자치단체의 기금 활성화 정책을 촉진하기보다 중앙정부의 지원정책에 의존하는 경향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공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 상황에 맞는 맞춤형 기금이 필요하다.

2. 지역 사회적경제 기금 설치를 위한 민·관 협의 구조 마련

①사회적경제의 금융 수요 조사, 사회적금융을 위한 민간 금융 기관 파트너십 형성
②기금의 조성 및 운영에 따른 계획의 수립

직접 조례가 만들어지거나 사회적경제 기본 조례에 근거 조항이 마련되는 건 첫 발을 떼는 수준이다. 기금 조성에 성공해도 관 주도로만 운용된다면 사회적경제 성격이 사라진다. 기금이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민과 관이 서로 감시하고,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금운용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이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는 기금별로 기금운용심의위원회를 두고 관리·운용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심의해야 하는데, 이 때 기금을 활용할 당사자조직들의 대표도 위원으로 포함돼야 한다. 사회적경제 이해관계를 대변할 사람이 있어야 해당 기금의 계획과 방향을 세울 때 재무적인 측면을 넘어 가치까지 품을 수 있다.

3. 지역 사회적경제 기금이 전문성 있는 민간 사회적금융 기관에 위탁 가능하도록 법 개정

①‘15년 7월 개정된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제6조제2항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기금의 관리, 운용은 소속공무원이 아닌 제3자에 대한 위탁이 금지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법 개정 필요
②위 법률 조항 개정 취지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해당 기금을 철저하게 관리토록 하는 것 이지만, 원금손실 위험 등의 이유로 보수적으로 운용하거나 전문성이 부족한 공무원이 운영 하여 기금의 원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 사회적금융 전문 중개기관 등 제3자에 게 관리를 위탁할 수 있도록 법률 조항 개정

민간 사회적금융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것도 민관협력 방안 중 하나다. 그러나 2015년 7월 개정 이후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기금의 관리 및 운용에 관한 사무의 일부를 소속 공무원에게 위임할 수 있다”고 적시해 제 3자 위탁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현장을 잘 모르는 행정의 손에 맡겨지면 기금은 보수성을 띠게 된다. 제도권 금융처럼 상환 능력, 원금 보장에 집중할 경우 사회적경제 기금은 차별성을 잃는다. 공약을 발제한 문보경 경기도사회적경제센터장은 “사회연대은행, 자활공제협동조합연합회, 재단법인 밴드, 한국사회투자 등 현장과 밀접한 사회적금융 기관들이 돈을 바로 유통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4. 사회적경제 당사자들이 조성한 자조기금에 지역기금 매칭 활성화를 위한 제도화

①단기적으로 협동조합기본법, 사회적기업육성법, 국민기초 생활보장법 등에 자조기금(공제) 조성에 공공재원 매칭이 가능할 수 있도록 법률 조항 개정
②중장기적으로는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통해 사회적경제의 자조기금에 공공재원을 매 칭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신설해 자조기금 활성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는 자조기금도 강조한다. 당사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자조기금은 금융 사각지대를 예방하고, 정책 금융에 접근하지 못하는 이들의 금융 문제를 푼다.

자조기금에 공공재원을 더할 수 있다면 더 좋다. 화성시는 이 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적경제 당사자들이 만들고 있는 자조기금에 시 사회적경제지원기금을 매칭해 규모화를 도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지는 않았지만, 민과 관이 협력해 모은 돈으로 사회적경제 영역에 특화된 금융지원을 실행할 예정이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통과되면 속도는 더 빨라진다. 사회적경제기본법안에는 시·도별 사회적경제발전기금의 조성·운영, 사회적경제연대조직의 공제기금 조성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이미 담겨있어 근거 조항만 더하면 된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